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미군 감축·철수론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독특한 스타일에 기인하는 건가? 그가 동맹의 가치도 거래 관점에서 재단하는 성향을 갖고 있다면 맞는 추론이다. 제임스 매티스 전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이 얼마 전 펴낸 책에서 증언한 내용을 보라. 한 브리핑에서 매티스가 해외주둔 미군을 미국의 안보를 지키는 '이불'에 비유하자 "그건 손해보는 거라고! 주한미군에 대해 1년에 600억달러(약 70조원)를 낸다면 괜찮은 거래인 거지"라고 했다니….
미군 철수론이 더 깊은 뿌리를 갖고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국제지정학 전략가 피터 자이한이 저서 '셰일혁명과 미국 없는 세계'에서 이를 설파했다. 즉 "셰일가스 개발로 에너지 자급의 꿈을 이룬 미국은 이제 세계질서 유지에 관심이 없다. 미국의 동맹은 각자도생해야 한다"는 논리다. 미국이 더는 '세계경찰' 역할을 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이다. 얼마 전 트럼프 스스로 "미국은 세계의 경찰이 아니다"라고 했다. "미군은 중대한 미국의 이익이 걸릴 때만 싸운다"며 시리아 주둔 미군 철수를 결정하면서다. 그 바람에 이슬람국가(IS) 격퇴 때 미국과 함께 피를 흘린 쿠르드족은 터키의 먹잇감으로 내던져졌다.
만일 주한미군 철수론이 '미국=세계경찰 시대'의 종언과 맞닿아 있다면? 이를 그저 '방위비 증액용' 카드이거니 여기는 인식은 안이하다고 할 수밖에 없다. 특히 과도한 증액 요구에 합리적으로 제동을 거는 대신 여당 일각에서 펴고 있는 방위비 협상 '노딜 론'은 위험해 보인다. 실제 주한미군 철수의 도화선이 돼 안보공백으로 이어질 개연성도 있어서다.
kby777@fnnews.com 구본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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