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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건축 힘들어 리모델링 선택했는데… 상한제가 또 걸림돌

김민기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1 18:33

수정 2019.10.21 20:09

30가구 이상 분양땐 상한제 적용
기존 가구 15%만 일반분양 허용
강남권 이외 지역에선 심사숙고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용산구 이촌현대(현대맨숀)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 중인 용산구 이촌현대(현대맨숀) 아파트.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단지들이 대부분 입지가 좋아 리모델링이 끝나면 가구 당 1억~2억원의 추가 상승이 이뤄지고 주변 신축 아파트와의 갭도 많이 줄일 것으로 보인다."(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

최근 정부의 강도 높은 정비 사업 규제로 재건축 사업 추진이 힘들어지면서 리모델링을 선택하는 단지들이 늘어나고 있다. 특히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수익성은 낮지만 입지나 교육, 인프라가 좋은 지역인 강남이나 한강조망이 가능한 지역 등에서 리모델링 사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정부가 리모델링 등 소규모 정비 사업장에도 민간택지로 확대된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리모델링 추진 조합들의 고민도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21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5일 서초구 잠원동 '롯데캐슬갤럭시 1차'(256가구)가 시공사 선정 입찰을 마감한다. 이 사업은 5개동, 지하4층∼지상28층, 294가구를 새롭게 조성하는 프로젝트다.
이 단지는 설악아파트를 재건축한 것으로 2002년 입주 후 17년 만에 리모델링을 진행한다. 리모델링이 끝나면 '재건축 후 리모델링'의 첫 사례가 된다.

지난달 열린 현장설명회에서는 대림산업, GS건설, 포스코건설, 롯데건설, 쌍용건설, 효성중공업 등 건설사 6곳이 참여했다. 특히 최근 인근의 잠원 동아아파트와 미주파스텔아파트 등이 리모델링 추진위원회를 설립하고 설계사를 선정하면서 사업이 가속이 붙으면서 이 곳 역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리모델링 후 집값 상승 '뚜렷'

서울 송파구에선 문정동 '문정시영'(1316가구)이 오는 22일 리모델링 사업 시공사 선정을 위한 입찰을 마감한다. 이곳은 서울시내 1000가구가 넘는 대규모 리모델링 단지 중 한 곳으로 지난해 서울시가 선정한 '서울형 리모델링 시범단지' 7곳 중 1호 단지다. 30년이 경과한 노후아파트이나 용적률이 232%에 달해 시범단지 지정이전인 2016년부터 추진위원회를 결성해 리모델링을 추진해왔었다.

용산구 이촌동 '강촌'(1001가구)도 20일 리모델링 주민설명회를 연다. 이촌동 일대 단지들과 5000가구 규모의 통합 리모델링을 추진했지만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무산돼 독자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용적률이 423%로 높고 재건축 연한도 아직 채우지 못해 일찌감치 리모델링을 준비 중이다.

서강대교 북단 인근 마포구 신정동 '서강GS아파트'도 리모델링 추진위원회가 최근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추진위는 이르면 올해 안에, 늦어도 내년 1분기까지 조합을 설립하고 시공사·정비업체 선정도 마칠 계획이다.

이처럼 단지들이 리모델링을 적극 추진하는 이유는 집값 상승이 가장 큰 이유다. 리모델링 사업이 완료됐거나 추진이 가시화된 단지들은 집값이 오르고 있다.

실제 잠원 동아아파트는 2월 전용 84.91㎡가 15억200만~16억2000만원에 매매됐지만 8월엔 18억9500만~19억2000만원에 팔리면서 가격이 상승 중이다. 강남구 청담동 '청담아이파크'는 리모델링 완료 후 2014년 입주하면서 전용 110.18㎡가 12억원에 거래됐지만 올해 7월 21억4000만원까지 뛰어올랐다.

건설사들 역시 리모델링 사업에 적극적이다. 특히 포스코건설은 수도권에서 리모델링 사업을 추진 중인 총 26개 사업장 중 절반인 13개 단지의 리모델링 시공권을 따냈다. 잠원 훼미리(완공 후 331가구)를 비롯해 개포 대청(902가구), 개포 우성9차(232가구), 이촌동 현대(750가구), 송파 성지(342가구), 둔촌 현대1차(572가구) 등이다. 쌍용건설 역시 송파구 오금 아남(328가구)과 성동구 옥수 극동(1035가구)을 포함해 수도권에서 6곳 시공을 맡아 수주실적 2위를 기록하고 있다.

■30가구 이상 분양가상한제 적용

다만 국토교통부가 리모델링 역시 30가구 이상을 신규로 분양하게 될 때에는 분양가상한제를 적용키로 함에 따라 강남권 이외에 지역에서는 손쉽게 사업에 뛰어들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또 리모델링은 기존 가구 수의 15%까지만 일반분양이 허용돼 재건축보다 수익성이 낮은 편이다.
이에 최근 진행된 추정 공사비 2500억원 규모의 서울 송파구 문정시영아파트 리모델링 사업의 시공사 선정 입찰에는 포스코건설만 단독으로 참여하며 유찰되기도 했다. 잠원동아 역시 원래는 148채를 일반분양할 계획이었는데 상한제 규제와 관련한 우려가 커지면서 1+1 분양이나 전용면적을 늘리는 등의 방안도 고려 중이다.


다만 강남의 경우 일반 분양을 30가구 미만으로 줄이더라고 집값 상승이나 주거 환경 개선 등의 긍정적인 면으로 인해 사업이 진행 될 것으로 예상된다.

kmk@fnnews.com 김민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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