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사회일반

90년대생의 외침 "정부가 놓치는 복지 사각지대 있다" [제1회 대한민국 정부혁신박람회]

안태호 기자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1.24 16:27

수정 2019.11.27 08:44

토크쇼 '응답하라 1990'
"공무원조직 디지털 수용률 낮아"
"대출받는 날 서명만 3시간 걸려"
90년대생들 정부에 목소리 높여
제1회 정부혁신박람회 개막식 본행사인 '응답하라 1990'에 출연한 99년생 대학생 서효진씨가 "국가가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본인이 신청대상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발언하고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제1회 정부혁신박람회 개막식 본행사인 '응답하라 1990'에 출연한 99년생 대학생 서효진씨가 "국가가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본인이 신청대상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발언하고있다. 행정안전부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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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정부혁신박람회 개막식 사회를 맡은 한석준 아나운서가 이같이 우렁차게 외치자 방청석에 앉은 참석자들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개막식 본행사인 '응답하라 1990'의 마지막 순서였다.

세대 간 소통의 화두로 떠오른 90년대생들의 정부혁신에 대한 고민을 들어보고 가장 공감을 많이 받은 고민을 투표로 뽑는 행사다. 한국방송(KBS)의 고민상담 예능프로그램 '안녕하세요'를 본떠 만들었다.
'혁신'박람회답게 길고 긴 축사만 연달아 이어지는 개막식에서 탈피해 토크쇼 방식을 도입한 것이다.

■"몰라서 못받는 복지혜택 많다"

토크쇼에 참여한 총 3명의 90년대생들은 정부혁신에 대한 본인의 생각을 가감 없이 당당하게 밝혔다. 가장 많은 공감을 얻은 고민은 총 156표 중 81표를 얻은 99년생 대학생 서효진씨(21)의 '그 복지서비스 내꺼 맞나요'였다.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꾸준히 봉사활동을 해온 서 씨는 "방학 때는 소록도 환우분들을 돌보고 평소에는 저소득가정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한다"며 "국가가 실질적인 복지혜택을 제공하고 있지만 본인이 신청대상자인지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해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자아냈다.

서 씨는 직접 겪은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가정환경이 어려운 한 초등학생은 정부에서 방과 후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대상이지만 이를 알지못해 오후 내내 혼자 시간을 보냈다. 기초수급 대상자인 한 어르신은 추가적인 복지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이 됐지만 이를 신청하지 못해 힘든 시간을 겪기도 했다.

그는 "복지의 사각지대이자 정부의 사각지대"라며 "사물인터넷(IoT), 빅테이터를 정책에 연계해 신청하지 않아도 선제적인 복지혜택이 갈수 있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서 씨의 고민에 대해 오철호 교수는 "2022년까지 정부가 혜택 대상자 본인이 스스로 이를 증명하지 않아도 알려주는 서비스를 구축한다고 하니까 이후에는 개선될 것이라 본다"고 답했다.

■"업무 메신저는 메뉴 정할 때"

이제 막 업무를 시작한 행정안전부의 94년생 새내기 공무원 문소영씨(26)는 정부 업무 과정에 디지털 방식을 도입해 효율성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주간업무계획 등 일상적인 문서를 만드는 데도 이틀이 넘는 시간이 걸려 비효율적이라는 지적이다.

문씨는 "각 팀에서 주간일정을 총괄부처로 보내고 총괄부처가 취합해서 다시 각 팀에 확인하는 과정을 거치는 탓에 간단한 문서를 만드는데 사흘이 걸릴 때도 있다"며 "대학생 때는 구글 독스 등 문서협업 프로그램을 통해 동시에 한 문서를 작업할 수 있어 시간이 절약됐다. 공무원 조직도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업무용 메신저가 있지 않냐"는 사회자의 질문에 "점심 메뉴를 정할 때 쓴다"고 재치 있게 답해 객석의 웃음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마지막으로 90년생 직장인 김보성씨(30)는 처음 대출을 받으며 70장 넘는 문서에 서명을 했던 경험을 공유했다. 김씨는 "대출받는 날에 팔이 떨어지도록 3시간 동안 사인만 했다"며 "첫 대출이어서 가슴이 두근거렸지만 이내 내가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건가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했다.
그는 "단순한 자기확인은 통합해서 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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