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사할린 강제 동원 한국인 희생자 유골 14위 귀환

이유범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15:37

수정 2019.10.06 15:37

[파이낸셜뉴스] 대일항쟁기 일제에 의해 사할린에 강제 동원됐던 한국인 희생자 유골 14위가 고국으로 봉환된다.

행정안전부는 6일 한인 유해 14위를 인천공항을 통해 국내로 이송해 7일 천안 국립망향의동산에 안치한다고 밝혔다. 사할린 현지 공동묘지 10곳에서 수습돼 이번에 봉환되는 한인 유해는 14위다.

이들은 대일항쟁기 사할린에 강제로 끌려가 탄광, 토목공사, 공장 등에서 혹독한 노동에 시달렸으며 고국 땅을 그리다 한 많은 생을 마감해야 했다. 광복 후에도 일본 정부의 방치와 구(舊) 소련의 무관심으로 돌아오지 못하다가 1990년 한-러 수교가 이뤄지면서 귀환 길이 열렸다.

그간 정부는 2007∼2015년 사할린에서 한인 묘지 실태조사를 벌여 1395기의 한인 묘지가 있다는 사실을 파악해냈다.
한국과 러시아 양국은 2013년 5월 인도주의적 차원에서 한인 유골 발굴과 봉환에 합의했고, 그해 유해 1위가 국내로 처음 이송됐다.

2014년 18위, 2015년 13위, 2016년 11위, 2017년 12위, 2018년 16위에 이어 올해도 14위를 고국 땅에 모셔와 그간 봉환 유해는 총 85위로 늘었다.

아버지 고(故) 이석동(1915~1987년)씨의 유해를 봉환한 아들 이희권(77)씨는 "1980년대 초 우연히 아버지에 대한 소식을 알게 됐는데 살아생전 고국에 돌아오는 것이 꿈이셨다고 했다"며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따뜻한 고국 땅에 모셔 평생의 한을 조금이나마 풀어드린 것 같아 더없이 기쁘다"고 말했다.

할아버지 고 정용만(1911~1986년)씨의 유해를 봉환한 손자 정용달(51)씨는 "1943년 초여름 논에 물 대러 나갔다가 징용에 끌려간 남편과 생이별을 한 94세의 할머니는 6살 사내 아이와 뱃속의 딸을 홀로 키우며 한 많은 삶을 사셨다.
남편이 한 줌의 유골로 돌아왔지만 할머니도 기뻐하실 것"이라며 "이미 선산에 할아버지께서 영면하실 산소까지 조성해놨다"고 전했다.

정부는 현재 사할린 지역의 한인 희생자 유해 봉환 사업과 강제징용 한인들의 기록물 수집이 원활하게 추진되도록 러시아 정부 측과 '정부협정'을 추진 중이다.


진영 행안부 장관은 "70여 년이 지나서야 비로소 고국으로 돌아오신 영령들께서 편히 영면하시기를 기원한다"며 "중국 해남도와 태평양 지역 등 국외로 강제동원 됐다가 여태 돌아오지 못한 희생자를 고국으로 모셔올 수 있도록 유해 봉환 사업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leeyb@fnnews.com 이유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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