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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마쿼크' 안두진이 말한다 '보이지 않는 힘으로 되어진 내 그림'

뉴시스

입력 2019.10.07 16:02

수정 2019.10.07 16:08

이화익갤러리에서 3년만의 개인전 '조류:고오오오-' 10년간 탐구한 '이마쿼크' 회화 완결판 20점 전시
【서울=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6일 오전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안두진 작가가 이마쿼크의 집합체, 쿠쿠쿠쿵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0년간 그려온 '이마쿼크' 완결판을 10일부터 선보인다. 2019.10.06.hyun@newsis.com
【서울=뉴시스】박현주미술전문기자= 6일 오전 서울 송현동 이화익갤러리에서 안두진 작가가 이마쿼크의 집합체, 쿠쿠쿠쿵 작품앞에서 포즈를 취했다. 10년간 그려온 '이마쿼크' 완결판을 10일부터 선보인다. 2019.10.06.hyun@newsis.com

【서울=뉴시스】안두진 작가 = ◆애쓰는 사람
그림이 그 자체가 된다는 것, 그림이 자연물이 된다는 것은 그림이 그려진다는 것이 아니라 되어지는 것이다. 그림이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 그렇다면 두 가지다.
그림이 그림을 그린다고 상상하던지 그림 안에서 내적 주체? 동력?이 있음을 찾아내던지...

그렇다면 작가는? 이 두 가지의 견해 속에 작가는 어디에서도 주인공이 될 수 없다. 조연3 정도? 억울해 할 필요는 없다. 이것은 이미 말레비치가 <검정 위의 검정>에서 회화의 형태를 물질적 바탕에서 작가의 정신과 관념적 구성의 여지를 없애는 방식으로 연결고리를 끊었을 때 이미 예견된 일이다.

단지 상상의 충실한 심복이거나 사이좋게 물감을 들어 옮기는 의좋은 형제일 것이다. 그 어느 쪽이든 작가는 개별 영역의 경계에서 비스무레한 색깔을 가진 동류의 인간이다. 애쓰는 사람이다.

【서울=뉴시스】안두진, 떼구르르, D4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서울=뉴시스】안두진, 떼구르르, D4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변하지 않는 사건
그림이 자연물이 된다는 이 어처구니없는 명제에 그림의 입장이 아닌 자연물의 입장에서 생각을 해보자. 아마 네가? (자연물이라고?) 어디를 보고? 이럴 것이다.

생명 유기체 아니더라도 자연의 순환작용의 어디쯤에서 그려려니 하며 나타나서 광화문에서 적어도 50km이상은 떨어진 어느 산속에 쳐 박혀 있거나 도시의 개발 한쪽에서 산산히 부서져 있어야 자연물다울 것이다. 그래야 자연물이지. 그럼에도 스스로 되어졌다 우기는 이 그림을 자연물로 본다면 그 이유는 내면일 것이다- 사람은 속을 봐야 한다는 선조들의 말도 있지 않은가?

자연물은 여러 단계의 레이어 들로 구성된다. 이 레이어들은 통시적 관점에서 하나의 매커니즘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개별 레이어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은 지극히 개별적이다. 세포의 작용이나 분자 단위의 움직임 등은 작용과 현상에 충실한 뿐 전체 덩어리를 위해 충성하지 않는다.

세포단위, 분자단위, 원자의 단위는 각각 하나의 세계이다. 각자의 세계는 그보다 작은 세계, 그보다 큰 세계를 의식하고 행동하지 않는다. 자신의 세계보다 작은 것에서 만들어진 성질의 작용대로 움직일 뿐이다. 세포는 자신이 속한 기관이 어떻게 되길 꿈꾸지 않으며 분자는 정해진 방식대로 합쳐지며 원자의 주변에서 전자들이 움직이고 있다. 뿅! 뿅! 나타났다, 사라졌다 하면서. 각 개별 세계에서 벌어지는 성질과 작용은 절대 변하지 않으며 독립적인 개별성-사건을 가진다.

【서울=뉴시스】안두진, 뾰족한 27x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서울=뉴시스】안두진, 뾰족한 27x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오히려 각 층위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충실히 복제하며 보존하려든다. 그런데 이 보존의 속성이 메커니즘이 되어 덩어리를 구성하는 통시적 구축의 원리가 된다. 자연물이 된 그림은 이 부분을 모사한다. 그림의 기원이 미메시스고 어쩌면 부단히도 이 재현의 굴레를 벗어나고자 했던 현대미술의 실험이 그렇게 이어졌건만 여전히 재현이라니.. 하지만 굳이 현대미술의 문제를 짊어져야 할 이유는 없기에 자연의 구조를 재현하는 미술형식의 개념적 재현을 시도하였다.

이 재현의 방식은 자연의 추상적 의미-입자나 원자와 같은-들을 미술적 개념-이마쿼크-로 만들어 미술의 형식을 띈 덩어리들을 만드는 데 사용된다. 자연물이 가지는 목적성에 부합하는 구축을 ‘되어진 그림=자연물이 된 그림’은 I-원형의 구조 속에 대립과 충돌의 방식으로 구축하며 목적을 달성한다.

즉 분자단위의 불변성은 사건의 개별성-물감의 움직임-으로 환원시키고 보존 메커니즘을 통한 합목적성의 구조는 이마쿼크로 구성된 I-원형의 구조로 등치시킴으로 그림이 발생한 것이다.

【서울=뉴시스】안두진, 쿵!쿵 !112.1x145.5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서울=뉴시스】안두진, 쿵!쿵 !112.1x145.5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소음 : 요란
창밖은 늘 시끄럽다. 늘 공사 중이고 늘 자동차를 주자한다. 심지어 가끔 욕도 들려온다. 가득이나 평온하지도 착하지도 않은 성격에 소음은 늘 파열음을 불러일으킨다. 이 히스테리적 사건들은 마음을 불안하게 하며 안절부절 하게 만든다. 매일의 반복되는 이놈의 사건들은 나의 히스테리를 보존한다. 그것만큼 작업의 히스테리 또한 보존되어 그 둘은 내적 요란을 일으킨다. 내 살덩어리도 자연이지만 내 환경도 자연과 닮음을 강제로 이해한다.

자연의 내적 구조를 어떻게 미술의 형식으로 구현시키지? 란 질문은 들뢰즈가 언급하는 ‘보이지 않은 힘을 어떻게 보이게 할 것인가?’ 이 회화사의 질문과 유사하다. 다행히 보고 따라 풀 문제풀이 방식이 있다.

들뢰즈는 베이컨의 작품을 가장 훌륭한 대답 중 하나라고 한다. 훌륭한 대답인지 아닌지 묻지도 따지지도 않겠다. 무려 들뢰즈인데. 어쨌든 힘과 감각이 밀접하고 이것의 동요를 신체로 풀어낸 것에서부터 더 안으로 들어가 재앙적 움직임과 구상적 여건에서의 해방을 말하는 ‘사용된 돌발표시’까지 베이컨의 회화는 미술 안에서 히스테리컬한 사건들의 보존을 잘 보여준다.

이 얼마나 친절히 자연의 내적 구조와 닮았는가? 어쩌면 베이컨의 그림은 그의 사건의 갈등과 나의 안절부절함과 ‘되어진 그림’속의 자연의 구조를 그대로 재현한 것일 수도 있다. 전혀 상관없는 것들이 하나로 읽혀지는 은혜가 내린다. 그래서 되어진 그림, 자연물로서의 그림의 물감들은 베이컨의 사용된 돌발표시와 유사하다.

물론 그림 전체가 아닌 동일 색감이 존재하는 하나의 층위-위에서 언급했던 각각의 세계, 사건, 개별성을 일컫는다-에서만 국한해서다. 물감들은 늘 요동하고 부딪치고 지랄 맞게 뒤엉킨다. 그 움직임을 위해 움직인다.

【서울=뉴시스】안두진, 닮은 것과 닮은 꼴 Twins of nature and figures, 97.5x163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서울=뉴시스】안두진, 닮은 것과 닮은 꼴 Twins of nature and figures, 97.5x163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운동
운동이다. 끊임없는 운동이다. 입자물리학적 관점에서 멈춰있는 것들은 없다고 한다. 도저히 믿겨지지 않지만 원자단위에서는 전자가 빛의 속도로 움직인다고 한다.

도저히 믿을 수 없지만 지금 책상에 앉아있는 나는 빛의 속도로 있으며 그 빛의 속도로 몇 시간 째 이글을 쓰고 있으니 이 글의 거리는 태양계만큼이나 클 것이다. 어쨌든 끊임없이 움직이는 입자의 산물처럼 ‘되어진 그림’들의 물감들은 각 개별의 사건-층위에서 각자를 보전하기 위해 끊임없이 움직인다. 빛의 속도를 품은 물감들이 끊임없이 움직인다니 이 얼마나 이중부정보다 강한 강조인가!

그래서 이 그림들은 시끄럽다. 끊임없는 운동이 각 개별 사건에서 사건과 사건끼리 충돌하며 운동들이 된다. 부딪치는 사건들은 소음을 만들며 자연물이 된다. 자연물이 되는 과정은 너무나 시끄럽다. 하지만 다행히 인간의 귀엔 들리지 않는다. 지구가 돌아가는 소리가 들리지 않는 것처럼. 다행이다. 그래서 알려주고 싶다. 아마도 이런 소리겠지.

“ 고오오오- ”

【서울=뉴시스】안두진, 고오오오-(1), 163x1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서울=뉴시스】안두진, 고오오오-(1), 163x130cm, Oil and acrylic on canvas, 2019

작가 안두진= '이마쿼크'라는 자신의 가설을 기반으로 한 회화 작품에 몰두하고 있다. 이마쿼크(Imaquark)는 이미지(Image)의 ‘Ima-’와 복합소립자를 뜻하는 Quark의 합성어로 이미지의 최소단위를 뜻한다. 즉, 이미지의 최소단위를 설명하기 위해 만든 단어로 자연의 미시세계의 추상적 개념을 미술적으로 전환하기 위해 만들어진 개념이다. 작가의 그림은 주관적인 생각이나 의도를 최대한 배제하고, '이마쿼크'들의 움직임이 만들어내는 이미지의 발생 과정을 보여준다. 자신은 "물감을 캔버스에 옮기는 역할만을 수행할 뿐"이라는 작가는 "내 그림은 이마쿼크들의 이동들로 스스로 그림이 되어진 것'이라고 한다.

1975년 경기도 수원 출생으로 홍익대학교 회화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하고 현재 홍익대학교 회화과 박사 과정을 수학하고 있다. 2005년 중앙미술대전 선정 작가, 2015년 제 2회 종근당 예술지상을 수상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경기도미술관 등 국내 주요미술관 뿐만 아니라 미국 영화감독이자 세계 미술계 주요 컬렉터 중 한 명인 올리버 스톤 컬렉션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이화익갤러리 전속작가로 지난 2016년 이후 3년만에 오는 10일부터 개인전을 연다. 하루 5시간도 못자고 물감들이 만들어낸 그림 20여점을 선보인다.
10년간 연구 탐구해온 '이마쿼크' 완결판 전시다. 26일까지. 무료 관람.

hyu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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