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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은행 경기부양책, 금융시장 왜곡시킨다"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08 17:29

수정 2019.10.08 17:29

BIS 경고… 레포시장 ‘혼란’
채권 싹쓸이 수조달러 공급
거래 물량 ↓·가격 변동성 ↑
보유자산 본격 매각땐 ‘충격’
"중앙은행 경기부양책, 금융시장 왜곡시킨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유럽중앙은행(ECB) 등 주요 중앙은행들의 양적완화(QE) 정책이 금융시장을 왜곡시키고 있다고 국제결제은행(BIS)가 7일(현지시간) 경고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중앙은행의 중앙은행'으로 부르는 BIS는 이날 보고서에서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각 중앙은행의 채권매입을 통한 자금공급이 채권시장 규모를 쪼그라들게 만들고, 가격 변동성도 크게 높였다면서 이같이 우려했다. 세계 금융위기로 시중 유동성이 마르자 연준을 비롯한 중앙은행들은 채권 등을 사들이는 방식으로 시중에 수조달러를 쏟아부었다.

지난달에는 ECB가 다시 2조6000억유로의 채권매입 프로그램을 재개했고, 일본은행(BOJ)은 수십년째 채권매입을 지속하고 있다. 또 2년전부터 자산매각을 시작했던 연준은 올 여름부터 만기가 돌아오는 채권 매각을 중단하고 이를 재투자하고 있다.

보고서는 문제는 지금 당장이 아니라 앞으로 통화정책이 정상화돼 중앙은행들이 보유자산 매각에 나설 경우라고 지적했다.
BIS에 따르면 중앙은행들이 채권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면서 시장 참가자들이 살만한 채권의 씨가 말랐다. 이때문에 상당수 채권 투자자들이 시장을 떴고, 지금 채권시장에는 사실상 대형딜러들만 남아있는 상태라고 BIS는 설명했다.

BIS는 보고서에서 "거래 물량 감소와 가격 변동성 확대, 장단기 수익률 격차 축소, 평평한 수익률 곡선 등이 채권시장 투자 유인과 거래를 위축시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이어 "일부 딜러들이 아예 시장을 떴고, 그 결과 채권시장이 동질적인 투자자들과 소수의 딜러들로 집중이 강화됐다"고 설명했다. BIS는 이로 인해 "중앙은행의 거대 대차대조표가 결국 축소되기 시작하면 시장의 기능상실이 초래될 수 있다"면서 "일례로 시장 참가자들 사이에 효율적인 예치금 재분배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보고서는 중앙은행이 유통 채권을 보유하는 비중이 높을 수록 부정적 충격이 더 커졌다고 지적했다.

각 중앙은행이 보유채 채권 비중은 다양하다. 연준의 경우 전체 유통물량의 20%를 보유한 반면 BOJ는 유통되는 일본 국채의 절반에 가까운 40%를 확보하고 있다. 지금껏 발행된 일본 국채 가운데 40%를 일은이 갖고 있음을 뜻한다. BIS는 그러나 이같은 부작용들이 아직까지는 금융시장 여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드물다면서 중앙은행들이 본격적으로 자산매각에 나서기 전까지는 충격이 두드러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달 중순 하룻밤짜리 초단기 자금 조달시장인 레포(환매) 시장 급변동은 본격적인 보유자산 축소 전에 발생한 전조 쯤으로 해석된다. 레포시장 혼란은 연준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것이었다.

연준은 레포시장에서 금리가 뛰면 미 은행들이 연준에 맡겨 놓은 지급준비금인 예치금의 25%를 갖고 있는 대형 프라이머리 딜러 은행들이 자금을 방출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대형 은행들이 자금줄을 틀어쥐면서 시장에 대혼란이 초래됐다. BIS는 대형은행들의 지불준비금을 높이는 등 규제를 강화한 것이 이들의 자금방출을 막은 주된 요인이었을 것으로 분석했다.


운용자산 규모 정상화 충격은 아직 시작도 되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으로 오는 17일 ECB, 30일 연준이 각각 통화정책 회의에서 어떤 결정을 내리는지가 향후 충격의 강도에도 영향을 줄 전망이다. 경기둔화에 대응해 금융정책 고삐를 더 늦추기로 하면 미래에 시장에 미칠 충격 역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한편 은행들의 금융위기 이후 위험관리 관행이 바뀐 것도 레포시장 혼란의 배경 가운데 하나라고 BIS는 지적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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