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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식당·예식장도 노키즈존? "특급호텔인데 너무해" [헉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09:29

수정 2019.12.02 09:29

© News1 /사진=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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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A씨는 최근 아이와 함께 서울 중구의 한 특급호텔 안에 위치한 한식 레스토랑에 방문했다가 낭패를 겪었다. 레스토랑이 '노키즈존(No Kids Zone)'이라는 이야기를 들은 것이다. 그는 소셜미디어에 글을 올리고 "이젠 호텔 식당까지 노키즈존이냐. 어린이 투숙객이 밥을 먹으러 오면 어떻게 할 건가"라고 토로했다.

최근 영화 <겨울왕국2>의 개봉으로 노키즈존을 둘러싼 갈등이 재점화된 가운데, 서울의 유명 특급호텔 내 일부 시설에서도 노키즈존을 도입해 논란이 되고 있다.

중구의 또 다른 특급호텔은 고급 라운지와 수영장 등이 노키즈존으로 지정돼 있다.

이 중 고급 라운지는 객실 패키지에 주로 포함돼 무료 조식 등이 제공된다. 호텔 관계자는 "아이 동반 투숙객이 라운지가 포함된 객실 패키지를 이용하게 되면 조식을 제공받을 수 없다. 제공 받으려면 추가금을 내고 룸서비스 등을 이용해야 한다"면서 "수영장의 경우 키즈풀이 없어서 주중에는 노키즈존으로, 주말에는 부모 동반 시에 입장 가능하도록 운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 호텔은 예식장을 경우에 따라 노키즈존으로 운영하고 있다. 주부 B씨는 지난해 이 호텔에서 열리는 결혼식에 어린 자녀와 함께 참석하려다 불편을 겪었다. 그는 "안내를 못 받았으면 기껏 가서 밥도 못 먹고 신부만 보고 왔을 것 같다"고 말했다. 호텔 관계자는 "예식에 따라 노키즈존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한 시민들의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먼저 고가의 특급호텔에는 가족 단위 투숙객이 많이 찾는 만큼, 아동에게 시설 이용과 서비스 제공에 제한을 두는 것은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있다. 김모씨(38)는 "호텔에서 숙박하면 당연히 부대 서비스도 이용하게 되는 것 아니냐"면서 "아예 노키즈존 콘셉트의 호텔도 아닌데 일부 시설만 막는 건 너무한 것 같다. 아이들은 어디로 가느냐"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고객들도 높은 비용을 지불하고 이용하는 만큼 쾌적한 환경에서 서비스를 제공받을 권리가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임모씨(24)는 "특별한 일이 있을 때 큰 맘 먹고 가는 곳인데, 소란스러운 아이들 때문에 불편을 겪으면 기분이 좋지 않을 것 같다"며 "고급 서비스에 분위기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노키즈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먼저라고 지적한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아동이 자유롭게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가치와 다른 이들이 쾌적한 삶을 추구할 권리가 충돌한 것이다. 둘 중 뭐가 옳다고 단정 지을 순 없다"며 "이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선진국보다 아동의 권리 보장이 미진한 상황이기 때문에 이런 사회적 합의 없이 노키즈존을 광범위하게 운영하게 되면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한편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7년 아동을 동반한 고객의 입장을 거부한 식당의 사례를 아동 차별로 판단했다.
"나이를 이유로 한 합리적 이유가 없는 차별행위"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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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ilverstar@fnnews.com 윤은별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