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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은 기후위기의 당사자.. 기성세대가 행동으로 답하라" [2019 서울 세계재생에너지 총회]

정상균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3 17:09

수정 2019.10.23 18:27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 김도현양 세계재생에너지총회서 특별연설
"내년 온실가스 감축폐기는 무책임"
특별연설하는 김도현 활동가 한국에너지공단 제공
특별연설하는 김도현 활동가 한국에너지공단 제공

"기후변화를 악화시키는 대한민국 국민으로 부끄러움을 느끼고 싶지 않습니다. 변화를 이끌어가는 자랑스러운 우리나라가 될 수 있도록 저희의 외침에 응답해주세요". 김도현 청소년기후행동 활동가(17세·사진)는 23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제8회 세계재생에너지총회 개막식 특별연설에서 기성세대를 향해 "기후변화 위기에 바로 행동해달라"고 호소했다. 김 양은 "우리의 외침에 대한 답을 듣고 싶어 이 자리에 섰다. 오늘 '기특한 아이'가 아니라 기후위기의 당사자로서 미래 세대를 대변하고 있다"고 연설했다.

김 양은 이날 반기문 국가기후환경회의 위원장의 기조연설에 이어 청소년을 대표해 연설했다. 정부 주도의 국제행사에서 고교생의 연설은 이례적이다.
지난 9월, 스웨덴의 환경운동가 16세 소녀 그레타 툰베리가 유엔 기후행동정상회의에서 기후변화 위기의 메시지를 전세계에 각인시킨 사례를 참고했다는 주최 즉의 설명이다.

기후변화 문제에 청소년들이 행동하고 목소리를 내는 이유는 뭘까.

이날 기자와 만난 김 양은 "살인적인 폭염과 열대야가 여름이면 반복되고, 봄에는 미세먼지 때문에 매일 마스크를 쓰고 등교한다"며 청소년들이 기후변화의 가장 큰 피해자라고 했다.

"기후변화는 저희 청소년들이 선택한 일이 아닙니다. 제가 태어나기도 전부터 이미 기후변화는 진행 중이었습니다. 우리의 미래를 담보로 어른들이 과거에 내린 무책임한 선택 때문에 지금 우리는 기후위기에 처했습니다".

김 양이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지난해 여름 봉사활동에서 받은 충격 때문이다. "숨도 쉬기 힘든 폭염 속에서 할머니는 선풍기도 없이 반지하 방 안에 누워계셨어요. 기후변화가 똑같이 닥쳐도 누군가의 삶은 가난하다는 이유로, 혹은 약하다는 이유로 더 위협받는다는 것을 알았어요. 기후변화를 사회정의의 문제로 느끼게 된 거죠."

"기후위기는 세대 간 불평등의 문제"라는 게 김 양의 생각이다. 그래서 청소년들이 더 많은 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것이다. "어른들이 국내외에 석탄화력발전소를 짓고, 2020년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폐기하는 등의 무책임한 결정을 내렸어요. 가장 큰 피해를 입게 되는 건 우리 세대인데 여기에 청소년들의 선택권은 없어요. 불공평한 거죠".

김 양은 기업과 정부의 책임을 강조하며 "많은 양의 온실가스 내뿜는 산업계가 더 많은 부담을 져야 한다. 온실가스 배출하며 발전해온 우리나라는 선진국으로서 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고 했다.

김 양이 활동하는 단체는 '청소년기후행동'이다. 기후변화 위기에 공감하는 청소년들이 모여 지난해 만든 조직이다. 올해 세차례(3월, 5월, 9월) 시위를 했고, 8~9월엔 매주 거리에서 캠페인도 벌였다.
특히 지난 9월엔 전세계 150개국 400만명이 넘는 청소년들이 동시다발적으로 전개한 '금요일 등교거부 시위(미래를 위한 금요일)'와 연대해 서울 광화문에서 청소년 500여명이 모여 정부와 기업에 행동을 촉구했다.

김 양은 "내년에 청소년들이 주축이 돼 정부를 상대로 기후변화 위기에 대한 책임을 물어 소송을 계획하고 있다"고 했다.
국가가 온실가스 감축 계획을 폐기하는 등 기후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않아 권리를 침해했다는 취지다.

skjung@fnnews.com 정상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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