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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스로이스 '항공 심장'에 한화 제품 더해져..."30년 신뢰쌓은 최고 파트너"

김규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1 17:00

수정 2019.11.11 17:00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생산공장에서 생산직원이 항공기용 제트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생산공장에서 생산직원이 항공기용 제트 엔진을 조립하고 있다. 사진=롤스로이스 제공
[파이낸셜뉴스] [영국 더비=김규태 기자]에어버스 A380·보잉 787 드림라이너에 들어가는 '항공기의 심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런던 더비시 롤스로이스 엔진 공장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세계에서 롤스로이스를 포함해 미국 제네럴일렉트릭(GE), 플랫앤휘트니스(P&W) 등 극소수 업체만 생산할 수 있는 최신식 민항기용 제트 엔진이다. 유리창 너머로 6톤이 넘는 무게의 미완성된 엔진 주변으로 숙련공들이 붙어 나사를 조이고 정밀 검사를 하며 공정을 진행하고 있었다. 100년에 걸쳐 롤스로이스를 항공 엔진의 핵심 기업으로 자리 잡게끔 만든 '수제(手製) 엔진'이 10일~15일마다 새롭게 탄생하고 있는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항공기에 들어가는 엔진은 최첨단 기술력의 집성체로 꼽힌다. 때문에 지난 5일 방문한 영국 롤스로이스사의 보안 절차는 엄격하게 이뤄졌다. 이날 초청된 한국 기자들은 신분 확인을 거치고 여권 대조를 마친 뒤에야 공장 안으로 들어갈 수 있었다. 워릭 매튜 롤스로이스 부사장은 "더비 생산 공장은 롤스로이스의 가장 큰 엔진 조립 공장으로 우리 회사의 최신식, 최첨단 엔진인 트렌트를 설계하고 조립 및 검수하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롤스로이스 관계자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트렌트700 엔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공장에서 롤스로이스 관계자가 현지 공장에서 생산하고 있는 트렌트700 엔진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김규태 기자
공장에선 A330용 트렌트700과 A380용 트렌트900, A350에 쓰이는 트렌트XWB, A330 네오(NEO)에 적용될 예정인 트렌트7000까지 롤스로이스의 모든 항공 엔진 제작되고 있었다. 항공사에서 핵심 기종으로 쓰고 있는 A330과 A380용 엔진의 경우엔 롤스로이스가 시장 점유율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가장 주력하는 생산 라인 중 하나였다.

국내 업체인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항공 부품들이 롤스로이스의 최첨단 엔진 공정에 활용되고 있는 점도 눈여겨 볼 대목이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을 보호하고 지탱하는 엔진 케이스, 내부 구조대 등을 30년째 롤스로이스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날 2021년부터 2045년까지 롤스로이스와 1조2000억원대 장기 계약을 맺고 처음으로 엔진 터빈부에 적용되는 핵심 부품을 제공하는 데 합의하면서 기대감을 더욱 높였다. 항공 부품사로서 엔진의 핵심인 터빈 영역까지 담당하게 된 것은 국내에선 처음이며, 세계에서도 손에 꼽힌다. 고도의 기술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엔진은 공기를 압축한 다음 압축된 공기를 연료와 연소한 후 고온·고압의 연소가스를 생성해 터빈으로 출력한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1000℃ 이상의 고온과 고압을 견딜 수 있는 제품이 필요한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이 같은 기술력을 인정 받은 것이다. 노버트 안트 롤스로이스 부사장은 "지난 30년 이상 긴밀한 협력관계를 바탕으로 한 제조기술 역량에 대한 신뢰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오른쪽)과 앤디 그리즐리 롤스로이스 터빈(Turbine) 사업부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사업장에서 1조 2000억원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서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오른쪽)과 앤디 그리즐리 롤스로이스 터빈(Turbine) 사업부장이 지난 5일(현지시간) 영국 더비 롤스로이스 사업장에서 1조 2000억원대 장기 공급 계약을 맺고 서명하고 있다. 사진=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엔진 부품 시장에서 그동안 도전과 실패를 반복해왔다. 미국, 영국, 독일, 일본만이 기술력을 보유한 시장에서 "한국 업체는 불가능하다"는 편견도 많았다. 하지만 1979년 첫 도전 이후 40년 만에 롤스로이스뿐 아니라 P&W, GE 등과 장기공급계약에 성공하고, 일부는 국제공동개발사업(RSP)까지 진행하며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했다는 평가다.
회사 관계자는 "현재 3대 항공엔진 제작사들로부터 수주한 금액만 약 198억달러(23조원)에 달한다"고 전했다. 지난달엔 미국 항공엔진 부품 전문 제작업체인 이닥(EDAC)사를 인수했고, 오는 2022년까지 항공 부품 관련 산업에 4조원을 투자해 엔진 관련 기술력을 고도화해 나갈 계획이다.
신현우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사장은 "롤스로이스의 신규 차세대 항공 엔진에 대한 부품 공급 능력을 갖추게 되면서 향후 40년 이상을 책임질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게 됐다"며 "GE, P&W 등과도 파트너쉽을 강화해 글로벌 항공엔진 시장에서 탑 티어(Top tier·일류)로 성장해 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integrity@fnnews.com 김규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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