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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연준, 단기국채 사들여 레포시장 안정시킬까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8:17

수정 2019.10.07 18:17

FOMC회의서 안정화 방안 논의
내부 이견 커 단기간 결정 ‘난항’
2년전 채권매입 양적완화 중단
은행들 여윳돈 급감 ‘혼란’ 초래
"유동성 수요 과소평가" 비판도
생각에 잠긴 파월/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준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생각에 잠겨있다. AP뉴시스
생각에 잠긴 파월/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이 4일(현지시간) 워싱턴 DC에 위치한 연준 본부에서 열린 회의에 참석, 생각에 잠겨있다. AP뉴시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단기 국채 매입을 통해 초단기 금융시장인 레포(환매)시장 안정에 나설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레포시장 안정화 방안은 내부 이견이 커 정책 결정까지 시간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됐다. 연준이 2년전 채권매입을 통한 양적완화(QE)를 중단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나치게 안일하게 판단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6일(현지시간) 연준이 지난달 중순 레포시장 혼란 재발을 어떻게 막을지 결정해야 하게 됐다면서 이같이 전했다.
지난달 중순, 특히 16일부터 17일까지 이틀간 초단기 자금 시장인 레포시장에서는 금리가 치솟으며 금융시장 불안을 불렀고, 이때문에 연준은 뉴욕연방은행을 통해 수십억달러를 쏟아부으며 시장 안정에 나서야 했다.

급전이 필요한 은행이 다른 은행에서 하룻밤 돈을 조달할 때 적용되는 레포금리는 시장 단기금리를 좌우해 연준의 정책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에 영향을 미친다. 레포 금리가 뛰면 연준은 기준금리 목표치 달성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 또 레포 금리 변동이 지속되면 기업·가계 금리부터 경제성장률에까지 영향을 준다. 하루 1조달러가 움직이는 레포 시장은 매우 난해한 금융시장이지만 이같은 기능 때문에 핵심 금융시장으로 분류되고 있다.

연준은 지난달 17~18일 통화정책 결정기구인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레포금리 안정을 위한 방안을 논의했고, 자세한 내용은 9일로 예정된 의사록 공개를 통해 드러날 전망이다.

연준은 크게 3가지를 결정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우선 레포 시장 변동을 초래한 주된 배경인 QE 종료뒤의 연준 운용자산, 이른바 대차대조표를 언제부터 또 어떻게 늘릴지를 결정해야 한다. 올 여름부터 다시 중단하기는 했지만 연준이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를 재투자하지 않고 매각에 나섰고, 이를 사들이는 은행들은 그만큼 여윳돈이 줄어들었다.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둔 여윳돈인 예치금이 감소한 것이 레포 시장 자금부족과 금리 급등 배경이다.

연준은 또 초단기 금융시장, 머니마켓 변동을 줄이기 위한 새로운 정책수단을 만들어낼지도 결정해야 한다. 아울러 이같은 움직임이 새로운 경기부양책이 아니라 시장 변동성 완화를 위한 공개시장조작에 있다는 점도 시장에 각인시켜야만 한다. 뉴욕연방은행이 다음달초까지 자금 공급을 지속하기로 결정했지만 레포시장 변동에 대한 연준의 현 대응은 땜질처방 수준이다.

2008년 금융위기 이전에는 안 그랬다. 연준은 당시 운용자산 규모를 1조달러 미만으로 유지했고, 단기 금리 변동을 위해 시중은행들의 예치금 공급 증감을 통해 레포를 안정시켰다.

그러나 금융위기가 모든 것을 바꿔놨다. 연준은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놓은 예치금에 대해 은행들에 직접 이자를 지급하기 시작했고, 예치금 이자율 변동을 통해 은행들간에 적용되는 레포금리 변화를 유도했다. 그렇지만 올 여름 이후 3조9000억달러로 이를 동결했다고는 하지만 그동안의 QE 축소가 은행들의 여윳돈 급감을 초래하면서 결국 레포시장이 흔들리는 상황까지 오게 됐다. 코너스톤 매크로의 로베르토 페를리 애널리스트는 "연준이 금융권의 유동성 수요를 과소평가했고, 이에따라 대차대조표 축소를 급격히 진행했다"고 비판했다.

지금으로서는 근본적인 해결책이 QE 확대밖에는 없다는 의견도 있다. 언제부터 QE 확대를 재개할지를 결정하는 일만 남은 셈이다. 에릭 로즌그렌 보스턴 연방은행 총재는 한 인터뷰에서 해결방안이 지나치게 빈번히 시장에 개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예치금을 확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QE 확대 재개가 결정되면 얼마나 신속히 확대할지, 어떤 국채를 사들일지를 결정해야 한다.


이 경우 단기 국채 매입이 유력하다. 장기국채 매입은 경제와 금융시장 부양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반면 단기 국채 매입은 경기부양 성격이 연하다는 것이 연준 고위 관계자들의 생각이다.
29~30일 FOMC 회의에서 레포시장 안정화 방안이 다시 논의되겠지만 단기간에 해결방안이 나오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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