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외교/통일

北 김계관 통해 '새로운 계산법' "연말까지 내놔라" 압박

강중모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4 09:13

수정 2019.10.24 09:13

트럼프-김정은 친분과 신뢰 관계 강조하면서도...
북·미 교착의 원인, 미 행정부 대조선적대시 정책
김계관 발언, 사실상 "연말 내 새로운 계산법 내라"
김정은 금강산 발언 이후 나온 담화, 의미심장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뉴스1
[파이낸셜뉴스] 북한은 24일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의 담화를 통해 "미국이 어떻게 이번 연말을 지혜롭게 넘기는지를 지켜보겠다"고 밝혔다. 미국이 '새로운 계산법'을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제시했던 '연말'까지 내놓으라는 점을 분명히 한 셈이다.

이날 김 고문은 담화를 통해 이 같은 뜻을 밝히면서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 위원장 사이의 친분관계는 확실하며 서로에 대한 신뢰감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을 강조했다. 미 정부를 압박하면서도 정상 간 친밀을 내세워 미국과 대화하겠다는 의지를 표현한 셈이다.

그는 자신이 김 위원장과 만나 북·미 현안에 대해 보고를 했는데 그 자리에서 김 위원장이 자신과 트럼프 대통령의 관계가 각별하다는 것을 밝혔다고 전하며 "이런 친분관계에 기초에 조·미(북·미) 사이 모든 장애물을 극복, 관계 진전의 동력으로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김 고문은 "문제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적 식견과 의사와는 거리가 멀게 워싱턴 정가와 미 행정부의 대(對) 조선 정책 작성자들이 아직도 냉전식 사고와 이데올로기적 편견에 사로잡혀 우리를 덮어놓고 적대시하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즉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비핵화 문제를 풀기 위한 준비가 됐고 개인적으로도 친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지만 미 트럼프 행정부의 실무관리들과 대통령의 참모들이 북한에 대해 부정적 인식을 갖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북·미 관계가 풀리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김 고문의 주장은 북·미 정상의 친밀함을 과시하고 트럼프 대통령과 미 행정부를 소위 '갈라 치기'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북·미 관계 교착의 책임을 미 행정부로 넘기고 정상 간 탑다운 방식,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으로부터 원하는 것을 얻어내겠다는 의미다.

북한이 과거 대미외교의 최선봉이었던 김 고문을 내세워 이 같은 담화를 낸 것은 미국과 협상을 하루 빨리 재개, 새로운 계산법을 제시해달라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사진=뉴시스
김계관 북한 외무성 고문. /사진=뉴시스
또 이번 담화가 김 위원장이 전날 금강산을 현지지도하면서 "보기만해도 기분이 나쁜 너절한 남측의 금강산 시설을 남측 관계부문과 합의해 싹 들어내고, 현대적 봉사시설을 우리식으로 건설해야 한다"라고 말한 바로 다음 날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같은 맥락에서 당시 이 같은 발언을 한 김 위원장을 최선희 외무성 제1부상이 수행한 것 역시 의도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현재 대미외교의 사실상 총괄하고 있는 최 부상을 김 위원장 옆에 배치해 미국에 간접 메시지를 전했다는 것이다.

지난 23일과 이날 상황을 종합하면 즉 북한은 미국에 전향적 제재완화 및 해소가 아니더라도 자금 숨통을 터줄 수 있는 관광사업을 재개할 수 있게 해달라는 뜻을 전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북한은 대북제재로 자금줄이 말랐고 자금난은 점점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한편 일각에서는 북한이 이번 담화를 통해 북·미 정상 간 친밀·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밝혔기 때문에 곧 지난 5일 스톡홀름에서 결렬된 실무협상을 재개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협상을 통해 새로운 해법을 찾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켄트 해르스테트 스웨덴 외교부 한반도특사는 지난 23일 서울 성북동 주한 스웨덴대사관저에서 진행한 기자간담회에서 북한과 미국이 스톡홀름에서 실무협상을 재개할 수 있게끔 수주 안으로 양측에 초청장을 보낼 계획이 있다고 밝혔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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