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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를 닫을 자유'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써보니…"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웠나"

뉴스1

입력 2019.11.12 07:20

수정 2019.11.12 10:52

소니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를 착용한 가수 아이유(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소니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를 착용한 가수 아이유(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소니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소니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뉴스1
애플 무선 이어폰 '에어팟 프로'© 뉴스1


소니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를 착용한 모델(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소니 노이즈캔슬링 무선 이어폰 'WF-1000XM3'를 착용한 모델(소니코리아 제공)© 뉴스1

(서울=뉴스1) 남도영 기자 = #직장인 A씨는 비염을 앓고 있는 상사 때문에 사무실에 앉아 있기가 곤욕이다. 하루 종일 코를 풀어대는 바람에 업무에 집중하기가 어렵지만 말도 못하고 홀로 맘고생만 하고 있었다. 고심 끝에 A씨가 찾은 해결책은 주변 소음을 차단해 준다는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었다.

살다보면 '귀를 닫고 싶은' 순간들이 있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이 도움이 되냐고 묻자 A씨는 "완벽하진 않지만 만족한다"고 말했다.

관심이 생겨 그가 쓰고 있는 소니의 무선 노이즈캔슬링 이어폰 'WF-1000XM3'를 일주일간 사용해봤다.

출근길 이어폰을 귀에 꼽자 순간적으로 세상과 단절된 기분이 든다. 지하철 개찰구를 통과하며 교통카드를 찍는 순간 '삑' 소리가 들리지 않아 기분이 묘하다. 주변 사람들의 말소리나 지하철 안내 멘트는 저 멀리 있는 것처럼 들리고 음악만이 가깝게 귀에 꽂힌다. 음질 차이를 모르는 '막귀'지만 기존에 쓰던 애플 '에어팟'에 비해 몰입감에선 확실히 차이를 느낄 수 있었다.

◇듣기 싫은 소리에 둘러싸인 직장인…'귀 건강'부터 챙기자



받기 싫은 데 끝까지 울리는 전화, 그냥 넘어가는 법이 없는 상사의 잔소리, 나보다 열심히 일하는 얄미운 동료의 타이핑 소리까지 직장인의 '귀'는 늘 피곤하다. 지친 퇴근길 지하철의 소음은 통상 80데시벨(Db). 여름철 매미 울음소리(70~80Db)보다 큰 소음을 뚫기 위해 대화하는 사람들의 목소리가 올라가고, '걱정 말아요 그대'가 흘러나오는 내 이어폰 볼륨도 함께 높아진다. 음악에 위로를 받기 전에 청력부터 손상될 지경이다.

이런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개발된 노이즈캔슬링은 인공적인 음파를 만들어 주변 소음을 상쇄하는 기술이다. 처음엔 엔진 소음에 시달리던 항공기 파일럿들의 청력 보호를 위해 개발됐고, 주로 헤드폰에 적용되다 최근 이어폰까지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이 기술의 원조는 미국의 오디오 전문회사 '보스'(Bose)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후발주자인 소니가 치고 올라와 대등한 수준에 이르렀다.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탑재한 이어폰은 고급·고가 제품에 속해 아직 시장에 쓸만한 제품이 많지 않다는 평가다. 주변 소음을 분석해 차단하는 센서와 프로세서, 지연없이 소리를 전달하는 블루투스 안테나 등을 작은 몸집 안에 탑재하고 무선 이어폰의 약점인 배터리 문제도 해결해야 하기 때문에 허들이 높다.

지난 7월 출시된 WF-1000XM3는 그 몇 안되는 쓸 만한 제품 중 하나로 꼽힌다. 주변 소음을 세밀하게 잡아내는 최신 노이즈 캔슬링 프로세서를 탑재했고 저전력 기술로 휴대용 케이스 사용 시 최대 24시간 연속 재생이 가능하다.

실제 일주일 간 40~50분 거리의 출퇴근 시간에 사용하면서 한 번도 충전을 하지 않아도 될만큼 배터리는 만족스러운 수준이다. 다만 휴대용 케이스가 담뱃갑만한 크기로 에어팟에 비해 커서 휴대성은 다소 양보해야 한다.

◇강력한 라이벌 '에어팟 프로' 등장…노이즈캔슬링 기능 관심 집중

그동안 고급 이어폰의 전유물이던 노이즈캔슬링 기술은 오는 13일 국내에 정식 출시될 애플 '에어팟 프로'로 인해 한결 친숙해질 전망이다. '콩나물'이라 조롱당하던 무선 이어폰 '에어팟'을 작년 한 해에만 3500만 명의 귀에 꽂아 넣은 애플은 에어팟 프로를 선보이며 '귀에 뭔가 착용했다는 감각은 어느새 사라지고 오롯이 당신과 음악만 남게 된다'는 광고 카피로 벌써 많은 이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WF-1000XM3는 에어팟 프로가 출시되면 여러모로 가장 비교가 될만한 제품이다. 에어팟 프로는 귀에 걸치는 '오픈형'인 기존 에어팟과 달리 귓구멍에 꼽는 '커널형'(인이어)으로 설계됐다. 같은 커널형인 WF-1000XM3도 귓속을 꽉 채우는 느낌으로 기본적으로 주변 소음 차폐나 몰입감이 높다.

다만 커널형은 밀착감이 높은 대신 귓속 압력이 높아지는 현상이 종종 발생한다. WF-1000XM3는 자신의 귀에 맞춰 사용할 수 있는 7가지 종류의 이어버드를 제공해 선택권을 줬다. 에어팟 프로는 작은 구멍을 뚫어 이런 현상을 줄였다는데 출시가 되면 비교해볼 만한 포인트다.

애플은 기존에 있던 기술도 사용자 친화적으로 만들어 대중화하는데 능숙하다. 노이즈캔슬링 기술을 품은 에어팟 프로의 진격에 발맞춰 소니, 보스 등 음향 기기에 조예가 깊은 기존 메이커들이 시장을 수성하며 함께 성장할 수 있을지 주목되는 시점이다.

◇노이즈캔슬링 다 좋기만 한 건 아니네…걸을 땐 '조심'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써보면서 느낀 의외의 단점은 주변 소리가 잘 들리지 않는 대신 몸을 타고 흐르는 소리가 매우 크게 들린다는 점이다. 개인적으로 도보 중에 사용하면 발자국 소리가 크게 느껴져 걸음걸이에도 신경이 쓰일 정도였다. 이는 제품보단 노이즈캔슬링 기능 자체의 특징이다.

또 주변 소리가 들리지 않다 보니 건널목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차량을 인지하지 못해 흠칫 놀라기도 했다. 도보 시엔 언제든 갑작스러운 상황이 벌어질 수 있으니 되도록 주변 소리가 잘 들리도록 설정하길 추천한다. WF-1000XM3는 기본적으로 왼쪽 이어폰을 터치해 노이즈캔슬링 기능을 바로 켜고 끌 수 있고, 손을 올려놓으면 바로 볼륨이 줄어 주변 소리가 들어온다. 또 스마트폰에 '헤드폰 커넥트' 앱을 깔면 사용자 행동이나 사용 환경을 자동으로 인식해 음악과 주변 소음, 음성을 최적화 해주는 '스마트 리스닝' 기능을 활용할 수 있다.

걸을 때만 조심하면 노이즈캔슬링의 장점은 여러 곳에서 느낄 수 있다.
기차나 비행기에서 책을 볼 때, 사람이 많은 카페에서 공부를 할 때에도 금방 자신만의 공간을 만들어준다. 노이즈캔슬링의 진가를 가장 크게 느낄 때는 역설적으로 이어폰을 벗을 때다.
다시 혼잡한 세상으로 돌아온 감각을 느끼며 원래 세상이 이렇게 시끄러웠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