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크놀로지의 덫'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에게 듣는다
실직 등 일자리 불안감 당연
근로시간 단축·임금인상 등 노사 협력땐 충분히 극복 가능
실직 등 일자리 불안감 당연
근로시간 단축·임금인상 등 노사 협력땐 충분히 극복 가능
―역사적으로 기술발전을 이뤄내기 위한 주요 요소는 어떤 것이 있었나.
▲영국의 경우 강력한 정치세력인 직업별 길드의 쇠락이 작용했다. 산업혁명 이전 700년 동안 유럽은 기술발전이 자신들의 소득을 위협할 수 있다고 믿어 모든 수단을 다해 이를 막았다. 영국 정부는 사회불안을 염려해 기술발전을 반대하던 직업별 길드 편이었다.
―자동화기술에 따른 생산성 증가 등 혜택을 두고 회의적인 시각도 제기되고 있다.
▲기술혁신에 따른 경제적 영향이 나타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 증기기관이 처음 나온 이후 경제적으로 영향을 미치기 시작하기까지 50년이 걸렸다. 인공지능(AI)도 마찬가지다. 자율주행자동차가 완벽해져 기존 자동차를 시장에서 퇴출시키는 데 많은 시간이 걸릴 것이고, 자율주행자동차 활용을 위한 도시구조 변경도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나는 역사가 되풀이되고 있다고 본다.
―기술과 자동화가 젠더 격차를 줄일 수 있다고 보나.
▲이미 나타나고 있다. 기술발전으로 과거 남성들이 가졌던 경쟁우위가 많이 줄었다. 물론 구글, 아마존 같은 기술기업에서도 남성 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러나 점진적으로 노동시장 전체를 보면 여성 비율은 높아졌다. 전체적으로는 기술이 젠더 격차를 줄인다고 본다.
―최근 신간 '테크놀로지의 덫'과 여러 강연에서 미국의 소위 러스트벨트(인디애나, 미시간, 펜실베이니아, 오하이오 등 미국 북동부 쇠락한 공업지대)가 지난 2016년 대선 당시 도널드 트럼프를 지지한 배경에는 해당 주들의 자동화와 기술의 부정적 영향 때문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러스트벨트의 일자리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곳의 일자리 감소는 무역이 아니라 기술발전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개도국의 저비용 이점이 낮아져 일부 기업이 생산기지를 미국으로 옮기는 '리쇼어링'을 한다고 해도 그것은 생산성의 본국 회귀이지 많은 일자리의 회귀는 아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선 가능성은 상대 민주당 대선 후보가 누구냐에 따라 얘기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트럼프 대통령이 재선 가능성이 있어 보이지만 결과는 아무도 모른다.
―리쇼어링으로 충분한 일자리 창출이 이뤄지지 않아 러스트벨트 지역 실직자들이 재취업할 수 없다면 미국 정부 정책에 문제가 있는 것인가.
▲미국 정부가 경제적 결과를 개선하기 위해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 다만 직장을 구하고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제도나 절차를 간소화할 수 있었으나 아직 현실화하진 못했다. 이를 테면 특정 일자리를 영위하기 위한 자격증·면허 수를 줄인다든가, 일자리가 창출된 지역에 주택 공급을 늘려 주거비용을 감당할 수 있도록 하는 것 등 말이다. 또 급여가 낮은 직장으로 옮겨야 하는 경우 근로자에게 임금보험을 정부가 폭넓게 제공한다면 일자리 이동도 쉽게 이뤄질 것이다.
―한국은 '우버' 같은 차량공유서비스가 법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이를 허용하기 위한 움직임도 있었지만 반대 집단과 간극이 좁혀지지 않고 있다. 신산업 등장과 이로 인한 사회갈등 문제를 어떻게 보나.
▲누군가에게 당신이 일자리를 잃는 대신 신산업이 공익과 경제성장에 도움된다며 희생하라고 말하는 것은 어렵다.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하면 우리의 생활수준은 40배 가까이 높아졌고, 이는 기술발전과 구조조정이 없었다면 실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술혁신으로 실직 위험에 처한 사람들의 경제적 환경이 하향되지 않도록 노사협력이 필요하다. 노사가 함께 과도기에 전향적인 방법을 모색하는 것이 중요하다. 기업체는 근로자가 기술혁신에 적응할 수 있도록 근로시간 단축이나 임금인상 등 혜택을 제공하는 방안을 생각해볼 수 있다. 기업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사람에게 일정 혜택을 제공해야 한다. 이런 전제조건 없이 신기술이 도입되면 기술혜택은 누릴 수 없을 것이다.
―한국 기업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으로 생산성 하락에 따른 수익감소를 우려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국가경쟁력을 저해하는 정책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AI와 자동화가 해결책이 될 수 있나.
▲물론이다. 스웨덴의 경우 경제성장이 저조했으나 산업자동화를 받아들이면서 노동비용 문제를 해결해 20세기 말 경제적으로 경쟁력 있는 나라가 됐다. 고임금 문제에 자동화가 전부 답이 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는 모두에게 혜택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대담 = 송경진 글로벌이슈센터장 정리= gloriakim@fnnews.com 김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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