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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 국감 덮친 '디플레' 우려…통화정책 실기론도(종합)

뉴시스

입력 2019.10.08 19:21

수정 2019.10.08 19:21

'D의 공포' 한은 국감 쟁점으로 부각 '저물가 대응' 한은 적극적 역할 주문
(출처=뉴시스/NEWSI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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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조현아 천민아 기자 = 한국 경제 전반에 퍼지고 있는 'D(디플레이션)의 공포'가 8일 한국은행 국정감사의 쟁점이 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의원들은 경제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하고 있는 가운데 역대 가장 낮은 수준의 물가상승률이 지속하고 있는 점을 언급하면서 디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쏟아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기재위의 한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는 디플레이션 발생 가능성에 대한 의원들의 집중 점검이 이뤄졌다. 소비자물가상승률이 8월 0.04% 떨어진데 이어 지난달 0.4% 하락해 공식 통계상 역대 처음으로 마이너스를 기록하면서 디플레이션 우려가 커지고 있는 데에 따른 것이다.

자유한국당 윤영석 의원은 "디플레이션 가능성이 낮다고 하지만 마이너스 물가는 전반적인 경기 침체와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수요 감소 때문"이라며 "농축수산물 가격 등의 기저효과로만 보는 것은 낙관적이고 디플레이션 징후에 대한 대비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한은과 정부는 물가상승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해 농축수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가 작용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반면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쪽에서는 공급 쪽 요인보다는 경기 침체와 수요 부진 측면에 좀 더 무게를 싣는다.

같은당 홍일표 의원도 수요 부진에 따른 추세적인 물가 하락을 우려했다. 홍 의원은 "수출과 투자, 소비, 고용이 다 안 좋은데 물가까지 낮기 때문에 다분히 수요가 위축된 것으로 볼 수 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무소속 유성엽 의원도 국정감사 자료를 통해 "지금 상황이 디플레이션이라고 단언하기는 어렵지만 문제의 핵심은 물가 하락보다 성장률이 급격하게 둔화하고 있는 점"이라고 지목했다.

저물가에 대응한 한은의 적극적인 역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은 "디플레이션 우려가 큰 건 사실이기 때문에 한은은 금리정책 외에도 시그널을 내보내는 등 중앙은행으로서의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유승희 의원도 "거시경제 관리에 한은이 머뭇거리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많다"며 "전문가들은 외환위기나 금융위기가 없는데도 마이너스를 나타낸 데에 대한 위기의식을 느껴야 한다고 말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주열 한은 총재는 "당장 디플레이션 징후로 보기는 어려워도 경제를 활성화시키고 회복세를 높이는게 바람직할 것"이라며 "만약 디플레이션 우려가 있다고 하면 재정정책과 통화정책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물가안정과 중앙은행의 역할과 관련해서 양분되는 의견이 있는데 저물가에 (통화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견해와 물가를 몇퍼센트 포인트 끌어올리기 위해 통화정책을 크게 사용했을 때에는 부작용이 있다는 것"이라며 "방향 운용에 있어 그런 고민을 같이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에 이주열 한은 총재가 답변하고 있다. 2019.10.08. kmx1105@newsis.com
【서울=뉴시스】김명원 기자 = 8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한국은행 국정감사에서 심기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질의에 이주열 한은 총재가 답변하고 있다. 2019.10.08. kmx1105@newsis.com

한은의 통화정책 실기론도 제기됐다. 지난해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든 상황에서 한은이 금리를 뒤늦게 올려 경기를 더 얼어붙게 만든 것 아니냐는 비판이다. 한국당 엄용수 의원은 "지난 2017년 9월부터 경기 수축기에 있었는데 한은이 두 번 금리를 인상했다"며 "금융안정이라는 목표도 중요하지만 경기를 고려한 정책을 펼쳐야 하는데 뒷북친것 아니냐"고 목소리를 냈다.

통계청은 한국 경제가 2017년 9월에 경기 정점을 찍고 이후 지속 둔화하는 '수축기'에 놓여있다고 진단한 바 있다. 이 총재는 이와 관련해 "경기 순환기는 2~3년 후 사후적으로 평가하게 된다"며 "통계청은 2017년 9월을 경기 정점으로 봤지만 동행지수가 아니라 GDP(국내총생산) 순환변동치를 보면 그 때보다는 2018년"이라고 말했다. 당시 경기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금리인상 타이밍은 적절했다는 점을 에둘러 강조한 것이다.

경기 하강기에 금리를 올린게 정책적 판단을 잘못한 것 아니냐는 한국당 나경원 의원의 지적에는 "경기가 이렇게 나쁘리라고는 생각 못했다"며 "잠재 수준을 이어갈 줄 알았다"고 말했다.

독립성 논란도 불거졌다. 한은의 최저임금 연구 보고서 수정 의혹을 제기한 한국당 추경호 의원은 "청와대나 외부 압력의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아니면 한은 내부적으로 정부와 맞서는 내용은 완화해서 쓰자거나 문구를 조정해서 쓰자는 문화가 만연해있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같은당 권성동 의원도 "한은이 정부와 다른 견해를 낸 적이 있느냐, 과연 독립된 것이냐 싶다"고 꼬집었다. 홍일표 의원도 한은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를 들어 '정부 눈치를 본다'는 부정적 이미지가 가장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에 이 총재는 "따갑게 받아들이겠다"며 "독립성 부족이 가장 많이 거론된데 대해 엄중히 인식하고 인식 개선을 위해 커뮤니케이션에 더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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