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김명길 "2주 내 협상 재개?..역겨운 회담 원치 않아"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09:23

수정 2019.10.07 09:45

"새로운 셈법 없는 역스런 협상 없다" 밝혀
北 미국에 자신들 원하는 것 내놓으라 공박
연말 전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은 아직 있어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북미 실무협상 북측 수석대표 김명길(가운데)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의 북한 대사관 앞에서 성명서를 낭독하고 있다. 김명길 대사는 성명을 통해 “미국과의 협상이 우리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고 결렬돼 매우 불쾌하다”라며 “미국이 구태의연한 입장과 태도를 버리지 못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반면 모건 오테이거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북한 실무진과 좋은 논의를 했다'면서 2주 이내에 북미 간 실무협상을 재개하는 내용의 스웨덴 측 초청을 수락했으며 북측에도 이를 제안했다고 밝혔다.
/사진=뉴시스
[파이낸셜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를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귀국길에 올라 "미국이 기대하는 것처럼 2주 안에 실무협상이 재기될 수 있을지 의심스럽다"면서 "우리는 이번처럼 역겨운 회담이 다시 진행되기를 원치 않는다"고 강경하게 발언했다.

6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귀국길에 오른 김 대사는 러시아 세레메티예보 공항에서 비행기 환승을 하며 이 같이 밝혔다. 그의 강경 발언은 2주 내 재협상은 현재로선 의미가 없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가지고 나오라는 공박을 한 셈이다.

이번 실무협상이 결렬된 이후 스웨덴 정부는 미국과 북한에 2주 안에 실무협상을 재개하자고 제안했고, 미국은 긍정적 반응을 내놨지만 북한이 어떤 반응을 내놨는지는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김 대사의 발언을 고려하면 북한은 부정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보인다.

이날 러시아 공항에서 김 대사는 "지난 6월 30일 판문점 조미 수뇌회동 이후 지금까지 90여일이 지났음에도 미국은 새로운 셈법을 들고 나오지 못했다"면서 "그런데 짧은 2주 안에 세계사적 관심에 부응하는 셈법을 어떻게 들고 나올 것인지 매우 의심된다"고 덧붙였다.

그동안 시간 여유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새로운 셈법을 제시하지 못했고 실무협상까지 결렬됐는데, 2주라는 짧은 시간 안에 미국이 자신들이 원하는 전향적 조치를 가지고 나올 가능성은 사실상 희박하다는 것이다.

김 대사는 7일 오전 베이징 서우두 공항 3터미널에 도착한 자리에서도 향후 협상의 전망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추후 회담은 미국측에 달려있다"면서 '미국이 어떻게 제안해야 수용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도 "그건 미국측에 물어보라"고 말했다. 미국에 공을 넘긴 셈이다.

미국이 2주 내 협상 재개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밝혔지만 북한이 강한 의구심을 드러내고 있는 현 상황에서 스웨덴 정부의 제안대로 상황이 진행될 가능성은 낮다.
북한은 이번 협상 결렬 이후 성명 발표에서 미국에 연말까지 새로운 셈법을 내놓을 것을 강조했다.

한편 이번 실무협상이 하노이 2차 북·미 정상회담 이후 교착상태에 빠진 비핵화 국면을 돌려 세울 것이라는 기대감이 있었음에도 허망하게 결렬된 배경을 두고 일각에서는 북한이 '시간 끌기' 전략을 통해 미국을 압박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즉 북한은 재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 발 탄핵 소동 등 국내 정치적 위기를 겪고 있고, 실무협상 직전 자신들이 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에도 별 다른 대응을 못했기 때문에 시간을 끌면 더 유리한 지점에 설 수 있다고 믿고 있다는 것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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