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전국

[창간기획- '낙동강 하구'를 국가정원으로上] 아파트 짓자는 '태화들'을 시민에게 내주자 '국가정원’이 됐다

파이낸셜뉴스

입력 2019.12.02 14:47

수정 2019.12.02 14:47

▲ 지난 7월 도시재생 성과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정원의 모습. 사진=울산시 제공
▲ 지난 7월 도시재생 성과와 생태적 가치를 인정받아 제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된 울산 태화강정원의 모습. 사진=울산시 제공

['낙동강 하구'를 국가정원으로上 - 편집자 주] 2013년 순천만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 계기로 공공정원과 정원산업이 부각되고 있다. 후대를 위해 지켜내야 할 환경보전적 차원에서 대외적으로 세계적 생태자원을 홍보하고 관련 산업을 육성하고자 하는 지자체의 수요가 맞아떨어지면서 파급력을 일으키고 있다. 특히 순천시는 ‘정원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면서 고로한 지역 이미지를 탈바꿈 시켰고, 울산은 태화강을 우리나라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이름을 올리면서 관광문화도시로서의 모멘텀(성장동력)을 마련했다.

그 사이 부산은 해안을 중심으로 한 해운대-광안리-부산항 북항 벨트에 치중하면서, 낙동강 하구-금정산 내륙벨트에는 이렇다 할 변별력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에 타 지자체의 사례를 바탕으로 부산의 공원녹지 정책에 대한 현시점을 짚어보고 나아가 새로운 대안을 찾아본다.



[파이낸셜뉴스] 최근 울산이 한껏 고무되어 있다. 지난 7월 울산의 태화강정원이 우리나라 두 번째 국가정원으로 지정되면서 그 여운이 아직 가시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맞춰 울산시는 성대한 축하 잔치를 열고 전 국민을 상대로 시선을 집중시켰다. 선포식을 시작으로 다채로운 잔칫상을 차려 보란 듯이 축배를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한때 ‘죽음의 강’이라 불렸던 태화강을 맑고 깨끗하게 되살려낸 것도 모자라, 관광 및 정원 산업을 지역의 제4의 성장동력으로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일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 이 같은 일이 가능하게 했던 건, 지난 20년 동안 일관성 있게 추진해온 행정당국의 정책과 깨끗하고 살기 좋은 정주환경을 제 손으로 가꾸고자 했던 시민들의 노력이 없었다면 이뤄낼 수 없을 것이다.

■ ‘태화들 지키기 운동'에서 비롯된 국가정원
2000년대 초반 시작된 울산의 태화강 수질개선사업은 익히 알려져 있다. 해마다 반복된 물고기 폐사로 충격을 받은 행정당국과 시민들은 이때부터 민관합동 태화강 살리기에 몰입했다.

시는 우선 강으로 직접 유입되던 생활하수를 분리하기 위해 하수처리장을 신설하고 하수관로를 정비했다. 이렇게 투입된 예산이 1조 원을 넘어서며 천문학적인 비용에 대한 비판도 일었지만 당시 일관된 정책유지가 수질개선의 마중물이 된 건 부정할 수 없다. 이어 시민과 환경단체·기업은 일정한 구역을 나눠 강바닥에 가라앉은 퇴적오니를 직접 수거하는 등 ‘내 손으로 태화강을 살린다’는 일념을 보였다.

당시 이러한 사회운동에 대해 국토연구원은 “그동안 행정기관에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던 환경단체로 하여금 더 책임 있는 대안을 도출하게 만들었다”라며 “환경보호의 수혜자에 머물러 있던 시민들을 환경보호의 주체로 전환시키는 계기가 됐다”라고 평가했다.

수질개선사업 노력 못지않게 주목해야 할 점은 '태화들 지키기 운동'이다. 태화강국가정원은 면적 83만 5452㎡로 울산 중구 태화동, 남구 무거동, 신정동 삼호지구에 걸쳐 조성됐다. 이 땅은 과거 하천부지(국유지)와 태화들(사유지)이 뒤섞여 있었다.

태화들 44만 2000㎡ 가운데 18만 6000만㎡이 주거지역이었으며, 1994년 주거지역으로 고시된 이후 지주들이 조합을 결성, 아파트 개발에 나서면서 시민단체와 갈등을 빚었다. 그러다 2003년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태화강 유역의 홍수 피해를 예방하기 위해 태화들과 십리대숲을 분리하는 '태화강 하천정비기본계획 재정비 용역결과'를 발표하면서 큰 위기가 찾아왔다.

이에 학계와 지역 사회는 이러한 대형수로가 오히려 기존 물길의 하천 퇴적을 가중시킬 수 있다고 설득하는 가운데 12월에 이르러 태화들을 놓고 계속된 개발과 보존 논란의 악순환을 종결짓기 위해 시민들이 직접 땅을 구입해 보전하자는 내셔널트러스트 운동인‘태화들 한 평 사기 운동’이 펼치기도 했다. 이러한 시민사회 운동은 개발 이익보다 환경보호에 대한 시민 공감대 형성에 큰 영향을 줬다. 이후 최종적으로 시와 부산국토청이 '재정비안’에 합의하면서 결국 그 모두를 하천구역으로 편입하기에 이르렀다.

현재에 와서 태화들이 태화강 국가정원으로 탈바꿈하게 된 건 이 구역 모두를 자연녹지지역으로 지켰던 일련의 과정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즉 이 땅이 하천구역으로 편입하지 않았다면 지금의 정원 부지도 없기 때문이다.

▲ 2005년 울산시 ‘태화강 하천정비 기본계획 재정비안’이 건설교통부 중앙하천관리위의 심의에 통과하면서 태화들이 하천구역으로 모두 편입됐다. 이로써 태화들을 포함한 하천구역 전체가 시민 친수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 2005년 울산시 ‘태화강 하천정비 기본계획 재정비안’이 건설교통부 중앙하천관리위의 심의에 통과하면서 태화들이 하천구역으로 모두 편입됐다. 이로써 태화들을 포함한 하천구역 전체가 시민 친수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었다.

태화강 복원사업 및 국가정원 추진일정
2003년 1월 울산시, 에코폴리스 계획 착수
2004년 2월 ‘태화들 땅 한 평 사기‘ 운동
2004. 6월 태화강 유입 생활오수 차단사업 준공
2005년 9월 부산국토관리지방청, ‘태화강 하천정비 기본계획 재정비안’ 건설교통부 중앙하천관리위의 심의 원안 통과
2010년 5월 태화강대공원 개장
2013년 12년 태화강철새공원 준공
2017년 4월 문재인 후보 지역공약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 채택
2017년 10월 국가정원 지정 범시민 서명운동(224천명 서명)
2017년 11월 아시아 조류박람회(ABF) 개최
2018년 3월 울산시, 태화강 지방정원 등록 및 관리 조례 제정
2018년 5월 울산시, 산림청 국가정원 지정 신청
2019년 7월 산림청, 울산 태화강 ‘제2호 국가정원’ 지정
(울산시)

■ 신의 한 수가 된 ‘정원화’ 사업
얼마 전까지 지자체의 녹지정책이라 하면 도시계획시설 ‘도시공원’이 대부분이었다. 도심권 자연녹지지역에는 주로 조경시설, 산책로. 운동장, 주차장 등을 갖춰진 주민편의시설을 설치했다. 정원에 대한 산업성이 부각된 건 최근의 일이다.

울산도 처음부터 태화들을 ‘정원’으로 계획한 건 아니었다. 2017년까지 태화들에 각종 편의시설을 세운 ‘자연생태공원’을 지향해왔다. 그러다 촛불정국으로 인한 조기대선을 치르면서 울산은 태화강 자연생태공원을 국가정원으로 방향을 틀었다. 울산은 유력한 대선후보였던 당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양측에 모두 ‘태화강 정원의 국가정원 지정’을 지역공약으로 채택시켰다. ‘누가 되든 우리는 한다’였던 셈이다.

그 중심에는 시 녹지공원과와 울산발전연구원이 있었다. 녹지공원과는 순천만 국제정원박람회의 성공사례를 바탕으로 태화강 공원을 국가정원 제2호로 만들자고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시 녹지공원과 이상구 과장은 “대선 때 각 당 후보들에게 지역 공약을 제시하는 과정에서 정원 산업의 발전성을 보고 우리 과에서 아이디어를 냈다”면서 “문제는 하천 치수관리였는데 정원이 생기면 유수에 장애를 줄 거 아니냐는 일부 우려가 있었다. 그래서 관계 기관을 상대로 끊임없이 설득 작업을 펼쳤고 결국 성공하게 됐다”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또 지역 현안사업이 중앙정치쟁점에 매몰되지 않았던 점도 돋보인다. 울산발전연구원 이상현 선임연구원은 “울산은 딱히 여야가 없다. 특히 시와 연구원의 정책 밀접도가 매우 높은 편”이라며 “지역 현안이 어느 한 쪽의 정치세력에 매몰되는 정치이반이 없었던 점이 컸다”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무엇보다 시민들이 큰 호응을 보였던 사업인 만큼 국가정원으로 이루고자 하는 염원이 그 어디보다 컸다“라고 덧붙였다.

최근 울산발전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이번 태화강 국가정원 지정으로 인한 경제적인 효과는 연간 1661억에 이를 것으로 추정했다.
연간 추정 방문객은 110만 3000명에 이른다.

태화강정원은 이번 지정을 계기로 순천만국가정원과는 다른 ‘수변형 생태정원’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그리고 울산은 자동차, 조선, 석유 산업 등 기존 전통 제조업 기반의 산업도시 이미지에서 생태문화도시로 전환을 꾀하는 전기를 마련하게 됐다.

demiana@fnnews.com 정용부 기자