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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는 하셨어요?"…이춘재 자백 끌어낸 '프로파일러'의 한마디

뉴스1

입력 2019.10.05 13:16

수정 2019.10.05 13:57

© News1 김일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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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뉴스1) 이윤희 기자,유재규 기자 = “선생님 식사는 하셨어요?”

범죄심리분석관 프로파일러가 피의자들과 라포르(Rapport, 상호신뢰관계)를 형성하기 위해 하는 첫 말이다.

33년 동안 화성연쇄살인 행각을 숨겨온 이춘재(56)가 자신이 주범이라고 자백한 데에는 프로파일러들의 역할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게 대체적이다.

5일 뉴스1은 이춘재와 11번의 만남을 가지며 자백을 끌어낸 프로파일러들의 활약상을 살펴봤다.

이춘재 사건에 투입된 프로파일러들 가운데에는 2009년 10명의 부녀자를 살해한 강호순의 자백을 받아낸 공은경(40) 경위도 포함됐다.

강호순과 이춘재는 범행 시기, 수법 등만 다를 뿐 전 국민을 충격의 도가니로 몰아넣은 부녀자 연쇄살인범이란 점에서 범죄 성향이 같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점을 비춰볼 때, 공 경위는 강호순 사건과 같은 방법으로 이춘재의 자백을 받아냈을 가능성이 높다.


공 경위는 2007년 3월 경기남부경찰청 과학수사대에 배치됐다. 동료들은 그녀를 감성적이고, 솔직담백한 성격을 지닌 프로파일러라고 말한다.

공 경위는 동료 프로파일러 2명과 한 팀이 돼 강호순 사건에 투입된다.

이들은 강호순을 ‘선생님’ 또는 ‘씨’란 호칭을 써 불렀고, 그와 신뢰관계를 쌓아가며 자백을 유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자신의 활약상을 자랑스레 떠벌리며 결혼했냐고 물을 때는 아가씨도 됐다가, 아줌마도 됐다가, 세 아이 엄마가 되기도 했다.

상대가 기분이 안 좋아 보일 경우에는 “기분이 안 좋은 거 같은데 그러시냐” “혹시 제가 질문하는 게 싫으시면 말씀하셔라” “그럼 안하겠다”고 언급 한 뒤 돌아오는 반응을 보고 조사를 이어갔다.

조사실 내부에서 감도는 어색함을 없애는 것은 라포르 형성을 위해 가장 중요했다.

“식사는 하셨어요” “괜찮아요. 어디 불편하신 곳 있으면 말씀해 주세요” 란 말로 (강호순과)라포르를 형성해 나갔다.

이춘재 자백 역시 이런 과정 끝에 나온 결과물로 유추된다.

이춘재는 9차 대면조사가 있던 지난 1일 입을 열었다. 자신이 화성사건의 주범임을 자백했고, 5건의 추가 범행과 30여차례 강간도 했다고 진술했다. 전날(4일) 이뤄진 11차 대면조사에서는 모방범죄로 종결된 8차 사건도 자신이 한 짓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지난달 18일부터 모두 11차례 대면조사에 나선 프로파일러들이 이뤄낸 성과였다.

과거 강호순 사건 때도 그랬고, 흉악범들과 고도의 심리게임을 벌이는 프로파일러들을 만나기는 지금도 쉽지 않다.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경찰 관계자는 “(이춘재)대상자가 8차 사건도 본인소행이라고 진술했다”며 “진술의 신빙성 여부 등에 대해 수사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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