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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전시중단 소녀상 매입자 "日정부 보조금 취소는 검열"

뉴스1

입력 2019.10.07 14:43

수정 2019.10.07 14:43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됐던 김운경·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 뉴스1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됐던 김운경·김서경 작가의 '평화의 소녀상' © 뉴스1


'평화의 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영화제작자 탓소 베넷. <출처=탓소 베넷 트위터> © 뉴스1
'평화의 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영화제작자 탓소 베넷. <출처=탓소 베넷 트위터> © 뉴스1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일본 국제예술제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에서 전시가 중단된 평화의 소녀상을 매입한 스페인 사업가가 일본 정부의 예술제 예산 지원 중단을 "또 다른 형태의 검열"이라고 비판했다.

스페인 바르셀로나 소재 영화제작사 미디어프로의 탓소 베넷(62) 공동경영자는 아사히신문과의 지난 4일자 인터뷰에서 "작품 자체의 전시를 금지하면 비판을 받으니까 보조금 (지급을) 그만두는 것은 간접적으로 작용하는 다른 형태의 검열"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일본 문화청은 아이치현의 정부 보조금 신청 과정에서 심사에 필요한 정보가 누락됐다면서 행사에 7800만엔(8억6900만원)을 지원하려던 방침을 백지화했다.

지난 8월 아이치 트리엔날레의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에 출품됐던 평화의 소녀상은 우익 세력의 테러 협박을 이유로 사흘만에 전시가 취소됐었다.

전시 중단 소식을 접한 베넷은 김운성·김서경 작가에게 연락해 소녀상을 매입했다. 베넷은 자신이 소녀상을 사들인 이유를 "표현의 자유의 벽에 직면한 대표적인 제품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베넷은 "편견을 조장한다는 이유로 비공개되는 작품도 있지만 편견을 조장하는지에 대한 판단은 관객에게 맡겨야 한다"면서 "지금 시민들은 정부에 보호받는다는 생각을 한다. 정부는 뭐든지 통제하고 시민들은 자신들에 대한 자유의 제한도 받아들이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안전을 이유로 검열을 하는 경우도 있다고 아사히신문은 설명했다. 프랑스에선 지난 2015년 이슬람교 창시자 무함마드를 풍자한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가 습격당한 직후 여성 구두를 이슬람 예배용 깔개 위에 늘어놓은 작품의 전시를 철회했었다.

베넷은 "테러를 무릅쓰고 전시를 해야 한단 말은 아니다"면서 "단지 어떤 형태로든 검열이 이뤄졌다는 사실을 전하고 싶을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계 각지에서 정치나 종교, 도덕 등을 이유로 검열된 작품 60여점을 매입해온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금까지 맥도날드의 광대 캐릭터를 십자가에 매달아둔 작품이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나신을 그린 그림 등을 구입했다.


베넷은 스페인 바르셀로나에 미술관을 건립하고 내년 각국 정부의 검열로 전시되지 못한 작품을 모아 대중에 공개한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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