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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성수술, 뇌 수술 중 환자 깨워 증상 확인하며 진행… 후유증 최소화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정명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24 17:20

수정 2019.10.24 17:20

각성수술, 뇌 수술 중 환자 깨워 증상 확인하며 진행… 후유증 최소화 [정명진 의학전문기자의 청진기]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이 뇌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의료진이 뇌수술을 진행하고 있다. 인천성모병원 제공
한 의학드라마에서 양궁선수였던 수술 환자가 수술 중 활을 쏘는 모습이 전파를 탔습니다. 당시 이 장면을 놓고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잇따랐습니다. 하지만 이는 '각성수술(Awake surgery)'을 보여주는 한 장면입니다.

각성수술이란 뇌의 중요 부위를 수술할 때 환자를 수술 중간에 깨워 환자의 신경학적 증상을 확인하면서 진행하는 수술을 말합니다.
이는 스릴러 영화의 소재로 가끔 등장하는 '수술 중 각성'과는 엄연히 다릅니다. 각성수술이 수술에 도움을 주기 위해 수술 중 의도적으로 환자를 깨우는 것이라면 수술 중 각성은 비의도적으로 환자가 수술 중 깨는 현상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수술 중 각성은 환자가 깨어 있는 것을 수술 의사나 마취과 의사가 알지 못하고 수술에도 도움이 되지도 않습니다.

인천성모병원 신경외과 윤완수 교수는 24일 "각성수술의 목적은 환자가 받아들일 수 있는 신경학적 손상 이내에서 종양을 제거하는 데 있다"며 "환자가 수술 중 깨어 있는 것에 대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지만 뇌수술 후 최소한의 후유증과 빠른 회복은 각성수술을 통해서만 이룰 수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넓은 의미에서 국소 마취 하에 진행하는 모든 수술이 각성수술에 포함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대개는 뇌종양 수술 중 환자를 각성 상태로 만들어 뇌 지도화(브레인 매핑)을 거친 후 종양을 제거하는 것을 말합니다.

각성수술이 필요한 가장 큰 이유는 위치에 따른 뇌 기능이 100% 동일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사람의 뇌는 발달을 하는 동안 학습, 기억, 경험 등을 거치며 각각의 뉴런(신경세포)이 연결되면서 체계화돼 완성됩니다. 하지만 각 개인별로 뇌의 발달 과정이 다릅니다. 이 때문에 뇌의 각 영역의 기능이 비슷할 수는 있어도 동일하지는 않다는 것입니다. 특히 인지 및 언어기능과 같은 상위 뇌기능은 각 개인별로 많은 차이를 보입니다.

뇌종양 중 신경 교종은 정상 뇌 조직에 침윤을 보이고 경계가 모호한 경우가 많아 대부분 각성수술이 필요하다. 또한 일부 전이성 종양이나 혈관종도 중요 신경에 인접하는 경우에는 각성수술을 시행한다.

의료진들은 브레인 매핑 후 종양 주위의 뇌 기능을 확인한 뒤 각성수술로 종양을 제거하게 됩니다. 이때 브레인 매핑은 개인별로 차이를 보이는 뇌 기능을 전기 자극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경계가 모호한 신경 교종을 제거할 때 종양 주위 신경기능을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각성수술은 또 종양과 신경학적 기능의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신경 교종의 경우 재발을 막기 위해서는 넓은 범위까지 종양을 제거해야 합니다. 하지만 종양 제거 후 영구적 신경기능의 장애가 올 수 있습니다. 이처럼 종양의 제거와 신경학적 손상 사이에서 타협점에 대한 판단은 각성수술 시에만 가능합니다.


각성수술을 시행할 때는 수면 또는 전신마취 하에서 시작하고 뇌를 완전히 노출시킨 후 환자를 깨우게 됩니다. 종양 제거 중 신경학적 기능이 일부 변화를 보이면 수술을 멈추고 환자에게 이를 설명 후 종양의 추가 제거여부를 결정합니다.
이후 종양 제거술이 완료되면 환자를 다시 수면 또는 전신마취 시키고 수술 부위를 봉합하고 마무리합니다.

pompom@fnnews.com 정명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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