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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30% 더 비싼데…토종 스타트업, 왜 미국계 '위워크'에 목맬까

뉴스1

입력 2019.10.07 06:45

수정 2019.10.07 1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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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앞으로 한국이 집중해야 할 것은 첫째도 인공지능, 둘째도 인공지능, 셋째도 인공지능이다." 지난 7월 방한해 문재인 대통령을 만난 '투자의 귀재'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이 던진 화두는 '인공지능'(AI)이다. 하지만 정작 기술기업이 아닌 '부동산 임대업'에 열을 올리다 일대 위기에 내몰렸다. 한때 '부동산계의 우버'로 불린 '위워크(WeWork)'의 민낯이 드러나면서다. 위워크의 추락은 '제2의 IT 버블' 우려까지 낳고 있다. 뉴욕타임스(NYT)는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독을 풀었다"고 꼬집었다.
미국발(發) 위워크 위기, 한국은 안전지대일까?

(서울=뉴스1) 이수호 기자 =
"임대료가 타 공유오피스 대비 30% 이상 비싸요. 그래도 위워크에 입주해야 투자 유치 가능성이 커져요." (국내의 한 유통 스타트업 관계자)


국내 토종 공유오피스보다 이용료가 많게는 30%가량 더 비싼데도 불구하고 혁신 이미지로 '후광효과'를 기대하는 스타트업들이 위워크 입주를 선호한다는 설명이다.

이때문에 국내에만 20개의 지점을 두며 공유오피스 시장을 장악한 위워크가 국내 토종 벤처 생태계의 '버블'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위워크는 일본계 투자사 소프트뱅크비전펀드가 대주주로 있는 공유오피스 업체다.

◇위워크, 경쟁사 대비 30% 비싸도 인기…왜?

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서울 강남 일대 위워크 입주사들이 직원 1인당 평균 80만원의 임대 비용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 숫자와 집기 대여, 사무실 임대 형태(프라이빗, 전용, 핫데스크 등) 등 상황에 따라 비용은 제각기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경쟁사(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 대비 30% 더 비싼 금액을 임대료로 지불하고 있다는 것이 입주사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강남권 위워크 입주사 관계자는 "10여명의 인력을 운영한다고 가정하면 강남권 패스트파이브의 입주금액은 1인당 60만원 수준"이라며 "위워크보다 20만원 정도 더 저렴하다고 보면된다"고 말했다.

사실 입주사 대부분 직원 20인 미만의 스타트업이 절대 다수다. 이들이 빡빡한 살림에도 토종 공유오피스 대신 비싼 위워크에 입주하는 이유에 대해 관련업계에선 "별도의 업무장비 등을 구입하지 않아도 된다는 편리함보다는 투자를 빨리 받겠다는 목적이 반영된 것"이라고 주장한다.

과거 위워크에 입주했던 스타트업 A사 관계자는 "보안이나 근무환경 등은 같은 지역 내 경쟁사인 패스트파이브, 스파크플러스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지만 위워크의 대주주인 소프트뱅크비전펀드 또는 소프트뱅크가 국내 투자를 위해 만든 소프트뱅크벤처스 눈에 띄기 위해 값비싼 임대료를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위워크에서 직간접적으로 소프트뱅크 관계자를 만나 자사서비스를 소개하는 자리를 갖고, 이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거나 인맥 형성을 노린다는 것이다.

문제는 기술개발과 인력확충 등을 위해 사용돼야할 스타트업의 투자금이 위워크 임대료로 상당부분 쓰이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외국계 자본인 위워크가 공유오피스 시장을 독점하면서 국내 스타트업의 창업 비용 증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지난 2016년 8월 강남점을 시작으로 국내에 진출한 위워크는 지난 4월 부산에 진출, 현재 국내 공유오피스 시장의 압도적인 선두업체로 올라섰다. 후발주자인 패스트파이브와 스파크플러스의 지점을 다 합해도 위워크보다 규모가 작다. 최근에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직접 사무실 인테리어 서비스 업체 '알스퀘어'에 투자를 진행하며 임대사업의 외연을 확장하고 있다.

VC 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도 높은 임대료 탓에 혁신 기업의 발굴이라는 애초의 슬로건을 잊고 부동산 임대업에 급급하다는 비판이 적지 않다"며 "국내 벤처 생태계 방어를 위한 정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위워크發 벤처 커품 논란…토종 VC도 우려

위워크는 수익성을 담보하지 못한 채 '몸집'만 키운 '절름발이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스타트업)의 단면을 보여준다는 지적이다. 이 과정에서 '혁신의 가면'에 가려진 기업가치 산정의 부작용도 드러났다. 빌 아우렛 메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경영대 교수는 "(스타트업들이) 소비자가 무엇을 진정으로 원하는지 파악하고 이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법을 깨닫기도 전에 수십억달러를 투자 받고 있다"면서 스타트업들의 헝그리 정신이 사라졌다고 지적했다.

문제는 이같은 고밸류 책정 투자방식이 국내에서도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이다. 경쟁사에 뺏기지 않기 위해 실제 가치보다 높은 가치를 책정, 투자하는 관행을 소프트뱅크가 주도하고 있다는 것이 국내 벤처캐피탈(VC)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위워크로 촉발된 거품논란이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소프트뱅크의 한국 내 지주회사인 소프트뱅크코리아는 2000년 창업투자 자회사 '소프트뱅크벤처스'를 설립해 초기 스타트업에 적극적인 투자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소프트뱅크벤처스는 지난 2000년 이후 국내에 90여건, 2400억원의 투자를 진행한 국내 VC업계의 큰손이다. 헬로네이처, 선데이토즈, 코빗 등 성공사례도 적지 않지만 쏘카 등 대다수의 업체가 외형적인 성장대비 영업익을 내지 못하고 있거나 국내 대기업과 직접적인 경쟁 관계에 놓인 곳이 다수다.

국내 VC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프트뱅크벤처스가 최근 3년간 투자에 나선 국내 기업들 대부분 외형성장 대비 수익률이 좋지 않거나, 경쟁상황이 녹록치 않은 상황에도 시장가치의 2배가 넘는 밸류를 인정받아 투자를 유치했다"면서 "소뱅의 무리한 투자에 토종 VC들도 보폭을 맞추지 않으면 투자처를 구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스타트업이 지속적인 수익모델을 찾는 대신, 쉽게 받은 투자로 거품만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다. 뉴욕타임스(NYT)가 "소프트뱅크가 스타트업 생태계에 독을 풀었다"고 지적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 다른 인터넷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액이 사상최대 규모로 늘어났지만 이미 미국에서 벤처버블 붕괴의 신호가 곳곳에서 발견돼 우려가 적지 않다"며 "옥석가리기가 명확하지 않아 정작 투자를 받아야할 기술업체가 외면받고 위워크를 공략한 겉멋이 든 스타트업에 돈이 흘러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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