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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기 기술유출 피해 6년간 8000억 '솜방망이 처벌'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6 17:50

수정 2019.10.06 17:50

年 400건 발생에 기소율 18%
혐의입증 어려워 실형은 9.7%
중기 기술유출 피해 6년간 8000억 '솜방망이 처벌'
#. 미생물을 이용한 환경정화전문업체 BJC는 대기업에 핵심기술을 탈취당했다고 주장한다. 중소기업기술분쟁조정위원회가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인정해 배상하라는 시정명령 및 조정권고를 내렸고, 특허청도 기술탈취를 인정해 시정권고를 통지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작 법원은 대기업의 기술탈취를 인정하지 않았다.

지난 6년간(2013~2018년) 중소기업 기술유출 피해액이 약 8000억원에 달한다는 조사결과가 발표됐지만 사법부의 처벌은 여전히 관대한 것으로 드러났다. 연평균 400건 이상 발생하는 기술유출에 대한 검찰 기소율은 20%를 밑돌았다.

법원의 자유형(금고·징역형) 선고율은 9.7% 수준이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금태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갑)이 법무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4년부터 2018년까지 검찰은 연평균 452건의 기술유출 범죄를 접수했다. 이 기간 기술유출 범죄 혐의를 받은 사람은 총 4987명이었고 검찰은 이 중 17.9%에 해당하는 892명만 기소했다. 나머지 82.1%는 기소유예나 혐의 없음, 공소권 없음으로 처리했다.

기술유출 범죄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영업비밀누설 등)'과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에 해당한다. 하지만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판결은 솜방망이에 가깝다.

같은 기간 1심 기준 부정경쟁방지법 위반과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자유형을 선고받은 비율은 각각 9.7%와 9.1%였다. 기술유출 사범의 재판 접수는 5년간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689명, 산업기술보호법 위반 33명으로 조사됐다. 두 혐의를 합산해 따져본 기술유출 범죄 실형선고율은 고작 9.7%였다.

기술유출 범죄에 대한 법원의 관대한 처벌은 일반 형사사건과 비교했을 때 도드라진다. 법원은 1심 기준 전체 형사범에 대해 실형 21.5%, 무죄 5.8%를 선고했지만 기술유출 범죄자에 대해서는 실형 9.7%, 무죄 24.5%를 선고했다.

중소기업계는 사법부가 기술유출 범죄에 관대한 이유로 기술유출을 증명하기 어려운 현실과 안일한 인식을 지적한다. BJC의 경우처럼 특허청이나 중기분쟁조정위가 기술유출을 당했다는 사실을 인정해도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경우도 있다.


특히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이 직접 기술유출 방지를 위한 양형기준 상향을 지시했음에도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2017년 이미 한 차례 양형을 상향조정했다는 이유로 관련사안을 부결시킨 바 있다. 하지만 2017년 산업기술보호법 위반으로 인한 자유형 선고 비율이 50.5%였던 반면 2018년엔 0%로 감소해 "이미 양형을 강화했다"는 대법원 주장이 무색해진 상황이다.


금태섭 의원은 "산업기술 유출은 해당 기업은 물론 국가경제에도 심각한 피해를 주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법당국의 관대한 처벌이 이어지고 있다"며 "수사역량 강화와 국내외 관련기관과의 긴밀한 협조를 통해 혐의입증을 강화하고 형사 제재 강화를 통해 불법 기술유출을 근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juyong@fnnews.com 송주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