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임신 초기·말기만 근로시간 단축… 예비맘은 오늘도 힘들다

오은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17:47

수정 2019.10.06 17:47

현재 12주 이전 36주 이후만
하루 2시간 근로시간 줄여줘
임신근로자 3분의1 퇴사 선택
2020년부터 全기간 적용 추진
관련법안 5개월째 통과 안돼
#. 서울 여의도에서 출퇴근하는 임신 14주차 박모씨(33·여)는 매일이 지옥이다. 아무리 정시에 퇴근해도 오전 8시와 오후 6시의 '지옥철'을 서서 견디기는 힘들기 때문이다. 불과 2주 전까지만 해도 회사에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을 신청해 2시간 일찍 퇴근했지만, 현행법상 13주차부터는 신청할 수 없어 임신 말기까지 다시 기다려야 하는 상황이다. 박씨는 "퇴근길 한 시간 내내 서서 오면 다리도 저린 느낌이고, 머리도 핑 돈다"며 "조심해야하는건 임신 전 기간 마찬가지인데 특정 기간만 쓸 수 있는 점이 아쉬워 개인휴가라도 낼까 생각 중"이라고 토로했다.

■"2020년부터 시행한다면서…"

6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현행법상 임신기 여성노동자는 임신 12주 이전, 36주 이후에는 임신기 근로시간 단축 청구권을 사용해 임금 삭감 없이 2시간 단축근무가 가능하다. 문제는 13주부터 35주까지는 사용할 수 없다는 점이다.
때문에 박씨처럼 힘듦을 호소하는 임산부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관련 법안은 구체적인 논의 없이 국회에 여전히 계류중이다. 노동부는 지난 2017년 12월 임신한 여성근로자의 퇴사를 최소화하기 위해 오는 2020년부터 임신 중인 여성근로자가 원할 경우 근로시간을 2시간 단축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여성 일자리 대책'을 발표했다. 현행법상 임신 12주 이전, 36주 이후만 허용됐던 청구권 사용 가능 기간을 전 기간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었다. 실제로 2015년 기준 고용보험상 임신근로자는 약 15만명이지만 출산근로자는 10만명에 그쳤다. 임신근로자 중 5만명은 퇴사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2020년이 3개월도 채 남지 않은 10월 현재 관련 내용은 여전히 논의중이다. 사업주를 위한 지원 방향도 논의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국회에 관련 법안이 상정돼 있는데, 환경노동위원회에서 세부 내용이 정해지고 법안이 통과돼야 시행이 가능하다"며 "2020년부터 시행하겠다는 내용은 계획이기 때문에 현실적으로 법안이 통과되지 않으면 시행은 어려운 상황"이라고 책임을 떠넘겼다.

■관련 법안은 국회서 '낮잠'

현재 국회에 계류된 임신기간 근로시간과 관련된 법안은 두 가지가 대표적이다. 지난 6월 신보라 자유한국당 의원이 발의한 '건강한 출산 3종 패키지 법안'과 김부겸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5월 발의한 '직장인 임산부 출퇴근 시각 조정' 법안이다. 신 의원의 개정안은 임신기간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제도의 제한 규정을 삭제해 임신 전 기간에 근로시간 단축제도를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고용노동부의 여성일자리 대책과 같은 내용이지만 아직 법안소위에도 상정되지 못하고 국회에 계류 중이다. 김 의원의 개정안은 임산부 근로자가 근로시간을 유지하는 범위 내에서 업무 시작과 종료 시각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한다.
김 의원실 관계자는 "정기국회에서 통과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행이 늦어질수록 임산부와 임신을 계획하는 예비 산모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최근 둘째를 계획하고 있는 워킹맘 김모씨(35)는 "첫째 때도 있는 법을 사용하기 쉽지 않아 눈치를 엄청 봤는데, 2020년부터 2시간 단축근로가 임신 전 기간 시행된다는 얘기를 들어 기다리고 있지만 감감무소식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onsunn@fnnews.com 오은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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