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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파워텔 ‘묻지마 기지국 철거’에 기장 어민들 요금만 '줄줄'

정용부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09:00

수정 2019.11.24 11:41

▲ 국내 무전통신 시장 1위 사업자 'KT파워텔'' 로고
▲ 국내 무전통신 시장 1위 사업자 'KT파워텔'' 로고

#2017년 9월 부산 앞바다 22마일 해상에서 붕장어 조업을 하던 60대 A 씨는 황당한 일을 겪었다. 새벽 조업을 마친 뒤 대변항으로 돌아가기 전 전화를 걸었지만 ‘0130 전화기’는 먹통이었다. 때때로 배가 어떤 구역에 들어가면 통화가 안 됐기에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그 뒤로 ‘0130 전화기’는 무용지물이 됐다.
TRS(주파수공용통신) 사업자인 KT파워텔이 부산 지역에 설치된 기지국을 철거하면서 기존 가입자 수백 명이 피해를 보고 있다. 가입자들은 통신사의 말만 믿고 다시 되겠거니 기다린 게 어느새 2년째다. 양측은 최근 이에 대한 협상을 벌이기도 했지만, 업체가 미온적인 해결 의지를 보이면서 사태는 장기화되고 있다.


24일 부산 기장군 지역 어민 수백 명이 사용하지도 못하는 TRS 무전기(일명 0130전화기)에 대한 요금을 장기간 내고 있다고 피해를 호소했다.

이들 어민들은 붕장어, 오징어, 아귀 등을 잡기 위해 육지에서 멀게는 40마일(약 64km)까지 배를 타고 나간다. 지금이야 LTE망을 이용하는 휴대폰이나 070 인터넷전화 등이 있지만, 얼마 전까지 만해도 먼 해상에서 육지로 전화 걸기가 쉽지 않았다. 이에 어민들은 10여 년 전부터 TRS 무전기를 통해 육지에 위치한 거래처로 통화를 하거나 가족의 안부를 물었다. 비상시에는 긴급 구조 신고를 하기 위한 생명줄과도 같았다. 특히 보급이 한창이던 2009년 당시 어민들 사이에는 0130 전화기가 자신의 위치정보를 타 선박에 전달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입소문을 타면서 큰 인기를 끌었다.

그런데 2년여 전부터 TRS 무전기가 어느 날 갑자기 불통이 됐다. 그도 그럴 것이, 비슷한 시기 사업자 KT파워텔은 부산 지역에서 기지국을 철거하고 있었다. 업체는 모토로라에 대한 사업 계약 종료 시점을 앞두고 기존 IDEN망에 대한 사업권을 사실상 포기했다. 그러면서 고정비와 네트워크 유지 보수비를 이유로 2014년부터 전국에서 기지국을 점차 줄여 나간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부산전파관리소에 따르면 현재 KT파워텔 IDEN망 기지국은 부산·경남 전 지역에 걸쳐 거제도 단 한곳에 불과했다.이에 따라 서비스를 사용할 수 없으므로, 가입자들은 사용을 정지하고 계약 만료 기간까지 기본요금을 꼬박꼬박 낼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의 한 어선의 모습.
▲ 부산시 기장군 대변항의 한 어선의 모습.

이러한 피해 규모는 기장 지역에서만 300여 명에 총 피해액은 1억을 훌쩍 넘는 수준으로 추정된다.

기장군청에 따르면 관내 5톤 이상 어업 허가를 가진 어선은 332척(자망·통발·선망·복합·들망 등)이다. 이들 어선 한 척당 TRS 무전기 1대를 기준으로 2년간 기본요금만 냈다 쳐도, 피해 금액은 한 척당 47만 2800원이며 총 피해 규모는 1억 5700여 만원에 이른다. 무전기 한 대당 기기값 80~100만원은 별도다. 거기다 피해 지역을 부산 전역으로 확대하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문제는 기지국 철거에 따른 서비스 제한 안내가 전혀 없었던 점이다. 어민들은 일괄적으로 업체로부터 사전 설명을 전혀 듣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양측이 사태 해결을 위해 대화를 하지 않은 건 아니다. 기장군 어업 단체 측은 지난해 업체 측에 민원을 제기하고 총 세 차례 걸쳐 미팅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단체 측은 2년 치에 대한 통신요금 보상 또는 최신 기기 교체를 요구했지만 업체 측은 무리한 요구라며 1년 치 요금 보상을 제시하면서 결렬됐고, 더 이상 협의는 없었다.

기장군의 한 어민은 “우리는 무전기 하나에 목숨을 걸고 바다에 나간다. 그때 갑자기 전화가 안 됐던 걸 생각하면 지금도 화가 난다“면서 ”그러고도 기다려달라는 업체의 말을 순진하게 믿었다“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향후 이들은 방송통신위원회에 이 문제에 대한 집단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설 전망이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정확한 인원과 규모를 파악해 민원 해결에 나선다는 뜻을 내비쳤다. KT파워텔 한 관계자는 "기본적으로 보상 프로세스가 있는데, 이러한 일이 발생한 것이 의외"라며 "민원을 접수하고 협상 결렬 이후 과정이 원활하지 않았던 거 같다.
고객 입장에서 처리가 될 수 있도록 확인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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