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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혜진의 글로벌부동산]美맨해튼 집값, 2010년 이후 최대폭 하락

서혜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01:09

수정 2019.10.06 01:09

[서혜진의 글로벌부동산]美맨해튼 집값, 2010년 이후 최대폭 하락

미국 뉴욕시 맨해튼 부동산 중간 매매가격 및 거래건수 추이(출처=밀러사무엘, 더글라스엘리먼)
미국 뉴욕시 맨해튼 부동산 중간 매매가격 및 거래건수 추이(출처=밀러사무엘, 더글라스엘리먼)


[파이낸셜뉴스] 올해 3·4분기 미국 뉴욕시 맨해튼 부동산 가격이 2010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하락했다. 부동산 매매건수 역시 줄었으며 특히 500만달러 이상의 초고가 주택는 1년 전에 비해 절반 가까이 거래가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해외 투자자들의 매수 감소, 부동산세 인상, 고급주택의 공급과잉, 경기침체 우려 확산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보고 있다.

■맨해튼 집값 하락하고 거래건수 줄어
미국 부동산 감정평가·컨설팅업체 '밀러사무엘'과 부동산중개업체 '더글라스엘리먼'이 지난 2일(현지시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맨해튼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70만달러(약 20억3490만원)로 전년동기 대비 14% 떨어졌다. 이는 금융위기 여파가 상당했던 2010년 이후 최대 하락세다.

매매건수도 크게 줄었다.


같은 날 뉴욕 부동산 중개업체 컴파스(Compass), 코어(CORE), 할스테드(Halstead Real Estate)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4분기 맨해튼 부동산 매매건수는 전년동기 대비 16% 감소했다.

특히 고가 주택 매매건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300만달러(약 35억9100만원) 넘는 고가 주택 매매는 1년전에 비해 15% 감소했고, 500만달러(약 59억8500만원) 이상의 초고가 주택은 45% 급감했다. 300만달러 넘는 주택은 최근 4년간 가장 적게 팔렸다.

시장에 매물로 나온 집이 팔리는데 걸리는 기간도 늘었다.

올해 3·4분기 맨해튼 부동산의 시장대기시간(시장에 매물로 나온 때부터 매매계약이 체결된 때까지의 기간)은 평균 192일로 조사됐다. 2012년 4·4분기 이후 거의 7년만에 최장기간 기록이다.

코어(CORE)의 시장분석 담당 대표인 가렛 데르데리앙은 포브스와 인터뷰에서 "올해 3·4분기는 내가 기억하는 한 의심할 것도 없이 가장 어려운 시기"라며 "한 때 매매가격이 가장 완만히 조정된다고 얘기됐었지만 (사실상) 거의 자유낙하했고 이같은 분위기는 경기침체가 한창인 때 나타나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세부담 증가와 경기침체 우려에 주택매수 '주춤'
맨해튼 부동산 시장이 10년래 최악의 상황을 맞은 이유는 △해외 투자자들의 지속적인 감소 △맨션세와 양도세 등 부동산세 인상 △고급 콘도의 공급과잉 때문이다.

특히 맨션세와 양도세 인상이 고가 주택시장에 상당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뉴욕시는 지난 7월 1일부터 100만달러 이상의 고가 주택에 일률적으로 매매가의 1%를 부과했던 '맨션세'를 구간별로 최고 3.9% 포인트까지 올리고, 고가주택에 대한 양도세도 0.25%포인트 추가 부과하고 있다. 이에 따라 300만달러 이하 주택을 팔고자 하는 집주인은 매매가격의 0.4%, 300만달러 이상 주택에 대해서는 매매가격의 최대 0.65%의 양도세를 내야한다.

결과는 고급주택 거래급감으로 나타났다.

올해 3·4분기 팔리지 않고 남아있는 맨해튼 주택 매물의 3분의 1 가까이가 300만달러 이상 고급주택이다. 전분기에는 이 비중이 9%에 불과했다.

올해 3·4분기에 팔린 맨해튼 콘도 매물의 83%, 공동주택 매물의 96%가 300만달러 이하 주택이었다.

데르데리앙 대표는 "전반적으로 300만달러 이하 주택은 연간 매매건수가 증가한 반면 300만달러 이상 주택은 감소했다"며 "이는 시장의 관심이 고급 주택에서 보다 접근가능한 주택으로 이동하고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맨해튼 부동산을 끌어내린 주 요인은 바이어들 사이에서 커지고 있는 경기침체 우려라고 컴파스(Compass)는 지적했다.

컴파스 관계자들은 "많은 사람들이 2008년을 돌아보며 잘못된 시기에 매입하는 걸 피하려고 한다"며 "이 때문에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낮더라도 자신의 (매수가능한) 가격 범위를 적절하게 재평가하고 좀 더 싸게 나온 매물을 선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 및 전문가들은 맨해튼 집값이 2년 가까이 하락했지만 바닥을 쳤다는 신호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고 입을 모았다.

할스테드의 다이앤 M.라미레즈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는 "3·4분기 통계는 더 정확하게 현재 시장 모습을 반영하고 있다"며 "바로 가격조정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밀러사무엘의 조나단 밀러 CEO 역시 "현재 시장에 불확실성이 많다"며 "앞으로 1~2년간 이같은 분위기가 계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sjmary@fnnews.com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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