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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스타]中 수출길 막고 韓 시장 장악…"중국게임 분간도 안돼"

뉴스1

입력 2019.11.15 13:57

수정 2019.11.15 14:52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1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 제1전시장에서 열린 '지스타 2019'가 관람객들로 북적이고 있다, 2019.11.14/뉴스1 © News1 여주연 기자

(부산=뉴스1) 이수호 기자 = 국내 게임업계가 3년째 중국 수출길이 막혀 고전하고 있는 가운데 중국 게임사들은 대규모 마케팅 공세로 국내 시장을 잠식하고 있다. 이런 현상은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지스타'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2년 연속 中 게임자본이 지스타 주인공…참관객 "국적 몰라요"

지난 14일부터 부산 벡스코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게임전시회 '지스타'에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중국계 자본으로부터 지배를 받는 게임사가 메인스폰서를 맡았다. 메인스폰서는 보통 전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장소에 부스를 마련할 수 있고, 부산시 내에 다양한 마케팅 지원을 받는다. 사실상 지스타의 얼굴이라고 할 수 있다. 작년에는 에픽게임즈, 올해는 슈퍼셀이 그 주인공으로 양사 모두 중국 최대의 게임사 텐센트의 자회사다.


그러나 할리우드 배우를 앞세운 광고와 대규모 마케팅으로 익숙해진 캐릭터 탓에 행사장에 만난 대부분의 게임팬들은 이들 게임사가 중국계라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부산에 사는 20대 관람객 A씨는 "중국게임사와 한국게임사를 구분하지 않고, 오로지 재미만을 즐긴다"고 말했다.

지스타 현장에서는 슈퍼셀 외에도 중견기업인 XD글로벌과 미호요, IGG 등 중국계 게임사들이 자사 게임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국내 업체 중에서 넷마블과 펄어비스를 제외하면 사실상 중국 게임사들이 행사장의 절반을 차지한 셈이다. 특히 중국게임사들의 개발력이 나날이 성장하면서 중견게임사들의 작품도 엔씨소프트와 넥슨 등 국내 대형게임사 수준으로 출시돼 '중국계'라는 사실을 모를 정도다.

사실 중국 업체들은 국내 게임사가 중국 진출이 좌절된 지난 2017년을 계기로 무섭게 성장했다. 막강한 내수시장을 바탕으로 주52시간제 등 각종 규제를 받지 않고, 폭발적인 성장세를 이뤘다. 실제 국내 모바일게임 매출순위 100위권 게임 중 40개가 중국산 게임으로 채워놓을 정도다.

행사장에서 <뉴스1>과 만난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판호 문제가 어떻게 될지 예측 불가"라며 "중국 시장이 어떨지 감이 오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주요 게임사 CEO "한국판 '판호' 도입해야" 정부에 적극 대응 주문

이처럼 중국발 게임산업 역차별 논란이 가속화되면서 부산 지스타 현장에서 만난 국내 주요 게임사 CEO들은 일제히 "한국판 판호 제도를 도입해 우리도 중국게임 수입을 막아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국내의 한 중견게임사 대표인 A씨는 "깡패와 같은 중국 정부에 정부가 할 수 있는 것은 오로지 침묵뿐"이라며 "약소국의 한계로 무역분쟁으로 전환할 수도 없어 적극적인 대응이 어려운 것이 사실이지만 우리도 심의를 늦추는 등 별도의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지적했다.


중국에 IP를 수출하고 있는 중견게임사 대표 B씨 역시 "양안관계의 특수성 탓에 고민이 많던 대만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며 "대만은 과거 중국 정부의 판호제 압박에 대응하기 위해 중국산 게임의 심의를 계속 미루는 방식으로 압박했고, 결과적으로 대만 게임의 중국 진입이 가능해졌다"고 말했다. 우리도 중국과 똑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한다는 점이다.


현장을 찾은 투자업계의 한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과 홍콩 시위 등 여러 국제 관계 속에 형성된 '보이지 않는 규제'라 쉽지 않아 보이지만, 정부가 강하게 대응해야 하는 시점"이라며 "업계가 다 함께 이를 공론화하는 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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