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정치일반

사라진 정치에 갈라진 광장…뒤늦게 터져나온 '국회 자성론'

뉴스1

입력 2019.10.07 15:33

수정 2019.10.07 16:07

문희상 국회의장과 야 4당 대표들이 7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문 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019.10.7/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문희상 국회의장과 야 4당 대표들이 7일 오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초월회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를 나누고 있다. 왼쪽부터 심상정 정의당,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 문 의장, 손학규 바른미래당,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이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이해찬 대표는 참석하지 않았다. 019.10.7/뉴스1 © News1 이종덕 기자


(서울=뉴스1) 장은지 기자 = '광화문'과 '서초동'으로 국론이 갈라지면서 정치 실종이라는 '자성론'이 국회에서 제기되고 있다. 광장에 자리를 내준 정치가 스스로 무너지며 날선 언쟁만 벌이는 사이, 민생 현안에는 먼지만 쌓여가고 있는 것이다.


광장의 목소리를 여야가 저마다의 셈법으로 재단하고 해석하며 집회에 모인 인원을 두고 세 대결을 벌이는 지경까지 치닫자 정치권이 뒤늦게 '의회정치 복원'을 외쳤다. 가까스로 여야는 '정치협상회의'를 신설하는데 만장일치로 합의했다. 여야 5당 대표가 만나는 회의를 정례화하겠다는 고육지책 차원이다.

'정치협상회의'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주 제안한 것으로, 7일 여야 5당 대표와 국회의장의 '초월회' 회동에서 전격 합의가 이뤄졌다. 다만 이해찬 대표가 이날 회동에 불참하면서 빛이 바랬다. 정파 등 모든 것을 초월해 논의하고 협력하자는 의미를 담은 '초월회'는 매월 첫째 주 월요일에 오찬 회동을 겸해 열린다.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날 오후 브리핑에서 "정치협상회의는 당면한 정치현안에 대한 실질적인 최고위급 단위의 회의로, 첫 모임은 오는 13일(국회의장 순방 출국) 전에 열린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시로 여야 5당 대표와 국회의장 주재 전체회의 이외에도 양자나 삼자간에도 계속 만나자는 것이 의장의 제안"이라고 설명했다.

작심한 듯 문 의장은 이날 초월회 인사말에서 "우리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습니까"라고 개탄했다.

그는 "민생은 내팽개치고 진영싸움에 매몰돼, 국민을 거리로 내모는 그런 형국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고단한 국민의 삶마저, 그 일상마저 흔들고 있다"고 일침을 가했다.

문 의장은 실종된 정치 복원을 거듭 호소했다. 그는 "이대로 가면 대의민주주의는 죽습니다"라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정치실종의 장기화는 민주주의 자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다는 심각한 위기의식을 가져야 한다"며 "서초동과 광화문의 외침이 여의도로 머리를 돌리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여야의 정쟁 중단을 촉구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정치의 실종'이란 문제의식에 대해 "의회 정치의 실종은 큰 문제라고 생각한다"면서도 "국민들이 광장으로 뛰쳐 나간 이유 중 하나는 대통령과 청와대가 국회를 철저하게 무시하기 때문"이라고 청와대에 화살을 돌렸다.

다른 정당들 역시 분열과 갈등의 수습에 의견을 모았지만, '내 탓이다'라며 고개를 숙이진 않았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한쪽에선 문재인 하야·정권 퇴진 얘기가 나오고 또 한쪽에선 '정경심 사랑해요'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며 "정권과 패권 코드에 의해서만 갈리니 무얼 할 수 있겠느냐"고 일갈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는 "3년 만에 촛불이 2개로 갈라졌다"며 "분열과 갈등을 수습하는 것이 정치의 책임이다"라고 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이해찬 대표 불참에 아쉬움을 드러냈다. 심 대표는 "오늘 좀 더 검찰개혁, 정치개혁을 같이 묶어서 하는 제안을 드리고 싶었는데 (이해찬 대표가)안 나오셔서 좀 아쉽다"며 "전쟁 중에도 서로 대화하고 협상을 하는데…"라고 언급했다.

한편 이 대표 측은 이날 초월회 불참 이유에 대해 "초월회가 민생을 도모하는 장이 아니라 정쟁을 위한 성토의 장으로 변질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민주당 관계자에 따르면, 이 대표는 초월회가 제 기능을 회복할 때 복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에대해 문 의장은 "잔칫날에 주례하러 왔는데 신부는 있고 신랑만 빠진 것 같아 마음이 허전하다"고 에둘러 여당 대표의 불참에 서운함을 나타냈다.

다만 이날 여야 합의과정엔 불참했지만 이 대표 역시 정치협상회의 신설·운영에 찬성할 것으로 관측된다.
애초에 '정치협상회의'를 이해찬 대표가 제안했기 때문에 입장을 바꿀 가능성은 낮다는 것.

이 대표의 회의 수용 여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한민수 국회 대변인은 "이해찬 대표 본인이 제안한 것"이라면서 "4당 대표가 합의했고 민주당 쪽에도 (정치협상회의에 대해)상세히 전달했고 그것으로 갈음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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