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학·과학 건강

서울아산병원, 칠레서 온 간암 환자에 새생명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7 19:19

수정 2019.10.07 19:19

두 딸이 알베르토씨에 간 기증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 성공
칠레에서 한국을 방문해 두 딸로부터 기증받은 간으로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알베르토씨의 병실에 가족들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모여 퇴원을 축하해주고 있다. 왼쪽부터 알베르토씨 아내(첫번째), 이승규 석좌교수(세번째),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여덟번째), 송기원 교수(아홉번째). 서울아산병원 제공
칠레에서 한국을 방문해 두 딸로부터 기증받은 간으로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알베르토씨의 병실에 가족들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이 모여 퇴원을 축하해주고 있다. 왼쪽부터 알베르토씨 아내(첫번째), 이승규 석좌교수(세번째),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여덟번째), 송기원 교수(아홉번째). 서울아산병원 제공
"무치시마스 그라시아스!(정말 감사합니다)" 칠레에서 한국을 찾아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받고 건강을 되찾은 알베르토씨(62)는 귀국을 앞두고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 의료진에게 연신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말기 간경화와 진행성 간암, 간 문맥과 담도 폐색으로 더 이상 치료방법이 없던 알베르토씨는 자국과 미국에서도 수술이 어렵다는 설명과 함께 삶을 정리할 수 있는 요양병원으로 안내를 받았다. 하지만 에콰도르 출신의 간이식외과 의사인 라울 오레아스의 추천으로 우여곡절 끝에 한국행을 선택할 수 있었다. 지난해 9월 발견된 간경화와 간암은 심하게 진행된 상태로 간 문맥이 혈전으로 완전 폐쇄됐고, 간암이 담도까지 침범하면서 담도 폐색에 의한 황달과 복수도 심했다.


기증자들의 간 크기 부족으로 일대일 생체간이식으로는 치료가 불가능했다. 뇌사자 간이식도 칠레 국내의 간이식 수준으로는 진행이 어려웠다.

알베르토씨는 지난 3월 25일 한국을 방문했다. 입원 당시 그는 간부전에 의한 황달 수치가 심하게 높았고 대량의 복수와 혈액응고기능 장애, 간성혼수 증상까지 보였다. 혈액형이나 조직적합성이 가장 잘 맞는 사람은 맏딸 바바라 크리스티나와 막내딸 아니타 이시도라였다.

지난 4월 8일 서울아산병원 간이식팀은 두 딸의 간을 기증받아 알베르토씨의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쳤다. 그가 받은 세계 최초 2대 1 생체간이식 수술법은 19년 전 말기 간질환 환자를 살리기 위한 대한민국 외과의사의 집념으로 개발된 것이다.
알베르토씨에게 한국행을 추천했던 의사 라울 오레아스는 서울아산병원에서 2차례 간이식 연수를 받은 적이 있어 의료기술에 대한 믿음을 갖고 추천했다.

알베르토씨는 "망설임 없이 자신의 간 일부를 기증한 두 딸과 오랜 기간 간병으로 고생한 아내에게 고맙고 미안하다"며 "서울아산병원은 나를 다시 태어나게 해준 곳이다.
간이식팀 모든 의료진과 간호사들은 평생 감사와 감동으로 기억될 것"이라고 말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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