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북한

김정은, 방중·답방·북미정상회담 다 꼬였다

김병덕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0:34

수정 2019.10.07 10:34

예상보다 늦은 10월초 실무협상...성과없이 결렬
북, 연말 협상재개 의사...연내 정상회담 어려워
북중수교일 직전 협상 열려...방중에도 영향
[파이낸셜뉴스] 북한이 숨겨뒀던 잠수함 발사 탄도미사일(SLBM)까지 발사하며 미국을 압박했지만 실무협상은 '노딜'로 끝났다. 더구나 후속 협상 일정도 잡지 못해 김정은 위원장의 연말 행보에도 변동이 불가피해졌다. 북중수교 70주년 기념일 방북도 건너뛴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입맛이 쓸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열린 북미실무협상 결렬 직후 김명길 북측 수석대표는 "미국측이 우리와의 협상에 실제적인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라 협상을 중단하고 연말까지 좀 더 숙고해 볼 것을 권고했다"고 밝혔다. 미국이 2주 후에 다시 협상을 하자고 제안했지만 김명길 수석대표는 귀국길에 "2주 내 어떻게 새로운 셈법을 만드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번 스톡홀름 일정이 사실상 북한의 통보형식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다음 협상 개최도 북측의 손에 달린 셈이다.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2019.09.17.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지난 10일 초대형방사포시험사격을 현지지도했다고 조선중앙TV가 11일 보도했다. 2019.09.17. (사진=조선중앙TV 캡처) photo@newsis.com
실무협상 결렬은 김정은 위원장의 연말 행보에도 영향을 주게 됐다. 당초 북한은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관련 조율을 마친 후 연내 3차 북미정상회담을 열어 최종 사인하는 그림을 그렸다. 실무협상 보다는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에 의존하는 과거의 방식과는 정반대의 계획이었다. 실무협상을 소홀히 했다가 노딜로 끝난 하노이 북미정상회담의 학습효과인 셈이다.

결국 실무협상에서 비핵화 관련 어느 정도 합의를 이끌어내야 하지만 북한이 시기를 연말로 권고해 사실상 연내 북미정상회담은 물건너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2주만에 실무협상이 열릴 가능성이 희박한데다 양측의 눈높이가 너무 달라 합의가 이뤄질지도 미지수다. 정상회담을 위한 별도의 트랙이 없다면 시간은 더 걸린다. 때문에 전문가들은 연내 북미정상회담이 개최되려면 9월초에는 실무협상이 열려야 한다는 시각이었다.

정부가 기대한 11월 답방은 더 힘들다. 국정원은 지난달 국회 보고때 북미간 실무협상 진척에 따라 김정은 위원장이 11월 부산 한·아세안 특별정상회담에 참석할 수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북한의 체제 특성상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지만 성사만 되면 김정은 위원장이 공식적으로 외교무대에 등장하는 행사가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첫 실무협상에서 결렬을 선언하며 50여일 밖에 남지 않은 한·아시안 특별정상회담에 등장할 가능성은 사실상 사라졌다.

북중 수교 70주년을 맞아 지난주 중국을 방문할 것이라는 전망도 빗나갔다.
공교롭게도 실무협상이 수요일인 10월 6일 직전인 5일로 잡혀 김정은 위원장으로서는 방중의 여유가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cynical73@fnnews.com 김병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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