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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n스트리트] 조커 신드롬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0 16:35

수정 2019.10.20 16:35

세계는 지금 '조커 앓이' 중이다. 이달 초 북미 전역에서 개봉한 호아킨 피닉스 주연의 영화 '조커'는 열흘 만에 누적 흥행수익 2억달러를 넘어섰다. 국내서도 개봉 14일 만인 지난 16일 400만 관객을 넘어서며 흥행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히어로 영화(배트맨)의 조연에 불과했던 악당(조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으로선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조커'는 한 영화평론가의 표현대로 '지독하게 쓸쓸하면서도 가슴 저릿한 악당 탄생기'다.

관객들은 그저 남을 웃기는 광대가 되길 꿈꿨던 어느 수줍고 나약한 남자가 어떻게 '절대악'으로 변해가는지를 묵묵히 지켜보게 된다. 정신질환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제외하면 평범한 소시민에 불과했던 그는 어느 날 자신을 조롱한 남자들을 우발적으로 살해한 뒤 점점 괴물이 되어간다. 영화는 극심한 빈부격차와 불평등으로 갈등하는 가상의 도시 '고담'에 카메라를 들이대면서 조커는 결국 이 세상이 만들어낸 악당이자 반영웅이라고 웅변한다.

영화를 보고 난 뒤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운 관객이라면 나약한 존재에 불과했던 영화 속 인물에 모종의 동질감을 느꼈을 공산이 크다.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병든 홀어머니를 모시고 사는 이 가련한 남자에게 연민의 감정이 생겼을 수 있다. 그랬다면 한없이 가엽기만 했던 이 남자가 조커로 재탄생하는 순간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도 있다. "어둡고 암울하지만 그와 동시에 매우 신선했던 조커의 기원"(LA타임스), "영화 역사상 가장 매혹적인 광기"(버라이어티) 같은 평가는 그래서 나온다.

조커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열연도 빼놓을 수 없는 흥행 요소다. "올해 가장 실망스러운 영화"라고 혹평했던 영국의 가디언도 호아킨 피닉스의 연기에 대해서만은 토를 달지 않았다. 특히 선인에서 악인으로 모습을 바꾼 조커가 붉은 정장을 차려입고 긴 계단을 춤추며 내려오는 장면은 그가 직접 만들어낸 명장면이다. '조커'는 피닉스의 이런 열연에 힘입어 지난달 열린 제76회 베니스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대상)을 거머쥐었다.

jsm64@fnnews.com 정순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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