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칼럼 이구순의 느린걸음

[이구순의 느린 걸음]중국의 블록체인 굴기, 그런데 한국은

이구순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2 17:53

수정 2019.11.12 17:53

[이구순의 느린 걸음]중국의 블록체인 굴기, 그런데 한국은
지난 11일 중국의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光棍)를 통해 알리바바가 하루 동안 44조원의 거래액을 올리며 다시 신기록을 썼다. 광군제 기간 몰려드는 소비자를 응대하기 위해 알리바바는 자체 인공지능(AI) 챗봇을 개발, 분당 최대 8만3000명 이상의 소비자를 응대한다. 올해 광군제에 몰린 택배물량만 12억개를 넘는다고 한다. 자체 개발 클라우드 기술과 빅데이터로 이 택배물량을 분류하고 배송한다.

중국은 세계 최악의 인터넷 통제국가다. 그러면서도 강력한 IT굴기 정책을 통해 전자상거래, 클라우드, AI, 핀테크 같은 기술기업을 키워냈다.
중국에서는 거지도 스마트폰 모바일 결제로 동냥을 받는다는 우스갯소리는 이미 옛말이다. 미국 시장조사기관 포레스터는 2022년 중국의 전자상거래 규모가 미국의 2배에 달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다. 중국이 산업 통제와 육성 정책을 얼마나 정교하게 설계하는지, 얼마나 치밀하게 준비하고 밀어붙이는지 보여주는 단면이다.

중국에서 또다시 세계를 놀라게 하는 발언이 나왔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주인공이다. 그는 지난달 24일 "블록체인 기술이 디지털금융과 사물인터넷, 디지털 자산거래 및 다양한 분야로 확장되고 있다. 중국도 블록체인 기술 개발과 이를 통한 경제·사회 통합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중앙정치국 행사에서 공식 선언했다. 기다렸다는 듯이 다음 날 중국에서는 암호법이 제정됐다. 국가 전반적으로 암호기술을 높이고, 암호관련 산업을 육성하겠다는 게 골자다. 중국 인민은행은 이미 암호화폐 발행을 공언하고 있다. 그것도 세계 최초로. 인민은행은 이미 2014년 암호화폐 연구를 시작, 2017년 6월 디지털통화연구소를 설립했는데 이제 그 결과물을 내놓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2017년 세계적으로 암호화폐 시장이 초호황을 누리던 시절, 중국은 암호화폐 거래소와 암호화폐공개(ICO)를 전면금지했다. 당시 여러 전문가들은 "중국이 블록체인과 암호화폐를 단순히 금지하는 것이 아니다"라고 분석했었다. 뭔가 정교한 꿍꿍이가 있는데 외부에서 그 내용을 모르니 암호화폐를 전면 금지하는 것만 보이는 것이라고, 단순히 여기면 안된다고 했다.

이제 그 꿍꿍이가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알리바바, 텐센트, 바이두를 만든 IT굴기 정책 다음은 블록체인 굴기다.

그러고 보니 마크 저커버그 페이스북 최고경영자(CEO)가 암호회폐 리브라에 대한 청문회에서 "리브라가 아니면 중국과의 디지털 화폐 태권경쟁에서 뒤질 수밖에 없다"고 호소했었다.

중국은 치밀하게 정교한 블록체인·암호화폐 정책을 연구해 왔고, 이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미국의 페이스북은 그에 경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은? 여전히 정부는 ICO를 금지해 투자사기 피해를 막아낸 것을 최고의 암호화폐 정책이라고 자화자찬하고 있다.
규제·통제, 필요하다. 그런데 그다음은? 그다음 단계를 보여주지 못하는 한국의 정책당국이 불안하다.
블록체인판 알리바바가 패권을 잡은 뒤 격차를 줄여야 한다고 소리치며 때늦은 육성정책을 내놓는 뒷북정책을 더는 보고 싶지 않다.

cafe9@fnnews.com 이구순 블록포스트 편집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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