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전시·공연

日 극우 압박에도 다시 돌아온 '소녀상'…일본인도 "슬프고 아팠다"

뉴스1

입력 2019.10.08 21:38

수정 2019.10.08 21:38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이 전시 중인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는 지난 8월1일 개막지만 사흘 만에 중단된 뒤 10월8일 재개됐다.© 뉴스1 이기림 기자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이 전시 중인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는 지난 8월1일 개막지만 사흘 만에 중단된 뒤 10월8일 재개됐다.© 뉴스1 이기림 기자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NHK 캡처) © 뉴스1
일본 '아이치 트리엔날레'에 전시돼 있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상징하는 소녀상.(NHK 캡처) © 뉴스1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이 전시 중인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 뉴스1 이기림 기자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이 전시 중인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 뉴스1 이기림 기자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이 전시 중인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전시장에서 내려다본 로비층. © 뉴스1 이기림 기자
'평화의 소녀상' 등 작품이 전시 중인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전시장에서 내려다본 로비층. © 뉴스1 이기림 기자

(나고야=뉴스1) 이기림 기자 = "'소녀상'은 정말 작고, 따뜻한 느낌이었어요. 저도 의자에 앉아 '소녀'를 따라해봤습니다. 정말 슬펐어요. 두 나라 관계에 있어 정말 아픈 역사인데, 이런 아픔을 지우기 위해 일본 정치인들은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8일 오후 일본 나고야(名古屋)시 아이치현문화예술센터 8층 전시장 앞에서 만난 요코 하루야마씨는 "아이치현 옆에 있는 기후현에 살고 있는데, 이런 이유로 여기까지 와서 전시를 봤다"며 이같이 말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상징하는 '평화의 소녀상'은 지난 8월1일 열린 아이치(愛知) 트리엔날레 기획전 '표현의 부자유전(展)·그 후'를 위해 이 자리에 왔다.
그러나 우익세력 등의 항의로 불과 전시 시작 사흘 만인 3일 오후 6시까지 전시된 뒤 2개월간 만나볼 수 없었다.

8일은 전시 재개 논란이 이어진 끝에 찬반 양측이 최종 합의를 보고 다시 관객들에게 문을 연 날이었다. 전시장에는 '소녀상' 이외에도 자진해서 전시 중단을 선언한 14개 팀의 작품들까지 기존 전시 작품 모두가 전시됐다. 이날 관람을 위해 수많은 사람들이 오전부터 예술센터에서 줄을 섰지만 정작 볼 수 있는 사람은 100명도 안됐다.

1차 추첨에 709명, 2차 추첨에 649명이 참여했지만 당첨자는 각각 30명씩 총 60명으로 제한돼 있던 것이다. 심지어 기획전에 입장하기 위해서는 금속탐지기로 몸수색을 하고, 귀중품을 제외한 다른 짐은 맡기게 하는 등 제한을 뒀다. 소셜미디어(SNS)에 사진을 게재하는 등의 일도 금지됐다.

익명을 요구한 한 40대 일본인 여성은 "전시를 꼭 보고 싶어서 방문해 추첨에 참여했지만 떨어져 볼 수 없었다"며 "이런 전시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안타까워했다.

전시는 14일 폐막이 예정돼 있지만 이제서라도 전시를 재개했다는 것에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었다. 한 20대 일본인 여성은 "아쉬운 일이지만 지금 전시를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일"이라며 "다만 관람객 수를 늘릴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함께 트리엔날레에 참여한 일본 예술가도 기쁨의 뜻을 밝혔다.
전시장 앞에서 만난 일본 현대미술가 고이즈미 메이로는 "그동안 전시를 중단한 건 매우 잘못된 일이었고, 이제서라도 재개해 정말 기쁘다"며 "나고야시장 등 일부를 제외한 일본인들은 이 전시가 정상적으로 열리는 것을 원했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극우세력들은 기획전 재개에 대해 항의하는 뜻으로 예술센터와 아이치현청 앞에서 연좌시위를 벌였다.
개막 때부터 기획전을 반대해온 가와무라 다카시(河村隆之) 나고야시장은 이날 시의회 의원 및 유신회 간부들 수십명과 함께 "'표현의 자유'라는 이름을 빌려 여론을 폭력적으로 이끄는 걸 그만둬라"라고 항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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