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금융일반

'기울어진 판' 손해사정사 매출 99.1%, 모회사 보험사에 의존

뉴스1

입력 2019.10.04 15:30

수정 2019.10.04 15:30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2018.4.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2018.4.22/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민정혜 기자,박주평 기자,장도민 기자 = 대형 보험사의 손해사정 자회사가 지난해 올린 매출의 평균 99.1%가 모회사 보험사의 손해사정 위탁에 의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험사고가 발생했을 때 손해액과 보험금을 중립적으로 산출하기 위한 손해사정 제도가 보험사에 유리한 구조여서 개선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4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제윤경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6월말 기준 삼성생명서비스 손해사정의 삼성생명 매출 의존도는 100.0%(451억8400만원)였다. 한화손해사정의 한화생명 매출의존도는 97.1%(152억4400만원), KCA손해사정의 교보생명 매출의존도는 89.3%(144억9600만원)로 나타났다.

삼성화재애니카손해사정과 삼성화재서비스의 삼성화재 매출의존도는 모두 100.0%(각각 724억6700만원·267억8300만원)였다. 현대하이카손해사정과 현대하이라이프손해사정은 현대해상에 매출의 각각 98.5%(499억1500만원), 100.0%(330억4900만원)를 의존하고 있었다.


KB손해사정의 KB손해보험 매출의존도는 100.0%(547억3300만원)였다. DB손해보험의 손해사정 자회사인 DB자동차보험손해사정, DB CSI손해사정 역시 의존도 100.0%(각각 421억6300만원·204억9700만원)를 기록했다. DB CAS손해사정의 매출의존도는 99.6%(261억600만원)였다.

손해사정은 보험사고가 났을 때 질병이나 사고의 수준과 책임을 따져 보험금을 결정하는 업무다. 손해사정이 끝나야 산정된 보험금을 지급하는데, 대형 보험사들은 손해사정 업무를 맡는 자회사를 둬서 자체적으로 보험금을 산정한다. 사실상 보험사에 유리하게 보험금이 산정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렇다 보니 보험사에 대한 '보험금 및 제지급금 산정' 민원이 많다. 생명보험사 중 2015년~2019년 1분기까지 관련 민원 건수가 많은 보험사는 삼성생명(4607건), 한화생명(2543건), 교보생명(1825건) 순이었다. 손해보험사 역시 삼성화재(5141건), DB손해보험(3748건), 현대해상(3669건) 순으로 관련 민원이 많이 제기됐다.

애초 손해사정은 보험사고 이해관계자가 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그럼에도 보험사가 자회사에 손해사정을 몰아줄 수 있는 것은 보험업법 시행령에서 예외 조항으로 물꼬를 터줬기 때문이다.

시행령 99조에 따르면 자기와 이해관계를 가진 자가 모집한 보험계약에 관한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을 하는 행위가 금지돼 있다.
다만 보험사 또는 보험사가 출자한 손해사정법인에 소속된 손해사정사가 그 소속 보험사 또는 출자한 보험사가 체결한 보험계약의 보험사고에 대해 손해사정하는 것은 예외로 허용하고 있다.

제윤경 의원은 "자회사를 통한 보험금 산정이 모회사인 보험사 입장을 대변해서 정해질 우려가 크다"며 "자회사를 통한 손해사정이 보험소비자들의 손해와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시행령의 예외 조항을 삭제해 손해사정의 불편부당과 보험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를 확보하기 위한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시행령에 규정된 예외조항이) 아무 이유도 없이 한 건지 다른 이유가 있는 건지 한번 살펴보고 소비자 보호가 침해되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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