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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 쓰는 야구 기사]허삼영 삼성 감독, 구단 변화의 상징될까

예병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5 07:59

수정 2019.10.05 07:59

/사진=뉴스1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본 기사는 삼성 라이온즈 및 야구팬인 경제지 기자가 팬의 입장에서 쓴 야구 기사입니다.

삼성 라이온즈 15대 감독에 허삼영 운영팀장이 선임됐다. 파격 인사라는 말이 나오고 있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인사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더구나 선수로는 빛을 보지 못했고 코치 경험도 없는 전력분석원에게 바로 감독 자리를 맡겼다는 점에서 파격이라는 이야기가 나온다.

당장에 나오는 비판도 크다.
일부에서는 이미 내년 시즌은 물론이고 계약기간 3년 모두 실패를 전망하는 목소리까지 있다. 부정적 평가는 당연하다. 허 감독은 오랜 시간 삼성에서 활동을 했던 인물이지만 외부로 드러나지는 않은 인물이었다. 허 감독이 내년에 어떤 야구를 할 지, 어떻게 팀을 이끌 지 등 어느 하나도 예측할 수 없다는 의미다. 전망에서 불확실성이 크면 긍정보다는 부정에 더 무게를 둘 수밖에 없다.

그러나 실패를 말하기는 너무 이르다. 성공과 실패 가능성을 반반으로 보는 게 맞다. 긍정적인 면도 충분하다.

대표적으로 허 감독의 데이터 활용 능력은 현대 야구와는 일맥상통하는 부분이기도 한다.

삼성이 2018시즌부터 라이온즈 파크에 트랙맨 시스템을 도입하고 이후 운용하는 과정에서 허 감독이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데이터를 단순히 참고한 하는 것을 넘어 데이터를 활용해 선수들의 성적 향상에도 도움을 줬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더구나 유명한 스타 출신이 아니라고 해도 야구 감독의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은 이미 한국프로야구(KBO)에서도 증명된 명제다.

올 시즌 5강 감독만 봐도 성공한 선수 출신은 삼성 레전드 출신인 류중일 LG 트윈스 감독 정도다. 키움 히어로즈 장정석 감독의 경우 허 감독과 마찬가지고 코치 경험 없이 운영팀장 역할을 하다가 감독이 됐다. 염경엽 SK 와이번스 감독과 김태형 두산 베어스 감독, 이동욱 NC 다이노스 감독도 모두 선수보다는 감독으로 성공한 인사들이다.

/사진=뉴스1화상
/사진=뉴스1화상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삼성의 팀 분위기다.

예컨대 장정석 감독이 성공한 감독의 길을 갈 수 있었던 것은 히어로즈라는 구단의 전반적인 분위기 덕분이다.

히어로즈의 감독은 KBO의 다른 팀 감독보다는 미국 메이저리그베이스볼(MLB)의 매니저에 더 가깝다. 전반적인 시스템을 담당하는 프런트와 선수 육성을 담당하는 2군 사이에서 히어로즈 감독의 역할은 1군 선수단 관리에 있다. 뚜렷한 철학을 바탕으로 팀을 바닥부터 만들어가는 일반적인 KBO 감독과는 다르게 히어로즈 감독은 구단의 시스템을 현장에 구현하는 관리자 역할에만 충실해도 되는 것이다.

반면 그동안 삼성 구단의 야구는 엘리트, 순혈, 1등 등으로 대표되는 야구를 했고 큰 성과도 냈다. 이런 구단 분위기가 당장에 히어로즈처럼 시스템 야구로 바뀔 수 없다. 감독 한 명이 바뀐다고 구단 전체가 바뀔 순 없는 법이다. 감독 자리에 누구를 임명하기 전에 구단 전체가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지 생각해봐야 한다.

다행인 부분은 허 감독 스스로가 팀이 어느 방향으로 변해야 되는 지에 대한 메시지를 분명하게 내고 있다는 점이다.

허 감독은 선임 이후 인터뷰에서 "감독은 선수들을 끌고 가는 자리가 아니다. 선수들은 자기 영역에서 자기 플레이에 집중하면 된다.
나는 그 선수들을 알맞은 자리에 배치하면 된다. 코치들은 열심히 준비한 선수들이 누구인지 조언을 해주는 역할이다.
나는 그 조언을 귀담아듣고 결정하는 권한이 있는 사람일 뿐이다"고 언급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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