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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준 "마이너스 금리, 경기부양 효과 있어"… 정책대안으로 떠오르나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16 17:31

수정 2019.10.16 18:54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보고서
"2008년 금융위기때 도입했다면
금융경색 빨리 해소됐을 것"
美 연준 "마이너스 금리, 경기부양 효과 있어"… 정책대안으로 떠오르나
마이너스 금리가 미국 경제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연방준비제도의 연구 보고서가 나왔다. 미국의 실제 마이너스 금리 도입 가능성은 아직은 매우 낮지만 적어도 필요할 때 정책대안으로 검토 가능한 이론적 토대는 갖춰진 것으로 보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이 새로운 보고서에서 지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마이너스 금리를 취했다면 금융시장 경색 해소와 물가상승률을 연준 목표치로 끌어올리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란 결론을 내렸다고 보도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젠스 크리스텐슨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 이코노미스트는 "마이너스 금리 도입에 대한 금융시장 반응을 분석했더니 (마이너스 금리를 택한 나라의) 모든 국채 수익률 곡선이 하향 이동하는 추세가 나타났다"고 밝혔다. 크리스텐슨은 "이는 마이너스 금리가 금융여건 완화를 돕는 효율적 통화정책 수단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달라진 경제환경이 마이너스 금리가 효과를 낼 수 있는 여건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경제구조 변화, 인구 변화를 비롯한 다양한 원인들로 인해 지금은 사상최저 수준의 금리에서 경제가 큰 무리없이 작동하고 있다. 이는 중앙은행이 경기둔화를 비롯한 어려움에 맞닥뜨렸을 때 제로 금리를 택할 가능성을 높이고, 이후 필요하다면 마이너스로도 떨어뜨릴 수 있는 여지를 만든다.

유럽, 일본 등이 이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미국은 금융위기 기간 기준금리인 연방기금(FF) 금리 목표치 하한선을 제로로 설정한 바 있다. 미국은 유럽 등과 달리 금리를 마이너스로 떨어뜨리지는 않는 대신 채권매입을 통해 시장에 자금을 공급하는 양적완화(QE), 통화정책 방향을 사전에 시장에 알려주는 선제적 안내(포워드 가이던스)를 동원해 통화완화를 시행했다.

마이너스 금리는 제로금리보다도 더 적극적으로 여윳돈이 투자에 쓰이도록 하는 경기부양 카드 기능을 한다. 은행에 돈을 넣고 원금을 까먹느니 일부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투자에 나서는 것이 더 낫도록 하는 유인책이다. 또 제로금리는 시중 이자율을 낮추는 역할도 톡톡히 한다.

연준 보고서는 마이너스 금리를 택하고 있는 덴마크,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스위스, 스웨덴 등 일부 국가의 채권시장을 검토한 결과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정책 금리가 시중 금리를 즉각적으로 떨어뜨리는 효과를 냈다고 지적했다. 크리스텐슨은 보고서에서 "중앙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뒤 국채 수익률이 즉각적이고 지속적으로 마이너스 상태를 나타냈다"면서 "마이너스 금리는 제로금리가 기준금리 하한선으로 인식되는 상황에서 금융여건을 완화하는 데 도움을 주는 강력한 통화정책 도구가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고 밝혔다.

그는 미국도 금융위기 기간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면 긍정적 효과를 거뒀을 것이라고 봤다. 크리스텐슨은 "2009~2011년 미국 정책금리가 완만한 마이너스 상태로 떨어졌다면 더 높은 경제성장률을 지원했을 수 있고, 궁극적으로는 인플레이션이 연준 목표치(2%)에 가깝도록 끌어올렸을 수 있다"고 추측했다.

샌프란시스코 연방은행의 보고서는 연준이 이미 올 들어 2차례 금리를 인하해 FF금리 목표치 하한선이 1.75%까지 떨어지고, 이달 29~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0.25%포인트 추가 인하가 예상되면서 미국에서도 마이너스 금리가 나올 수 있지 않겠느냐는 추측이 높아지는 가운데 나왔다.

그렇지만 아직은 마이너스 금리가 가시화할 가능성이 높지는 않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이 지난달 FOMC 회의 뒤 기자회견에서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며 부정적 답변을 내놓은 바 있고,

연준은 2008년에도 마이너스 금리 대신 QE와 선제적 안내로 적절한 정책효과를 거뒀다.
그렇다고 그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도 아니다. 연준 고위 관계자 모두가 마이너스 금리를 가당치도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닐 카슈카리 미니애폴리스 연방은행 총재는 지난주 WSJ와 인터뷰에서 "미국도 유럽과 같은 상황이었다면 마이너스 금리를 검토해야만 했을 수 있다"면서 "누구도 그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