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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클릭] 정책이 진정성을 만나면 생기는 변화

안승현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06 17:52

수정 2019.11.06 17:52

[현장클릭] 정책이 진정성을 만나면 생기는 변화
"나 때는 왜 저런 정책이 없었을까…."

지난 10월 29일 서울시가 신혼부부 주거 정책을 발표하는 자리에서 열심히 설명을 듣던 한 기자가 갑자기 장탄식과 함께 읊조린 말이다. 이전에 볼수 없던 파격적인 내용이 담겨 있어서다. 곧바로 정책 실현 가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되며 발표 현장은 술렁거렸다.

서울에서 매년 결혼하는 2쌍 중 1쌍은 임대주택이나 최대 2억 원의 임차보증금을 빌려주겠다는 것이 해당 정책의 골자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의 정치적 행보와 연결해 대중영합주의를 남발한다는 비판을 쏟아 내고 있다. 그러나 이는 그동안의 '히스토리'를 몰랐거나 애써 무시하는 처사다.


박 시장은 그동안 각종 강연이나 시행사, 만찬 행사 등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서울시가 신혼부부 2쌍 중 1쌍은 집 문제를 해결해 줘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왔다. 갑작스레 등장한 '선심성' 정책이 아니다. 3번의 임기를 거치는 동안 줄곧 주거 정책의 실현 가능성에 중심을 두고 조각하듯 정책을 하나 하나 정성을 기울여 왔다는 얘기다.

서울시는 그동안 임대주택 문제를 꾸준히 고민해 왔고, 매번 업그레이드된 결과물을 내놨다. 신혼부부 주거 지원은 서울시가 오랫동안 연구해온 시민들의 주거 복지정책에 끝판왕 같은 존재다.

이번 정책은 결혼 포기가 속출하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많은 기회를 보장해 줄 수 있다. 임대주택이나 전·월세 보증금을 지원받으면 맞벌이 부부가 신혼 초기 집 걱정에서 벗어나 종잣돈을 만들 수 있는 시간을 벌게 된다. 모두가 어렵게 살던 70년대나, IMF 구제금융, 글로벌 금융위기 등 많은 부침을 겪으며 젊은 시절을 보낸 세대는 이번 정책을 보며 격세지감을 느낀다. 지금보다 결혼 연령이 빨랐던 과거 세대들은 취업과 동시에 결혼 준비를 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 부모의 지원을 못 받는 경우 갈 곳은 은행 뿐이었다.

서울시 한 간부는 이번 정책에 대해 "울컥한다"는 말로 평가했다. 신혼시절 친형에게 집값을 빌리려다 거절당하고 은행출장소장에게 사정하며 대출받았던 때가 생각났다는 것. "젊은 시절로 돌아가고 싶지는 않은데, 그 시절에 이런 혜택이 있었다면 다시 돌아가고 싶다"고 토로했다.

서울시는 이번에 단단히 마음을 먹은 모양새다. 임차보증금 부분은 신청하면 다 준다는 게 서울시의 목표다. 시는 대략 1만5000호 정도의 임차보증금 신청이 들어올 것으로 예상했다.
만일 이보다 더 많은 신청이 몰려도 능히 해결할 여지는 많다는게 서울시의 판단이다. 서울시 고위관계자는 "시장이 결단만 내리면 된다"고 답했다.
행정에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그의 지론대로, 이번 정책은 젊은 세대나 장년층의 감성을 제대로 자극하고 있어 박시장 행보에 세간의 이목이 쏠려있다.

ahnman@fnnews.com 안승현 정책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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