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end 레저]

아기자기한 담장길 따라 정겨운 이야기, 발길을 당긴다

동해 묵호동 논골 벽화마을의 소소한 풍경
담벼락 칸칸이 묵호사람들의
희노애락 그림책처럼 펼쳐져
어느 길로 오르든 끝자락엔
묵호등대, 탁트인 동해가 한눈에
애국가 배경화면으로 익숙한
추암 촛대바위·형제바위
일출 명소답게 어디를 찍든 어떻게 찍든 작품

벽화로 이어진 논골담길. 사진=조용철 기자
【 동해(강원)=조용철 기자】 여행을 다니다 보면 한 번쯤은 일정기간 머물고 싶은 장소와 마주하게 된다. 주위를 둘러보면 미세먼지 하나 없는 하늘과 푸른 바다가 언덕 너머로 펼쳐지면 최고급 호텔의 오션 뷰도 부럽지 않다. 동해시 묵호동의 '묵호(墨湖)'는 바닷가에 물새가 유독 많이 모여들면서 '새와 바다가 검다'는 의미로 붙여진 명칭이다. 묵호동 논골 벽화마을로 가다보면 묵호는 골목 어귀 판잣집 사는 아이의 이름처럼 친근하게 들린다. 묵호항에서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등대까지 걸어가다 보면 정겨운 이야기가 한껏 담겨있는 논골담길과 만난다.

추암 촛대바위 일출. 사진=조용철 기자

묵호동 논골마을은 지난 1941년 개항해서 성업을 이뤘던 묵호항의 치열한 삶의 무게와 역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시멘트와 무연탄 운송지로 묵호항이 호황이던 시절, 논골마을 주민들의 삶은 비록 남루했지만 활기가 넘쳤다. 묵호항 뒤편 묵호동의 비탈진 언덕에 지어진 판잣집 사이의 골목은 질퍽한 흙길이었기에 논골마을이라고 불렸다. 주민들은 생선을 말리던 언덕 꼭대기 덕장으로 명태, 오징어를 대야나 지게를 이용해 날랐다. 오징어 더미에서 떨어진 바닷물로 인해 늘 바닥이 질었던 골목은 '남편과 마누라 없인 살아도 장화 없이는 못 산다'는 웃지못할 이야기를 남겼다. 그래서 논골담길엔 유난히 장화 그림과 소품이 많이 등장한다. 논골담길 담벼락 위에는 아이가 신던 장화에 들꽃을 심었다. 땀과 바닷물로 젖던 장화도 아련한 추억 속 풍경으로 자리잡았다.

논골상회 앞 조형물. 사진=조용철 기자

논골담길은 논골1길, 논골2길, 논골3길, 등대 너머 등대오름길 등 4개의 골목으로 이어진다. 묵호항 수변공원 주차장에 주차한 뒤 논골1길로 향한다. 논골1길에서 바람의 언덕 전망대를 지나 논골2길, 논골3길을 걷고 나면 끝자락에 묵호 등대가 나오고 등대오름길로 이어진다. 골목을 걷다보면 낮은 슬레이트 지붕이 위태롭게 이어진 언덕과 하늘을 가로지르는 전선 가닥이 어지럽지만 세월의 무게가 내려 앉은 벽화 그림을 보면 지나가던 걸음을 멈추게 만든다. 만선의 고단함과 기쁨을 막걸리 한 잔으로 풀고 있는 어부의 술상, 생선 좌판에서 싱싱한 문어를 손질하고 있는 아낙네 등 담벼락 칸칸마다 그려진 그림만으로 마을 주민들의 희로애락이 와닿는다. 골목 벽화는 바람과 햇볕에 점차 바래가지만 옛 기억에서 뿜어지는 애잔한 감성의 여운은 여전히 남아 있다.

최고의 오션 뷰는 역시 논골1길에 있는 바람의 언덕 전망대다. 마을주민들이 출자해서 만든 논골 카페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을 감상하는 맛이 일품이다. 최근 논골담길은 한국관광공사에서 추진하는 강소형 잠재관광지로 선정되면서 볼거리, 먹을거리, 즐길거리가 있는 맞춤형 특화 관광지로 거듭나고 있다. 어느 길로 오르든 논골담길의 끝자락엔 묵호 등대가 있다. 해발고도 67m에 위치한 묵호등대는 동해, 백두대간의 두타산, 청옥산과 동해시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코발트블루빛의 바다를 보며 음료 한 잔을 마시는 순간, 힐링이 따로 없다.

묵호등대에서 바라본 동해바다. 사진=조용철 기자

논골담길에 이어 천혜의 자연인 무릉계곡 입구로 가다보면 친환경 힐링센타인 동해 무릉건강숲과 만난다. 무릉건강숲은 한국관광공사가 선정한 웰니스 관광지 중 하나다. 건강한 생활습관을 되찾기 위해 몸과 마음의 휴식을 찾는 교육 체험프로그램, 체류형 힐링 치유프로그램 등이 운영 중이다. 숲속의 맑은 공기와 물소리, 새소리를 들으며 쉴 수 있는 힐링 숙박동은 황토와 편백, 화이트 견운모로 마감한 친환경 숙소다. 동해 일출을 보기 위해 다음날 새벽 추암 촛대바위로 향했다. 촛대바위와 형제바위의 일출은 애국가 첫 소절의 배경화면으로도 자주 나오는 명소다. 동해시 명소인 추암 촛대바위는 기암 괴석이 바다를 배경으로 어우러지면서 빚어내는 비경이 감탄을 자아낸다.
촛대처럼 생긴 기이한 바위가 무리를 이루며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모습은 장관이다. 추암 촛대바위 해돋이는 워낙 유명해 수많은 여행객들과 사진작가들로 붐빈다. 우암 송시열도 여기를 둘러보고는 차마 발길을 떼지 못했다는 말이 전해진다.

yccho@fnnews.com 조용철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