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왜 합법까지 규제하나"…정부 액상형 전자담배 규제에 반발

이진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0.30 14:48

수정 2019.10.30 15:00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전자담배 매장 /사진=한국전자담배협회 제공
인천 남동구에 위치한 한 전자담배 매장 /사진=한국전자담배협회 제공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괜한 오해를 만들고 있습니다."
30일 오전 찾은 서울 마포구의 한 전자담배 가게. 김모 대표의 한숨이 섞인 탄식이 이어졌다. 그는 지난달 정부의 전자담배 사용 자제 권고 이후 매출이 급격하게 떨어졌다고 토로했다. 김 대표는 "최근 들어 손님들이 '전자담배가 몸에 안 좋다고 한다'고 말한다"며 "정부의 권고 제한이 자칫 전자담배를 악마화시키는 게 아닌지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부가 '중증 폐질환' 환자가 나온 이후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 중단을 강력히 권고하고 나서면서 관련 소매점의 원성이 커지고 있다. 소매 점주들은 불법 전자담배로 인한 피해가 합법 판매점주에게 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액상형 전자담배 소비자들은 정부의 발표 이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혼란에 빠진 상태다.

■액상형 전자담배 매출 '뚝'
기획재정부의 '2019년 3분기 담배 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20일 질병관리본부가 액상형 전자담배 사용을 자제할 것을 권고한 후 지난 7월 430만 포드(갑)에 달했던 폐쇄형 액상형 전자담배 판매량이 가파르게 줄어 9월에는 280만 포드에 그쳤다.

보건복지부의 전자담배 안전관리 2차 대책 발표 이후 판매량은 더욱 줄었다는 게 업계의 주장이다.

규제가 거듭되자 액상형 전자담배가 편의점, 대형마트, 면세점 등 소매점에서 퇴출당하고 있다. GS25 등 편의점과 대형마트에서 가향 액상형 전자담배의 신규발주가 중단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권고가 액상형 전자담배를 매도하고 있다고 비판하고 있다. 미국에서 사실상 중증 폐 질환의 원인으로 문제가 된 성분은 대마초 성분 중 환각을 일으키는 THC(tetrahydrocannabinol·대마유래 성분)와 비타민E가 변형된 비타민E 아세테이트인데, 국내에서 유통되는 액상형 전자담배에는 해당 물질이 포함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일부 소비자들은 청와대 청원을 작성해 1만9000명 이상이 동의하기도 했다. 청원자는 "현재 문제가 되는 것은 전자담배가 아닌 불법 대마초 액상"이라며 "국민들에게 전자담배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지난 28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서 "대마 성분이 없는 전자담배에서도 환자가 나와 중단 권고를 했다"라고 밝혔다.

■정부 세수 증대 의혹도
액상형 전자담배를 사용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갑론을박이 벌어졌다. 정부의 규제가 구체적이지 않아 선의의 피해자가 발생한다는 의견과 함께 그동안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이 '법의 사각지대'였다는 주장도 나왔다.

전자담배를 1년 이상 사용한 변모씨(33)는 "전자담배 커뮤니티에서는 향과 화학 니코틴 등을 따로 구입해 액상을 만드는 소위 '김장'이 성행한다"며 "특히 직구로 구매할 경우 일반 담배보다 가격이 저렴하다. 이제 전자담배도 법의 터울로 들어가는 과정"이라고 말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담배사업법상 '연초의 잎을 원료 일부나 전부로 해 만든 제품'으로 정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연초의 줄기·뿌리 니코틴 등은 담배 사각지대로 불리고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의 규제가 '건강'이 아닌 '세금'에 방점을 두고 있는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복지부가 향후 담배의 정의를 확대해 세금을 부과하겠다는 계획을 밝혔기 때문이다. 현재 일반 담배 1갑 가격 4500원중 2986원이 세금이다. 반면 액상형 전자담배 1갑당(4500원) 붙는 세금은 1669원에 불과하다.

김도환 한국전자담배협회장은 "정부에서 법의 사각지대에 있는 액상형 전자담배 시장을 관리하겠다는 입장은 존중한다"면서 "액상형 전자담배에 붙는 세금이 궐련형 담배보다 훨씬 높다.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편 전자담배산업협회는 11월 6일 국회 맞은편에서 '담배사업법 일부 개정안 반대 시위' 집회를 열 예정이다.

beruf@fnnews.com 이진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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