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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금강산사업 선임자들 매우 잘못"…선대정책 이례적 비난

김정은 "금강산사업 선임자들 매우 잘못"…선대정책 이례적 비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 관광지구를 현지지도하면서 남측 시설들을 남측과 합의해 철거할 것을 지시했다고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이 23일 보도했다. 2019.10.23 (노동신문)© 뉴스1

(서울=뉴스1) 양은하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금강산관광사업과 관련해 "선임자들의 (대남)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고 비난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고 있다.

금강산관광사업은 지난 1998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현대그룹 등 남측과 함께 추진한 사업인 만큼 이에 대한 비판은 아버지의 정책 결정을 공개적으로 비판한 것으로도 읽힐 수 있기 때문이다.

23일 조선중앙통신 보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금강산관광지구를 찾아 "손쉽게 관광지나 내어주고 앉아서 득을 보려고 했던 선임자들의 잘못된 정책으로 하여 금강산이 10여년간 방치되어 흠이 남았다"고 지적했다.

또 "국력이 여릴 적에 남에게 의존하려 했던 선임자들의 의존정책이 매우 잘못됐다"며 선임자들의 '대남 의존' 정책을 여러 차례 꼬집었다.

김 위원장이 '선임자'라고 지칭한 것은 금강산 관광 사업 추진과 경영, 중단 이후 관리에 관여해온 이들을 가리키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최고지도자의 결정이 절대적인 북한에서 당시 관계자들에 대한 비난은 곧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대남 정책에 대한 문제 제기로 볼 여지가 있다.

북한 체제 특성상 선대 정책을 비판한 사례는 찾기가 어렵다는 점에서 이번 발언은 상당히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김 위원장의 경우 지난 2011년 집권 이후 김일성-김정일-김정은으로 이어온 3대 세습을 합리화하고 안정화하는 데 애를 써왔다.

대북 전문가들은 김 위원장 발언이 이례적이긴 하지만 선대 정책을 의도적으로 비판했다고 의미를 두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지적한다.

그보다는 10년째 방치된 금강산 관광을 독자적으로 개발하기 위해 남측에 의존한 기존 남북공동 사업에 대한 불만 표시를 하는 과정에서 의도치 않게 이같은 발언이 나온 것이라고 봤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 체제 속성상 선임지도자를 공개적으로 비판하기는 쉽지 않다"며 "내용으로 봤을 때도 데려간 일꾼들을 질책하는 과정에서 이들에게 들으라는 뜻으로 선임자들을 비난한 것"이라고 말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선대 비판보다는 김 위원장의 파격적인 통치 스타일로 인한 것"이라며 "김 위원장은 선대와 달리 인민들과 스스럼없이 어울리며 격식 없고, 한층 실용적인 리더십을 보여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대북 제재로) 북한 경제가 어려운데 새로운 돌파구를 찾지 않으면 방법이 없고, 선대 노선을 바꿀 수 있는 건 김 위원장밖에 없으니 이같은 지시를 내린 것"이라며 "남측이 주도했던 금강산 관광을 이제 북한이 주도하겠다는데 방점이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