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커'는 한 영화평론가의 표현대로 '지독하게 쓸쓸하면서도 가슴 저릿한 악당 탄생기'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관객이라면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던 영화 속 인물에 모종의 동질감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 가련한 남자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겼을 수 있다. 그랬다면 한없이 가엽기만 했던 이 남자가 조커로 재탄생하는 순간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어둡고 암울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신선했던 조커의 기원"(LA타임스), "영화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광기"(버라이어티) 같은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올해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라고 혹평했던 영국의 가디언도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대해서만은 토를 달지 않았다. 특히 선인에서 악인으로 모습을 바꾼 조커가 붉은 정장을 차려입고 긴 계단을 춤추며 내려오는 장면은 그가 직접 만들어낸 명장면이다. '조커'는 피닉스의 이런 열연에 힘입어 지난달 열린 제76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대상)을 거머쥐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