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상승에 수수료 부담 커지고 서비스질도 불만 폭주
중개업계 "외국 대비 과도하지 않아…자영업 규제 지나쳐"
"앉아서 돈 버는 데 수천만원 수수료" 소비자 부글부글
전속계약제, 중개보수요율 폐지 등 다양한 사회적 논의 필요
다만 통계청과 한국은행의 물가통계에 따르면 부동산 중개수수료가 예년 대비 폭등했다는 징후는 보이지 않는다. 부동산 중개업계에서도 외국에 비해 수수료가 과도한 수준이 아니라고 해명한다.
그럼에도 소비자들의 불만은 가라앉지 않고 있다. 근본적인 원인은 수수료가 올랐음에도 서비스 질이 답보 상태라는 데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9일 통계청이 매월 조사하는 소비자물가지수 중 부동산중개수수료의 품목성질별지수는 올해 9월 현재 전국 기준 98.68로, 기준연도(2015년) 기준치(100) 대비 1.32p 밑돌았다. 관련 통계의 최초 작성시기인 2010년(101.94)보다는 3.26p 낮은 수준이다. 서울의 경우도 2010년 102.87에서 올해 9월 현재 98.88로 3.99p 낮아졌다.
한국은행이 국내 시장에 출하되는 모든 재화와 서비스 요금의 변동을 측정하기 위해 작성하는 '생산자물가지수'에서도 부동산중개 서비스물가도 하락세다. 생산자물가 품목별지수에서 부동산중개는 올해 8월 기준 96.49로 기준연도(2015년) 기준치를 하회하고 있다. 지난 2010년(106.67)과 비교해도 10.18p 내렸다.
하지만 소비자들의 부동산중개수수료에 대한 불만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왜일까.
우선 집값이 큰 폭으로 뛰면서 수수료로 내는 돈이 늘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부동산 중개보수는 정액제가 아니라 거래금액에 따라 보수요율을 결정하는 정률제다. 매매·교환의 경우 ▲5000만원 미만 0.6%(한도액 25만원) 이내 ▲5000만원 이상~2억원 미만 0.5%(한도액 80만원) 이내 ▲2억~6억원 0.4% 이내 ▲6억~9억원 0.5% 이내에서 중개의뢰인과 개업공인중개사 간의 상호계약에 따라 협의해 결정하고 있다. 거래금액이 높아지면 수수료도 상승하는 구조다.
다만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소비자 불만에서 온다는 의견도 많다. 소비자들의 불만은 "공인중개사의 역할이 집을 보여주고 계약서를 쓰는 데 불과한 데, 건당 수천만원의 수수료를 받은 것은 문제"라는 인식이다.
◇소비자 "앉아서 돈 벌면서" vs 공인중개사 "과도하지 않아"
최근 국민청원에 올라온 글들을 봐도 이 같은 불만을 호소하는 내용들이 눈에 띈다.
한 청원자는 "만약 10억원짜리 주택을 매매할 경우 중개 수수료를 최대 900만원까지 내야하고, 중개업자가 일반과세자라면 여기에 부가세 10%까지 얹어서 1000만원에 육박하는 금액이 중개수수료로 지불된다"면서 "한 건의 거래에서 보통 매도자와 매수자 각각 수수료를 지불하므로 2000만원의 수수료가 지불되는 구조"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다른 청원자도 "계약서 써주고 1000만원 받는 이런 구조는 온당치 않다"면서 "부동산거래에 문제가 생겼을 때 전적으로 책임지지도 않으니 지금 구조는 문제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대해 중개업계에서는 외국과 비교해 과도한 수수료를 받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반박한다.
우리나라 보수요율이 외국에 비해 높은 편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국토연구원이 지난 2014년 실시한 '부동산 중개보수 체계 등 개선방안 연구'에 따르면, 북미(미국, 캐나다), 유럽(영국, 프랑스, 독일), 일본은 세금을 포함해 중개보수율이 2~10% 수준이다.
매도인에게만 수수료를 요구하는 국가들은 미국, 캐나다, 영국이다. 미국은 3.5~6.0%, 캐나다는 3~7%, 영국은 2.0~3.5%를 받고 있다. 프랑스와 독일은 매도, 매수인 쌍방에게서 받는다. 프랑스는 3.0~10%, 독일은 3.0~6.0% 수준이다. 우리와 제도가 유사한 일본도 소비세를 제외한 3.0%와 6만엔을 매도매수인 쌍방에 요구한다.
반면 홍콩은 매도인과 매수인 쌍방이 1.0∼2.0%, 대만은 매수인이 1.0∼2.0%, 매도인이 3.0∼4.0%, 말레이시아는 매도인이 2.0∼2.75%, 싱가포르는 매수인 1.0%, 매도인이 2.0%의 중개보수를 각각 부담하는 것으로 돼 있다. 우리나라 중개보수요율 자체는 주요 국가들 대비 낮은 편인 셈이다.
거래사고 발생 시 중개업소도 책임을 져야 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국공인중개사협회는 개업공인중개사의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해 손해배상책임 공제사업을 운영 중이다. 하지만 손해배상책임을 보장하기 위한 보증 설정금액이 개인 기준으로 1~2억원에 불과하다. 서울의 웬만한 아파트값이 10억원을 호가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공제금액만으로는 한계가 있고, 중개사들의 부담도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현행 부동산 중개보수체계가 20년 이상 낡은 제도라는 점도 문제라고 주장한다. 달라진 현실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준금리가 2008년 5.25%에서 올해 7월 1.50%로 최근 10년간 3분의 1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저금리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반면 보수 구조는 그대로 유지되면서 오히려 손해라고 주장한다.
오히려 중개업자들 대부분은 자영업자인데 과도한 규제 대상이 되고 있다고 반발한다. 특히 보수요율 고시 제도는 2억 이상의 주택을 거래할 때 집값이 비쌀수록 수수료율이 올라가는 구조를 지니고 있어 사실상 서민들보다는 중산층 이상일수록 중개수수료를 더 많이 내는 구조여서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서비스 만족 못 했는데, 상한요율 적용" 소비자 부글부글
하지만 소비자들은 납득하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중개 현장에서 무조건 상한요율을 적용하는 방식에 대해 논란이 인다. 현행 보수요율 체계는 상한선을 결정해놓은 데 불과하지만, 상당수가 고가 주택을 제외하면 최대 폭을 우선 요구하고 보는 중개업자가 많기 때문이다.
특히 공동중개가 늘면서 이런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과거에는 공인중개사 한 명이 수수료를 가졌다면, 최근 들어서는 공인중개사들이 매도자와 매수자에게 수수료를 각자 받는 일이 늘었다. 또 계약 전에 수수료 협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중개사가 나중에 수수료를 높게 불러 생기는 분쟁도 생기고 있다.
결과적으로 이는 서비스 질의 만족을 낮추는 원인이 된다.
더구나 우리나라 중개보수요율이 외국에 비해 낮은 수준인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로 외국만큼의 서비스를 소비자에게 제공하는지는 또 다른 문제다. 우리나라의 경우는 중개사가 단순 중개·알선 서비스만 제공하기 때문이다.
반면 외국은 금융지원, 세무상담, 보험알선 등 종합적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또 하자정보와 집의 상태 등을 정확히 전달할 의무가 있고 책임도 뒤따른다. 우리 중개서비스와 목적이나 범위가 아예 달라 외국 사례와 견주는 것은 잘못 됐다는 것이다.
중개사고 발생 시 공인중개사의 책임이 제한적이라는 점도 불만이 크다. 현행법상 중개사의 고의 과실이 있는 경우에만 손해배상책임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전세보증금의 경우 보증보험 가입이 늘면서 중개사무소의 손해배상책임 공제가 큰 의미가 없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전속 계약제, 중개보수요율 폐지 등 사회적 논의 필요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지면서 다양한 해법이 제시되고는 있다. 하지만 추가적인 사회적인 논의가 필요할 전망이다.
전속 계약제를 도입해 서비스 품질을 높이자는 주장이 가장 대표적이다.
전속 공인중개사를 지정하면 보다 전문성 높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고, 소비자들의 불만제기도 줄어들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현행 중개수수료 구조상 쉽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는 지적도 있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중개업계는 수익 감소의 영향으로 매도-매수, 집주인-세입자의 수수료를 독식하기 위해 공동중개를 꺼리는 경향이 크다"면서 "매물을 외부에 공개하지 않아 거래 속도가 더딜 수 있다. 특히 매매가격 급등락이나 역전세 등 시장상황에 따라 오히려 효용성이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중개보수요율 자체를 폐지하자는 주장도 있다.
최근 이성복 자본시장연구원 금융산업실 연구위원이 발표한 '부동산 중개보수 규제에 관한 연구'에서, 이 위원은 "현행 부동산 중개보수 규제가 시장균형의 결과와 비교할 때 적정하지 못할 뿐만 아니라 규제목적에도 부합하지 못하다"며 "부동산 중개보수 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중개보수요율 제도는 중개인의 가격이나 서비스에 대해 경쟁할 유인을 갖지 못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규제가 오히려 수수료의 하방경직성을 높이는 역설이다.
이 연구원은 "중개보수율 상한이 고정되어 있는 현행 규제가 부동산가격 상승을 시의 적절하게 반영하지 못하면 부동산거래자의 중개보수 부담을 가중할 수 있다"면서 "현행 규제와 같이 부동산 중개보수율 상한을 직접 규제하기 보다는 부동산 중개보수 일부를 복지정책의 일환으로 보전해 주는 방식이 더 바람직할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ijoinon@newsis.com <저작권자ⓒ 공감언론 뉴시스통신사.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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