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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희찬 향한 손흥민 조언 속 묵음… '내가 그랬으니까'

뉴스1

입력 2019.10.08 10:03

수정 2019.10.08 10:03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고글을 쓴 채 훈련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화성에서 스리랑카, 15일 평양에서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른다. 2019.10.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대한민국 남자 축구대표팀 황희찬이 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서 고글을 쓴 채 훈련하고 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축구대표팀은 오는 10일 화성에서 스리랑카, 15일 평양에서 북한과의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2차 예선을 치른다. 2019.10.7/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손흥민이 후배 황희찬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손흥민이 후배 황희찬을 향한 애정 어린 조언을 전했다.
© News1 오대일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그 친구가 내가 하는 조언을 제대로 듣는 선수인지는 모르겠는데…"

손흥민의 재치 있는 농담에 파주NFC에 웃음꽃이 피었다. 어느새 실제 나이(27)도 적지 않아졌지만 나이보다 훨씬 더 풍부하고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분에 손흥민은 확실히 넉넉해졌다.

앞선 시간 속에서 많은 시행착오를 겪었기 때문에, 실망과 좌절로 인한 상처를 딛고 도톰한 새살들을 만들어냈기에 지금의 여유가 가능해졌다. 보기에 더 좋은 것은 그 자산을 자신의 것만으로 품고 있는 게 아니라 동료 후배들에게도 퍼주려는 모습이다. 특히 자신과 비슷한 길을 겪고 있는 후배에게는 해주고 싶은 말이 많아 보인다.

오는 10일 화성에서 스리랑카와, 15일에는 평양에서 북한과 2022 월드컵 아시아지역 2차예선 H조 조별리그 2, 3차전을 치르는 축구대표팀이 7일 오후 파주NFC에 소집됐다.

캡틴 자격으로 취재진 앞에 선 손흥민은 "항상 생각한다. 매 경기 매 경기, 한 걸음 한 걸음 최선을 다하고 집중해야한다. 선수들에게도 그렇게 이야기를 해줄 생각"이라고 말한 뒤 "축구에 최약체가 어디 있겠는가. 강팀도 약팀에게 질 수 있는 게 축구다. 쉽게 얻을 수 있는 것은 없다. 철저하게 준비해야한다"면서 리더다운 출사표를 던졌다.

이 자리에서 손흥민은 근래 최고의 퍼포먼스를 자랑하고 있는 후배 황희찬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잘츠부르크의 황희찬은 지난 3일 영국 리버풀 안필드에서 열린 2019-20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E조 조별리그 2차전 리버풀과의 원정경기에서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비록 팀은 3-4로 패했으나 현지 언론들이 앞 다퉈 황희찬을 조명했을 정도로 빛났다.

이날 활약을 포함해 황희찬은 올 시즌 각종 대회를 통틀어 무려 6골10도움을 기록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의 내로라하는 클럽들이 총출동하는 챔피언스리그에서 2골3도움을 올리고 있다는 것은 고무적인 일이다.

관련해 손흥민은 "정말 잘하고 있어서 보기 좋다. (희찬이한테는)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능력이 뛰어나고 앞으로 더 큰 선수로 성장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칭찬했다. 이어 "(내가 충고를 해준다고)도움이 될지도 모르겠고, 내가 말하는 것을 듣는 선수인지도 모르겠다"고 농을 던진 뒤 애정 어린 조언을 덧붙였다.

손흥민은 "희찬이는 워낙 파괴력이 있는 선수다. 돌파 능력이 있고 마무리 능력도 갖춘 선수"라고 타고난 재능을 칭찬한 뒤 "(그러나)과정에서는 힘을 좀 아껴야 한다. (아꼈다가)마지막 순간에 힘을 내야 하는데 지금까지는 그게 부족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좋은 활약은 그 아쉬움이 보안된 까닭이라고 짚었다.

손흥민의 말이 과거의 황희찬을 잘 설명한다. 황희찬은 손흥민만큼 공격적으로 공을 방향을 잡아두고 수비수를 향해 저돌적으로 달려들 줄 아는 선수다. 스피드도 체력도 뛰어나다. 하지만 지금까지는 의욕이 평정심보다 빨리 달리는 바람에 정작 중요한 순간에는 어이없는 실수가 나오거나 부정확한 패스나 슈팅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사실 이런 묘사는, 젊기만 하던 과거의 손흥민에 대한 설명이기도 하다. 직접적인 표현은 안했으나 손흥민 역시 황희찬에게 많은 말을 해주고 싶은 것은 결국 자신이 그런 시행착오를 겪어봤기 때문이다.

황희찬처럼 과정에서 힘을 다 쏟다 정작 해줘야할 때는 에너지가 떨어졌던 2014 브라질 월드컵, 커다란 야망으로 축구종가 땅을 처음 밟았던 때 등등 손흥민도 떠올려지는 과거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후배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많다.

손흥민은 "경험이 쌓이면서 이제는 희찬이 스스로 터득을 한 것 같다. 그래서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여유 있는 플레이를 보여주는 것 같다.
오스트리아 리그에서는 말할 것도 없다"면서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는 "지금의 위치가 전부가 아니라 더 성장할 수 있는 선수다.
더더욱 노력해서 보다 좋은 선수가 되길 바란다"는 응원이자 넘어야할 지향점을 덧붙였다. 역시 자신이 그랬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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