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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장수사과①]"10kg 5000원 예견된 일…일할수록 빚만"

뉴스1

입력 2019.10.09 07:05

수정 2019.10.09 07:05

농업인생존권보장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9일부터 장수군청 앞에 사과박스를 쌓아두고 있다. 현재 7000여개의 박스에 담겨진 사과가 군청광장에서 썩어 가고 있다. 2019.10.8 /뉴스1
농업인생존권보장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9일부터 장수군청 앞에 사과박스를 쌓아두고 있다. 현재 7000여개의 박스에 담겨진 사과가 군청광장에서 썩어 가고 있다. 2019.10.8 /뉴스1


장수사과 홍로 /뉴스1 DB
장수사과 홍로 /뉴스1 DB


농업인생존권보장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9일부터 장수군청 앞에 사과박스를 쌓아두고 있다. 현재 7000여개의 박스에 담겨진 사과가 군청광장에서 썩어 가고 있다.<div id='ad_body2' class='ad_center'></div> 2019.10.8 /뉴스1
농업인생존권보장대책위원회가 지난달 19일부터 장수군청 앞에 사과박스를 쌓아두고 있다. 현재 7000여개의 박스에 담겨진 사과가 군청광장에서 썩어 가고 있다. 2019.10.8 /뉴스1


[편집자주]전북 장수의 대표 소득 작목은 사과다. 그런데 최근 사과 가격이 폭락하면서 농가들이 한숨을 내쉬고 있다. 문제는 사과 가격 폭락이 일시적인 현상이 아닐 것으로 우려된다는 점이다. 뉴스1전북취재본부는 장수사과 가격 폭락의 현장에서 그 원인을 찾아봤다. 또 타 자치단체와 비교를 하면서 장수군의 행정적 지원에 문제는 없는지, 위기의 장수사과를 살릴 방안은 없는지 등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

(전북=뉴스1) 박슬용 기자 = “장수사과 몰락, 이제부터 시작이야.”

8일 전북 장수군청 앞 '농업인 생존권 보장 대책위원회'의 집회 현장에서 만난 한 농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농민은 “4년 전부터 사과 가격 폭락의 조짐이 보였다”며 “제대로 된 대책을 마련하지 않으면 내년에는 더 심각한 상황이 펼쳐질 것이다”고 했다.

농업인생존권보장대책위원회는 지난달 19일부터 사과 가격 폭락에 대한 장수군의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직접 길러 딴 사과를 10kg 박스에 담아 군청광장에 쌓았다. 현재 7000여개의 박스에 담겨진 사과가 군청 광장에서 썩어 가고 있다.

지난달 30일에는 사과가격 폭락으로 인해 경영 어려움을 겪던 A씨(58)가 스스로 목숨을 끊기도 했다.

귀농 8년차였던 A씨는 사과 가격 폭락 등으로 과수원 운영에 힘들고 지쳤을 것이라고 이웃 농민들은 내일처럼 말한다. 이에 앞서 지난 6월에도 빚에 시달리던 한 사과 농민이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고 한다.

사과농사 4년차인 C씨(45)는 “아침에 사과 도매가격이 책정되면 문자가 온다”며 “땀을 흘려가며 사과를 포장하고 있는데 10kg에 5000원이라는 문자가 오면 억장이 무너진다”고 말했다.

그는 “박스 값만 2000원인데 누가 일 할 맛이 나겠느냐”면서 “일을 하면 할수록 빚이 더 생기는 것이다. A씨의 심정이 이해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올해 장수 사과(홍로)의 가격 폭락 원인으로 Δ과일에 대한 소비패턴 변화 Δ태풍과 이른 추석 Δ장수군 대책 마련 부족 등을 꼽았다.

우선 자유무역협정(FTA)로 인해 수입과일이 급증했고 수입과일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사과가 설자리를 잃고 있다.

또 올해 추석연휴는 지난해보다 9일 빠른 9월12일부터 시작됐다. 조생종인 ‘홍로’는 대부분 제수용품으로 판매되는 과일이다.

특히 저장성이 떨어져 이 기간에 모두 판매해야 한다. 홍로는 수확을 시작하면 15~20일 이내에 모두 판매된다고 한다. 빠른 추석에 물량이 몰렸고 이른 수확으로 맛을 내지 못해 결국 값은 하염없이 떨어지게 됐다.

가격 하락에는 재해도 한몫했다. 9월 초 발생된 제13호 태풍 ‘링링’과 가을장마는 홍로의 착색을 가로 막았다.

올해 사과 생산량이 1만7000톤으로 지난해 대비 30% 늘어난 것도 가격 폭락의 원인이 됐다.

장수군도 책임에서 비켜나갈 수 없다. 이른 추석으로 ‘홍로’의 생산과 판매에 문제가 생길 것은 예견된 일이었다. 장수군에서 1000여 농가가 사과농사를 짓고 있는데 장수군은 제대로 된 대책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사과 농가들은 “군과 농산물산지유통센터(APC)에서 아무런 도움도 주지 않다가 막상 일이 터지니 팔아주기 운동한다고 나섰다”며 “오히려 팔아주기 운동이 장수사과의 값만 낮추는 꼴이 됐다”고 토로했다.

안일한 농민들의 태도 역시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그동안 사과로 고소득을 올렸으나 미래에 대한 준비를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상황을 인지하지 못한 농가들은 사과농사로 빚만 늘리고 있다.

최연수 농업인생존권보장대책위원회장은 “이미 가격이 폭락했고 돌이킬 수 없는 일이다.
현재 우리가 요구하는 것은 앞으로의 대책이다”면서 “사과 유통 활로와 농민이 사과 농사를 맘편하게 짓도록 조례 제정 등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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