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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 미술관 품은 백화점… 쇼핑하러 왔다가 미술작품 감상

박신영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15 17:15

수정 2019.11.15 17:15

롯데百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 해외 유명작가 작품 볼거리 풍성
현대百 '아트 바이더 현대', 백화점 곳곳에 미술작품 설치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고객들 옆으로 오동훈 작가의 작품 'Bubble Story'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을 찾은 고객들 옆으로 오동훈 작가의 작품 'Bubble Story'가 설치돼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내 고가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 내 고가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에서 국내외 유명 작가들의 작품이 전시·판매되고 있다. 사진=김대현 인턴기자
"후랑키 배 작가의 작품으로 1억원 상당의 원본입니다."

15일 서울 송파구 롯데백화점 에비뉴엘 월드타워점이 작지만 꽉 찬 '미술관'으로 변신했다.
고가 미술품 매장 '벨라뮈제'는 일상에서 마주하기 어려운 고가의 미술작품 수십 점을 방문객들에게 소개한다. 지난 9월 1일부터 백화점 3층에서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 중인 벨라뮈제에서 지금까지 후랭키 배, 리오넬 에스테브 작가 등의 작품 5점이 총 600여억원에 팔렸다.

백화점 업계가 '미술품 전시 및 판매' 분야에 도전하며 복합 문화 공간으로 거듭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온라인 유통망으로 향하는 고객의 발길을 돌리고, 열악한 한국 미술 시장의 저변을 함께 넓힌다는 평가다. 이날 벨라뮈제를 찾는 발길은 뜸했지만, 회화·조각·패션 등 다양한 장르의 밀도 작품들은 지나가는 고객들의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후랭키 배 작가의 '원본' 작품도 매장 중심에서 화려하고 푸른 색감을 당당하게 뽐냈다. 대부분이 레플리카 상품이지만, 고객이 원작 구매를 결정하면 진품증명서와 가격확인서가 고객들에게 직접 배송된다.

매장 안내원은 "한국 미술시장 규모가 작아 아직 제한이 있다"면서도 "주말에 찾아와 작품을 둘러보는 고객들이 많고, 실제로 레플리카(모작) 제품을 수백만원에 사 가는 분들도 종종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가격이 높아 일반 고객분들에게 부담스러울 수는 있지만, 누구든지 마음껏 작품들을 구경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초고가 미술품을 보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고객들에게 쇼핑 외에도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했다"면서 "연말까지 종합 평가를 거쳐 정식 매장으로 자리 잡도록 할지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울 강남구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 또한 현대 미술관으로 거듭났다. 지난 10월 '순간을 조각에 담다' 전시회를 통해 백화점을 조각·설치예술·미디어 아트 등 100여 점의 현대미술 작품으로 꾸몄다. 이성옥, 정욱장 등 국내 유명 현대미술 작가 6명과 힘을 합쳤다. 이번 전시는 현대미술을 더 친숙하게 대할 수 있도록 한 '아트 바이 더 현대' 프로젝트의 첫 시작이다.

이곳을 찾은 고객들은 쇼핑을 하며 수시로 작품들과 마주칠 수 있다. 특정 장소가 아닌 백화점 곳곳에 작품들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이동하며 기둥마다 설치된 윤형재 작가의 미디어 아트를 즐길 수 있었다. 또 아이와 동물을 앙증맞게 표현한 오원영 작가의 조각, 인간과 동물을 비눗방울 형태로 표현한 오동훈 작가의 조형물 등이 층층이 배치돼 고객들을 맞았다.

많은 고객들이 백화점을 오가는 도중에 고개를 돌려 작품들을 바라봤다.
한 고객은 "유명 작가의 작품인지는 몰랐다"면서도 "백화점 분위기랑 잘 어울리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3살 손자를 안고 작품을 감상하던 이신형씨(68)는 "나야 평소 안봐버릇 해서 잘 모른다지만, 얘네는 어릴 때부터 자주 노출이 되면 우리 보다 안목이 있지 않겠냐"며 웃었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전시가 수익모델은 아니지만, 고객들에게 다양한 체험형 문화 콘텐츠를 경험할 기회를 드리려는 목적"이라며 "소속 큐레이터들의 주기적인 기획을 통해 앞으로도 전시를 계속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padet80@fnnews.com 박신영 기자 김대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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