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1) 윤효정 기자 = 짧은 등장에 긴 여운이다. 원작의 강렬한 임팩트와 달리 드라마에서는 2회만에 퇴장했지만, '왕눈이'의 존재감은 그가 사라진 뒤에도 여전히 드라마 전체에 감돌았다. OCN 주말드라마 '타인은 지옥이다'(극본 정이도/연출 이창희)에서 에덴 고시원의 살인마 중 하나였던 유기혁 역으로 분한 이현욱(34) 역시 이같은 '현상'에 놀라워했다.
원작 웹툰의 애독자였다는 그는 유기혁 역할이 가장 자신과 어울린다고 생각했다. 표정이 없으면 서늘한 얼굴에 연한 갈색 눈은 신비롭되 오싹한 기운이 들기도 했다.
분량은 많지 않았다. '타인은 지옥이다'가 왕눈이 캐릭터를 분리하면서다. 제작진은 고시원 캐릭터들에 변화를 주면서 원작과의 차별화를 꾀했다. 변득종(박종환 분)이 일란성 쌍둥이였다는 점, 왕눈이의 캐릭터를 유기혁과 서문조로 분리한 점이 그 예다. 유기혁은 퇴장했지만 시청자들은 강렬한 인상을 남긴 이현욱을 기억했다 .
15일 만난 이현욱은 이같은 반응에 감사하다면서도 일희일비하지 않고 배우로서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도 입버릇처럼 '이제 시작'이라고 했는데, 이번이야말로 진짜 '시작'인 것 같다면서.
<[N인터뷰]①에 이어>
-'타인은 지옥이다'에서 유기혁을 제외하고 해보고 싶은 캐릭터가 있나.
▶윤종우 역할은 내가 좋아하는 연기 스타일로 표현할 수 있는 역할이어서 관심을 가졌다. 심리적인 변화를 표현하는 것이 좋다. 그리고 박종환 형이 한 변득종 역할도 완전 메소드 연기를 해야 하는 건데, 그건 하고 싶어도 못 할 것 같다. 대본리딩을 하는데 그 형이 연기하는 걸 보고 소름이 돋았다. '풉키키킥' '키킥코코' 웃음소리도 다 달랐다. 와 너무 대단하더라.
-'유기혁 스핀오프'를 바라진 않나.
▶나오면 좋겠지만 현실적으로 실현 가능성은 크지 않으니까. (웃음) '타인은 지옥이다'의 각각 캐릭터들의 서사들을 풀어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일단 작품에서 열어놓은 캐릭터나 이야기가 많았고 그런 점에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정적이지 않아서 좋다.
-극한의 상황까지는 아니더라도 '타인의 지옥이다'의 직장 에피소드나 고시원 에피소드는 공감된다는 반응도 많았다.
▶속까지 100% 착한 사람은 없는 것 같고, '선'만 있는 사람은 사람이 아니지 않나. 감정이 있고 그러다보면 감정의 싸움도 생기고 그게 사람인 것 같다. 우리 모두 다 한 번은 생각해볼 거다. 정말 화가 나면 속으로 별별 생각을 다 하지 않나. 그럼에도 이성이 있어서 표출하지 않는 거고. 예컨대 술을 마실 때도 기분 안 좋게 먹으면 세상이 다 거지같고 지옥 같은데, 좋게 생각하면 천국이 되기도 하고. 그게 사람이 생각이 있고 감정이 있는 동물이니까 가능한 것 같다.
-직장인으로서 고시원보다 직장 내 에피소드가 너무 갑갑하게 느껴지더라. 한편으로 내가 누군가에게는 지옥같은 상대일 수도 있는 거다.
▶맞다. 현실적이면서 비현실적인 작품인데, 이 드라마 때문에 (관계에 있어서) 경각심을 느끼는 분들도 많을 것 같다. 나도 누군가에게는 그런 사람이지 않았나 생각해보는 것처럼. 드라마가 메시지를 전하지 않아도 보는 사람이 느끼는 메시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고시원에서 살아본 적이 있나.
▶학교 다닐 때 1년 정도 살아봤다. 극에 나오는 허름한 고시원은 아니었지만 여러 부분에서 비슷한 점이 있었다. 쌀이나 라면이 구비되어 있었고, 창문이 없어서 낮인지 밤인지 모르고 살았다. 햇빛이 못 보니까 건강이 너무 안 좋아지고 생활 리듬이 다 깨져서 숨이 막혔다.
-이번 작품에 대한 가족들의 반응은.
▶반반으로 갈리는 것 같다. 내가 고생한 걸 보상받는다고 들뜬 분도 계시고, (짧게 나오니까) 일부러 안 물어보는 분도 계시다. 가족들에게는 '제발 들뜨지 말라'고 했다. 그럴 단계가 아니라고.(웃음) 한편으로는 얼마나 내가 잘 되길 기다리셨으면 저렇게 좋아하실까 생각도 한다.
-특히 변요한 류준열 이동휘 등 동료들이 상대적으로 빨리 빛을 본 케이스여서 더욱 주변에서 신경을 쓴 것 아닐까.
▶동료들이 다 잘 됐다. '섬'을 했을 때는 류준열과 함께 연기나 배우에 대해 같이 고민도 하곤 했는데 몇 달 후에 ('응답하라1988' 이후) 준열이가 엄청나게 인기가 많아졌다. 부럽다고 생각도 안 했다. 그 친구가 오래 노력한 것의 결과를 본다고 생각했다. 조급해 하지도 않았다. 내가 그런 걸 의식했으면 연기를 오래하지 못 하고 그만뒀을 거다.
-일일드라마 '사랑만 할래'에 출연하기도 했다.
▶그때는 시스템에 적응을 못 해서 정말 힘들었고 연기를 그만 둬야 하나 고민도 했었다. 요령이 없었달까. 연기를 하는 방식이나 캐릭터 표현, 대사를 받아들이는 과정이 힘겹게 느껴졌다. 후회는 하지 않지만 창피한 내 모습도 있는 작품이고 또 배운 것도 있다. 이후 마음을 다잡은 것은 연극이었다. 오만석 선배와 '트루웨스트'라는 작품을 했는데 '이게 내 마지막 연기구나' 생각했었다. 그런데 엄청 많으 걸 배웠다. 그동안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눈, 다른 이들이 원하는 것에 맞추기 급급해 내 연기를 즐기는 것도 없었다. 그런데 내가 하는 연기에 대한 확신을 갖다 보니 자신감도 생겼다. 어떻게 보면 내 인생의 연기 2막인 것 같다. 그 뒤로는 연극을 계속 해왔다.
-배우로서 어떤 성공을 이루고 싶나.
▶오디션을 보지 않고 캐스팅되는? 그 자체가 배우로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내 이미지, 내 연기에 대한 신뢰의 결과 아닐까. 외부의 반응이나 인기, 사람들이 알아보고 그런 건 내게 큰 의미가 없다. 작품에서 안 찾으면 배우로서 존재가치가 없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번 작품을 통해서 많은 분들이 좋게 보셨다고 하는 반응을 감사하게 느끼고 있다. 그러면서도 심취하지 않으려고 한다.
-'타인의 지옥이다' 는 어떤 의미일까.
▶요새 느끼는 생각이 예전에도 '이제 시작'이라고 했는데 이제 진짜 시작인 것 같다. 오랜만에 엄청나게 바쁜 시기를 보냈는데 되게 힘들고 세시간 잘 정도로 역대급으로 바쁘게 지냈다. 이제 배우로서 더 많은 걸 보여드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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