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모임 상대로 청산가리 판매 사기
잇단 사고에 자살 경각심 높아졌지만..
"심리 불안하고 신고 가능성 낮아 범죄대상"
잇단 사고에 자살 경각심 높아졌지만..
"심리 불안하고 신고 가능성 낮아 범죄대상"

[파이낸셜뉴스]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있는 이들을 상대로 사기범죄를 저지른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유명 가수 설리씨와 구하라씨가 연이어 극단적 선택을 하면서 자살에 대한 국민들의 경각심이 높아졌지만, 자살을 고민하는 이들은 여전히 우리 사회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었다.
■'자살하세요? 청산가리 팔아요'
26일 경찰에 따르면 부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최근 이른바 '자살모임' 회원들을 상대로 사기행각을 벌인 일당을 검거했다. 피해자들은 동반자살 등을 목적으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만난 자살모임의 일원이었다.
경찰에 덜미를 붙잡힌 이들은 피해자들을 상대로 '청산가리와 수면제 등을 판매하겠다'며 접근한 뒤 금품을 갈취했다.
이번 검거는 자살 사건 예방을 위한 경찰의 지속적인 노력에서 비롯됐다.
경찰은 지난 7월 시행된 '자살예방 및 생명존중문화 조성에 관한 법률(자살예방법)' 시행 이후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진행 중이다. SNS와 온라인 커뮤니티 등을 중심으로 동반자살 모임을 갖거나, 자살에 필요한 유해물품 거래 등을 예방하기 위해서다.
■"심리적 불안..신고 조차 어려워"
전문가들은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는 자살위험대상자들이 일반인에 비해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학교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생의 마감을 결심한 이들은 일반적으로 신고 가능성이 낮다"며 "이 때문에 자살위험대상자와 같은 취약한 사람들을 상대로 사기범죄, 혹은 성폭행 범죄 등이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교수는 이어 "신고를 결심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이 같은 범죄에 노출될 경우 극단적 선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더욱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살위험대상자들의 극단적 선택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는 사회 전반의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이 교수는 "(자살위험대상자들이)노출될 수 있는 불법적 루트를 차단하는 것은 당연히 경찰의 의무"라면서도 "자살 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한 기관이 아니라 다양한 부처들이 치밀한 분석에 힘을 쏟고 세대별로 구체적 대안을 마련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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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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