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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 비판' 성명서 돌렸다가 실형…60대, 43년만에 무죄

뉴스1

입력 2019.10.04 12:20

수정 2019.10.04 12:20

서울북부지법 © News1
서울북부지법 © News1


013년 3월21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2018.7.29/뉴스1© News1
013년 3월21일 헌법재판소는 긴급조치 1·2·9호에 대해 재판관 전원일치 의견으로 헌법에 어긋난다고 판결했다. 2018.7.29/뉴스1© News1

(서울=뉴스1) 유경선 기자 = 1970년대 유신헌법을 비판하는 성명서를 작성했다는 이유로 '긴급조치 제9호'(국가안전과 공공질서의 수호를 위한 대통령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를 적용받아 실형을 선고받았던 60대 남성이 43년 만에 죄를 벗었다.

서울북부지법 형사합의13부(부장판사 강혁석)는 1976년 긴급조치 제9호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1년을 선고받았던 전모씨(68)에게 4일 무죄를 선고했다.

전씨는 한국신학대학(현 한신대학교) 대학원 1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1976년 4월 동료 3명과 함께 유신헌법 개헌과 구속학생 석방을 요구하는 성명서 수백장을 만들어 학교 강당에 뿌렸다는 이유로 체포돼 서대문교도소와 안양교도소에서 1년의 수감생활을 마치고 출소했다.

전씨는 2013년 긴급조치 제9호가 위헌으로 결론나고 검찰이 지난 8월 해당 사건에 재심을 청구하면서 무죄를 받게 됐다.


가족들과 함께 법정을 찾은 전씨는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손주의 머리를 어루만지며 밝은 웃음을 지었다. 전씨는 "인천에서 체포되고, 남산에 있던 안기부(국가안전기획부)를 거쳐 서울 성북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았다"며 "출소 즈음에는 안기부에서 찾아와서 협받을 받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이어 "보통 재판은 검사의 구형과 변호사의 변론이 상충되는데, 검사도 변호사도 같이 무죄를 얘기하는 것을 듣고 격세지감을 느꼈다"며 "43년 만에 바뀐 현장을 법정에서 체감했다"고 말했다. 또 "지금 청년이나 대학생들이 볼 때 헌법을 비판했다고 잡힌다는 것은 상상도 못하는 일인데 기쁘다"고 했다.


지난 2013년 헌법재판소는 유신정권의 긴급조치 제9호를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고 영장주의 등 현행 헌법에 어긋난다'는 이유로 위헌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재판부는 "이 사건 공소사실은 긴급조치 제9호로 범죄가 되지 않는 경우에 해당한다"며 형벌에 관한 법령이 위헌 결정으로 효력을 상실한 경우 해당 법령에 의한 피고사건에 무죄를 선고해야 한다고 정한 형사소송법 제325조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1975년 시행된 긴급조치 제9호는 Δ유언비어의 날조·유포 및 사실의 왜곡·전파행위 금지 Δ집회·시위 또는 신문·방송 기타 통신에 의해 헌법을 부정하거나 폐지를 청원·선포하는 행위 금지 Δ이런 명령이나 조치는 사법적 심사의 대상이 되지 않으며 위반자는 영장 없이 체포 가능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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