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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 핏빗 인수…웨어러블 사업 강화

송경재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3 14:14

수정 2019.11.03 14:14

[파이낸셜뉴스]
자료=캐널리스, WSJ
자료=캐널리스, WSJ

구글이 1일(현지시간) 웨어러블 기기 업체 핏빗을 21억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 사업군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이다. 인터넷 검색, 광고에서 각국의 규제가 강화되는 가운데 구글이 하드웨어 부문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핏빗 인수로 구글은 또 실리콘밸리 경쟁사인 애플과 다시 각축전을 벌이게 됐다.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외신에 따르면 구글 모기업인 알파벳은 이날 핏빗과 인수합병(M&A)에 합의했다. 지난달 28일 양사간 M&A 소식이 흘러나온지 1주일 만에 인수가 성사됐다.
알파벳은 핏빗의 10월 31일 종가에 19% 웃돈을 얹은 주당 7.35달러에 인수하기로 했다. 지난달 28일 인수 소식이 첫 보도된 때를 기준으로 하면 70%가 넘는 프리미엄을 얹은 가격이다.

업계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페이스북도 핏빗 인수를 타진했지만 2배 가격을 제시한 구글에 무릎을 꿇었다. 페이스북은 앞서 9월 23일 뉴욕의 스타트업 업체로 사람이 뇌를 통해 직접 컴퓨터를 통제하는 도구를 개발하는 CRTL-랩스 인수를 발표하면서 웨어러블 진출을 본격화한 바 있다. 알파벳으로서는 그러나 큰 무리는 아니다. 인수금액 210억달러는 보유현금 1210억달러에 비하면 푼 돈 수준이다.

인수합의 소식이 전해진 뒤 핏빗 주가는 15% 넘게 뛴 7.14달러에 마감했고, 알파벳 주가도 소폭 올랐다. 2007년 설립된 핏빗은 심박수 같은 핵심 건강지표를 측정하는 스마트워치, 스마트밴드 등 웨어러블 기기를 만드는 없체다. 핏빗에 따르면 설립 이후 지금까지 전세계적으로 1억대 이상을 팔았고, 사용자 수는 2800만명을 넘는다.

핏빗 공동창업자로 하버드대 컴퓨터과학과 중퇴자인 한국계 제임스 박은 "구글의 자원과 글로벌 플랫폼을 활용하면 핏빗이 웨어러블 기기 품목의 혁신을 가속화하고, 더 빨리 측정하며, 모든 이들을 더 쉽게 건강해지도록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구글의 핏빗 인수는 구글에는 하드웨어 부문 강화를 통한 새로운 먹을거리 확보를, 최근 고전하던 핏빗에는 든든한 후원자를 바탕으로 한 경쟁력 강화 달성을 위한 전략이다. 핏빗은 2015년 상장(IPO) 당시만 해도 주당 45달러에 거래됐지만 지난 수년간 애플 등에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면서 주가가 폭락했다.

구글은 애플의 웨어러블 기기 성공사례에 고무돼 핏빗 인수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애플은 지난주 초 3·4분기 아이폰 매출 부진에도 불구하고 애플워치, 무선 이어폰 에어팟 등 웨어러블 기기 매출이 54% 급증한 덕에 비교적 양호한 실적을 공개한 바 있다. 노트북 컴퓨터 크롬북, 스마트폰 픽셀 등 하드웨어에서 별다른 재미를 보지 못하고 있는 구글이 핏빗 인수를 통해 웨어러블로 하드웨어 실적을 만회할 계획을 세운 것이 당연해 보인다.구글은 2016년 모토롤라 사장 출신인 릭 오스텔로를 하드웨어 부문 책임자로 영입하면서 하드웨어 강화를 꾀하고 있다.

이듬해인 2017년 대만 HTC로부터 스마트폰 사업 부문을 인수했고, 가정용 하드웨어 업체 네스트도 사들였다. 수십억달러를 인수자금으로 쏟아부었지만 별다른 성과를 내지는 못하고 있다.

오스텔로는 구글의 하드웨어 부문이 그룹내 '스타트업'이라면서 "결국에는 매우 거대하고 중요한 사업부문으로 자리잡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비판적인 평가를 내리고 있다.

웨드부시 증권은 이날 분석보고서에서 "이번 (핏빗) 인수는 구글이 풍차에 돌진하는(가상의 적을 공격하느라 에너지를 낭비하는) 또 다른 사례"라면서 "구글은 소비자 제품에서는 일관되게 형편없다"고 지적했다.
웨드부시는 이어 "구글은 마치 웨드부시의 이같은 관점이 잘못됐다는 것을 입증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다 쏟아붓겠다는 듯이 행동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비판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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