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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포 남편 유기치사' 50대 아내…2심서 '유기'만 유죄 왜

뉴스1

입력 2019.11.07 15:38

수정 2019.11.07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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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박승주 기자 =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린 남편을 그대로 두고 가 숨지게 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50대 여성에게 1심에 이어 항소심도 유죄를 선고했다.

서울고법 형사5부(부장판사 김형두)는 7일 유기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모씨(53·여)에게 징역 10월을 선고했다.

2017년 7월 박씨 부부는 경기 김포의 한 주점에서 술을 마셨다. 박씨는 혈중알코올농도 0.15% 상태에서 운전석에, 남편 A씨(당시 54세)는 소주 4병과 맥주 1000㎖를 마시고 조수석에 탔다.

평소 두 사람은 중고차 구매 문제로 많이 다퉜고 사건 당일에도 아버지 간병과 생활비 문제로 싸웠다.

A씨는 차에서 내렸다 타기를 반복했고 3번째로 차에서 내렸을 때 박씨는 A씨를 태우지 않았다.

A씨는 박씨가 지나가고 약 2분 뒤 도로에서 다른 운전자에 의해 발견됐다. 두개골이 골절된 A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수술을 받았지만 결국 숨졌다.

검찰은 도로교통법위반(음주운전)과 함께 유기치사 혐의로 박씨를 재판에 넘겼고, 1심 재판부는 박씨에게 징역 1년6월의 실형을 선고했다. 박씨의 항소로 재판은 2심으로 넘어갔다.

사건의 쟁점은 A씨가 차에서 내릴 때 차량이 움직이고 있었는지였다.

1심부터 검찰은 "A씨는 주행 중에 뛰어내려 숨졌다"고 주장했고, 박씨 측은 "차를 완전히 세운 뒤 A씨를 내려줬다"고 반박했다.

2심 재판부는 1심의 판단처럼 검찰의 주장이 옳다고 봤다. 박씨는 A씨를 공원 주차장 입구에 내려줬다고 주장했지만, 근처 CC(폐쇄회로)TV에서는 이러한 모습이 나타나지 않았다.

특히 사건 당시 박씨가 몰았던 차량 조수석 문이 주행 중에도 열리는지를 두고 양측은 공방을 벌였는데, 재판부는 박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항소심 재판부는 실제 박씨가 운전했던 2011년식 아반떼 MD 차량 조수석 문이 주행 중에도 열리는지 실험을 통해 확인하기 위해 '현장검증'을 벌이기도 했다.

검증 결과는 손잡이 윗부분에 있는, 일종의 잠금쇠 역할을 하는 '노브'를 당긴 상태에서 손잡이까지 당기면 차량 문이 주행 중에도 열리는 점을 확인됐다. 또 노브만 강제로 2초가량 당겨도 차량의 문을 열 수 있는 상태인 것으로 확인됐다.

재판부는 "객관적인 증거를 종합하면 달리는 차에서 피해자가 문을 열고 뛰어내린 것"이라며 "그런데도 박씨는 그대로 운전을 하고 지나갔다"고 판단했다.

다만 박씨에게 적용된 죄명은 1심과 달라졌다. 검찰은 박씨에게 유기치사 혐의를 적용했고, 1심도 이를 인정했지만 항소심은 다르게 판단했다.

박씨의 유기 행위와 피해자의 사망 사이에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힘들어 유기치사죄가 아닌 '유기죄'가 인정돼 형이 다소 감형됐다.

A씨는 도로로 떨어진 직후 크게 다쳤기 때문에 박씨가 구호에 나섰더라도 사망이라는 결과가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A씨는 차에서 뛰어내린 뒤 불과 2분만에 다른 운전자에 의해 발견돼 병원으로 옮겨졌다.


재판부는 "당시 A씨의 부상 정도와 의사의 말을 종합하면 A씨가 뛰어내린 뒤 박씨가 바로 차를 세우고 병원에 데려갔어도 A씨가 살기는 힘들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치사 부분은 유죄로 인정할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박씨는 "남편은 많이 취하지 않았다" "차에서 뛰어내린 사실이 없다" 등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실형이 선고됐다.
지난 6월 재판부로부터 보석을 허가받은 박씨는 이날 선고로 법정구속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