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신간] 아프리카 돼지열병

뉴스1

입력 2019.10.08 19:04

수정 2019.10.08 19:04

신간 '아프리카 돼지열병' © 뉴스1
신간 '아프리카 돼지열병' © 뉴스1

(서울=뉴스1) 이영성 기자 = "2018년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발생한 중국은 돼지 1억마리가 사라졌다."

최근 국내 확산이 커지고 있는 아프리카 돼지열병(ASF)에 대해 얘기하는 신간 '아프리카 돼지열병'은 ASF의 해외 사례와 함께 대처법 등을 소개한다.

현재 국내 ASF 전파 원인은 여러 가설이 있지만, 국경지대에 있는 야생 멧돼지가 주목되고 있다. 지난 2일 경기도 연천군 근처 비무장지대(DMZ) 안에서 발견된 야생 멧돼지 사체에서 ASF 바이러스가 검출돼서다. 활동 범위가 넓은 야생 멧돼지가 ASF를 전파하기 시작하면 통제가 어렵다.

이 책은 비슷한 사례를 동유럽 국가인 조지아와 러시아에서 찾았다.
옛 소련 연방이었다가 독립한 조지아에서는 2007년 ASF가 확인됐다. 그로부터 6개월 뒤엔 국경을 맞대던 러시아에서 ASF가 발병됐다. 야생 멧돼지가 매개체가 된 것으로 추정됐다.

돼지 한 마리에서 시작한 ASF의 피해는 빠른 시간내 눈덩이처럼 커진다. 바로 이웃 나라 중국은 지난해 ASF가 발병했는데, 당시 중국 정부는 직접 피해액만 1400억달러(약 168조원)에 이른 것으로 봤다.

책에는 ASF의 특성도 소개된다. 다른 동물 감염병인 구제역은 바이러스의 숙주인 동물이 죽으면 사라지지만 그렇지 않은 ASF는 침출수 등을 통해 더 확산될 수 있어 자칫 뒤처리를 잘못하면 위험하다고 이 책은 경고한다.

ASF 바이러스는 살코기에서 105일, 냉동육에서 1000일까지도 사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사람이 먹고 남긴 음식물 쓰레기를 돼지가 사료로 먹으면 ASF 전파 가능성이 있다. 정부는 2019년 7월 25일부터 잔반 사료 공급 중단을 결정했지만, 전면 금지가 아닌 농장에서 자가 처리하는 수준이었다. 사료로 ASF 바이러스가 전파될 위험성은 이미 2년전부터 제기됐다.

또한 환경과학원이 9월 23일부터 3일간 강물을 채취해 검사한 결과에서 바이러스 음성판정이 나온 것 역시 안심하면 안 된다고 이 책은 말한다. 환경과학원은 이번 분석에서 100밀리리터(ml)의 하천수를 100배 농축해 검사했다고 발표했다. 저자는 ASF 유입 가능성을 찾기 위해서 80리터(l)의 물을 농축해 실험한 미국 미시시피 대학 연구팀 사례도 있는 만큼, 충분한 양을 검사해볼 필요에 대해 언급한다.

확산 방지를 위한 유용한 방법으로는 48시간 동안 사람과 차량 이동을 제한하는 '이동중지명령'(스탠드스틸)이 소개됐다. 단 스탠드스틸의 효과를 제대로 보려면, 이동 제한 기간에 모든 축산 관련 차량과 도축장이 완벽하게 세척, 소독, 건조돼야 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ASF 초기 대응의 모범사례 국가로는 덴마크가 주목됐다. 2014년 덴마크의 한 도축장에서 돼지 한 마리가 특별한 증상없이 죽어있는 것이 발견됐다. 돼지열병을 의심한 지역 수의책임자는 그 즉시 도축을 중단시키고 도축장을 폐쇄했다. 48시간 스탠드스틸도 가동됐다. 다행히 음성 판정을 받았지만, 이는 질병 확산 가능성을 조기 차단하기 위해 군단위 지자체에서 지역 수의책임자에게 강력한 권한을 줬기 때문에 가능한 조치였다.

책 지은이는 서울대학교 수의학 박사 출신인 김현일 옵티팜 대표이사다.
그는 한국 양동수의사회 아프리카 돼지열병 비상대책센터장을 겸임하고 있다.

100페이지 남짓의 분량인 이 책은 지은이가 한국에서 아프리카 돼지열병이 심각해질 수 있다는 판단이 들었던 9월 28일에 기획하기 시작해, 일주일이 채 지나지 않은 2019년 10월 4일에 인쇄됐다.
위급한 상황에서 빠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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