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軍, 北멧돼지 철책 뚫고 내려올 경우 '즉시 사살하라'

김주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4 14:17

수정 2019.10.04 14:17

【양구=뉴시스】한윤식 기자 = 27일 육군 21사단 GOP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이 지원한 휴대형 소독용 살포기를 사용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철책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2019.09.27. (사진=육군 21사단 제공)) ysh@newsis.com
【양구=뉴시스】한윤식 기자 = 27일 육군 21사단 GOP 장병들이 강원 양구군이 지원한 휴대형 소독용 살포기를 사용해 아프리카 돼지열병 확산 방지를 위해 철책 일대를 방역하고 있다. 2019.09.27. (사진=육군 21사단 제공)) ysh@newsis.com
[파이낸셜뉴스] 군 당국이 비무장지대(DMZ) 철책을 통과해 북한 지역에서 넘어오는 야생 멧돼지를 발견할 경우 즉시 사살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앞서 지난 2일 경기 연천군 DMZ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의 혈액을 정밀검사한 결과, 아프리카돼지열병(ASF) 바이러스를 보유한 것으로 확인됐다. DMZ내 발견된 야생 멧돼지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야생 멧돼지에 의한 ASF 전파시, 재난수준의 심각한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군 당국도 특단의 조치를 세웠다.


군 관계자는 4일 기자들과 만나 "DMZ를 넘어 GOP(일반전초) 후방지역으로 이동하거나, 한강하구 우리측 지역으로 올라오는 경우에는 현장에서 포획 또는 사살 조치를 통해 즉각 제압하라는 지침을 지난 6월 일선 부대에 내린 적이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최근에도 이같은 내용의 지침을 다시 한 번 강조했다고 전했다.

DMZ 후방지역에서의 조치는 해당지역 지자체·경찰과 협조해 수렵 면허 소지자를 동원해 야생 멧돼지를 포획 또는 사살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현재까지 DMZ 지역에서 멧돼지를 포획 또는 사살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와 관련한 군 당국의 조치를 북측에 통보했냐'는 질문에 군 관계자는 "협의의 대상이 아니어서 통보한 바 없다"고 밝혔다.

다만 유엔군사령부에는 "DMZ내에서는 사격하지 않고 남방한계선 이남으로 남하 할 경우 사격한다"고 통보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3일 국회 국방위원회 소속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2년간 9개 사단 13개소에서 GOP철책이 파손된 것으로 확인됐다.

하 의원은 "현재 보강공사가 진행 중인 곳은 5건"이라며 "특히 북한이 ASF 발생 사실을 국제 기구에 보고했던 2019년 5월 이후로도 철책 파손은 7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이에 "돼지열병을 보유한 북한 야생동물들이 철책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셈"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군 관계자는 "DMZ 철책은 기본적으로 3중 구조(북책, 중책, 남책)로 설치돼 있고, 현재까지 3중 철책이 모두 파손된 적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DMZ 철책을 포함한 모든 철책은 피해 발생시 임시 경계 철조망을 우선 설치하고 즉각적인 복구공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이 관계자는 "우리 지역 철책에는 과학화 경계시스템이 구축돼 있어 군은 경계태세에 문제가 없도록 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하 의원의 지적처럼 산사태로 철책이 유실되거나, 옹벽이 무너진 곳은 DMZ 지역이 아닌 동해안 해안가 철책이며, 해당지역은 지형여건상 급경사, 장애물 등으로 접근이 제한된다는 것이 군 당국의 설명이다.

군 당국은 "현 DMZ 철책 구조상 야생동물 등이 직접 유입될 가능성은 희박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다만 멧돼지가 철책을 넘어오지 못하더라도 멧돼지의 사체, 분변 등이 하천수나 작은 동물 등 매개체를 통해 남측으로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모든 가능성을 열어 두고 방역 및 인원·장비 등을 통제할 계획이다.

ju0@fnnews.com 김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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