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동물감염병 대응 위한 R&D 방향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생태 변화와 세계화 가속화에 의한 국제교역 확대 추세 속에서 감염병 유입·확산 문제는 사회경제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다.

특히 지난해 8월 중국에 유입된 아프리카돼지열병은 발병 1년 만에 약 1조위안(170조원)의 직접손실이 일어난 것으로 분석됐으며, 우리나라 또한 지난 9월 국내 유입이 확인된 이후 정부와 산업계가 총력 대응하고 있다.

그렇다고 정부나 학계, 산업계가 지금까지 동물감염병에 대해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AI, 구제역 등 재난형 동물감염병과 관련해 정부 차원의 수차례 방역대책 수립과 함께 대응기술 개발에 지속적으로 투자한 결과 관련 피해는 점차 줄어들고 있으며, 아프리카돼지열병도 발병국가 중에서는 손에 꼽힐 정도로 강력한 조치가 가능한 방역역량을 키워왔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만 이번 아프리카돼지열병 사례에서 드러난 것과 같이 신규 유입 또는 변종 감염병 출현에 사전 대응역량은 여전히 취약한 수준이다.

현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바탕으로 정부뿐만 아니라 산업계, 학계와 현장 종사자가 함께 고민해 과학기술예산을 포함한 정부예산과 연구조직 및 인력의 효율적 운영에 대한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 필요가 있다. 현장의 연구자 입장에서 앞으로 동물감염병 연구개발(R&D)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몇 가지 제안을 하고자 한다.

첫째, 부처별로 산재해 있는 동물감염병 R&D에 대한 강력한 중앙관리 체계를 구축하고, 각각의 역할과 R&D 특성에 맞는 투자체계를 정립해야 한다. 또한 부처 간 중복되는 R&D 영역은 힘겨루기를 통한 일부 부처의 기능 축소가 아닌 공동사업 추진을 통해 관련 영역을 과감히 확장하는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둘째, AI·구제역에 집중된 R&D 투자 방향을 주요 문제질병 중심으로 확대하되, 선택과 집중 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정부가 AI·구제역 등 현안 질병에 몰입해 있는 사이 이에 못지않은 피해를 야기하는 현장의 여러 동물감염병을 소홀히하는 현상이 지속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사례와 같이 국내 유입이 충분히 예상되는 상황에서 사전 연구가 미흡했던 사례가 반복되지 않도록 적극적인 국제공동연구를 통해 해외 주요 감염병에 대한 사전대응 역량을 키워야 한다.

셋째, 민간 R&D를 활용한 동물감염병 대응역량을 강화해 나가야 한다. 이를 위한 선결조건으로 현재 정부가 관리하고 있는 주요 감염병 바이러스, 균주 등을 민간이 활용하도록 개방해야 하며 이를 안정적으로 연구하기 위해 BL3 등 필수시설의 민간 활용을 확대하는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와 함께 개발된 백신의 임상·인허가 등 절차를 개선해 신속한 산업화 단계 진입을 지원하는 각종 제도개선이 뒤따라 갈 경우 동물의약품 분야 세계 시장을 선도하는 국내 기업이 탄생하는 일은 그다지 허황되지 않은 현실이 될 것이다.


동물감염병은 아주 오래전부터 인류를 괴롭혀온 주요 재난 중 하나다. 주요 선진국에서도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들여 이를 극복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아직도 극복하지 못한 분야다. 앞서 제시했듯이 기후변화, 국제교역 확대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는 자세로 정부, 산업계, 학계가 역량을 결집한다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저력을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손영호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심의회의 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